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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군폭(軍暴)과의 전쟁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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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실수에 의한 치사?
  • ● 부사관과 초급지휘관 역량부터 강화해야
  • ● 보안사항 줄여 병사 휴대전화 허용 검토할 만
연이어 터져 나온 병영 폭력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군대 좋아졌네!”란 말이 돈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참다참다 못 견디면 맞아 죽거나 자살하고, 아니면 동료를 죽여야 하는’ 현실 앞에 입대할 아들을 둔 부모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해병대에서는 변기 핥기까지 시켰다고 하니 마음 편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전 국민이 하나가 돼 군을 지탄하면서 권오성 육군참모총장과 권혁순 3군사령관 등 2명의 육군 대장이 옷을 벗었다. 윤 일병이 소속했던 28사단에서는 사단장과 계선상에 있는 포병연대장-포병대대장-포대장(중대장)이 보직해임됐다. 천안함-연평도 사건보다 더 크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국민 지지 얻은 살인죄 기소

병영 내 폭력이 횡행하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무작정 우리 군을 비난만 해서는 곤란하다. 문제가 있긴 해도 군은 우리를 지켜주고 통일을 이뤄나갈 중추세력인 만큼 인내를 갖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감정에 편승해 몰아붙이기보다는 법과 상식에 근거해 문제점을 추려내고 손질해야 한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쏟아진 정보 중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국가를 위해 의무 군복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적과 대치하고 있는 탓에 훈련과 근무가 많아 한국군의 분위기는 경직돼 있다. 그런 낯선 환경에 들어간 신참은 ‘서열이 있는 세계’에서 낯선 이들과 부대끼며 힘겨운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들이 탈 없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한 기대에도 아들이 주검으로, 그것도 맞아 죽어서 돌아오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 버렸다. 어느 부모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군필자들 또한 군에서 억울하게 맞아본 기억이 있기에 군에서 일어난 구타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격노한다.

28사단 검찰부는 주범인 이 병장 등을 상해치사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그러자 윤 일병 사건을 세상에 알린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주범인 이 병장은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해치사죄로 기소됐으니) 이 수사는 축소,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이에 크게 공감했다.

여론의 반향이 워낙 컸기에 국방부 장관은 휴일에 합참의장과 3군 총장을 불러내 회의를 하고,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군내 폭력을 지탄했다.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육군은 재판부를 28사단에서 3군으로 옮기고, 재판장도 대령(28사단 부사단장)에서 준장으로 바꿨다. 국방부 검찰단이 이 병장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3군 검찰부는 보강수사를 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했다.

과연 윤 일병 사건 수사와 기소 과정엔 은폐와 축소 시도가 있었을까.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 사건 수사가 축소 은폐된 증거로 수사 기록을 제시했다. 이는 6군단 헌병대 등의 수사자료를 근거로 28사단 검찰부가 만든 것인데, 현재로서는 공범 4인의 가혹행위를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다. 육군은 재수사가 아니라 공소장 변경을 위한 보강수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이 자료는 보강수사에서도 기초가 될 수밖에 없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8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 일병 추모제에서 윤 일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오른쪽은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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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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