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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이분법적 선악관 심해 安, 현실정치 몰라”

인터뷰 | 불출마 선언한 ‘호남 최다선’ 김성곤 새정연 의원

“文, 이분법적 선악관 심해 安, 현실정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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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文

▼ 당 중앙위의장으로서 직접 통과시킨 혁신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쟁점이 국회의원들을 평가해서 하위 20%를 잘라낸다는 것인데, 난 반대했다. 다만 그것 때문에 다른 혁신안까지 반대할 수 없어 결국 통과하는 데 협조했지만, 평가 부분은 합리적이지 않다. 평가를 아무리 정교하게 하더라도 선거구마다 사정이 다 다르고, 상대에 따라 또 다르다. 탈락 대상이긴 한데 그 사람이 아니면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을 정무적 판단으로 구제한다면 다른 후보들이 뭐라고 하겠나. 민심이 천심이다. 결국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오픈프라이머리를 보완한 안심번호 오픈프라이머리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 그 혁신안을 놓고 지금 당이 위기에 빠졌다.
“문 대표는 착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분법적인 선악관이 상당히 강하다. 설사 상대가 악하더라도 당 대표라면 어떻게든 끌어안고 설득해서 함께 가야 하는데, ‘너는 악이니까 빠져야 한다’면서 쳐내려 하는 건 리더로서 문제가 있다.
비노(非盧)나 비주류 쪽도 문제다. 문 대표가 호남에서 인기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당 대표로 뽑아놓고 특정 지역에서 인기가 없다고 물러나라는 게 말이 되나. 그럴수록 ‘당 대표로 뽑았으니 같이 가야 한다’면서 호남 민심을 다독이고 설득해야 하는데, 호남에서 인기 없다고 내려가라니….”

▼ 비노 측에선 혁신안에 대한 불만보다 친노 계파에 대한 불신이 더 큰 것 같다.
“친노가 패권적이라고 그러는데, 그건 비노도 똑같다. 이종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이후 인사(人事)하는 걸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노 의원들로만 채웠다. 친노 패권을 욕했으면 자신들은 인사를 할 때 균형 있게 안배해야지…. 친노를 욕할 자격이 없다.”

▼ 친노와 비노의 차이가 뭔가.
“친노는 잘 모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동료의식’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서로 연대하는 끈끈한 힘이 있다. ‘친노 패권’이란 건 비노 측에서 하는 말이지, 실제로 친노끼리만 독식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 어쨌든 단결이 잘되니 패권적이라고 표현하는지는 모르겠다. 반면, 비노는 모임은 열심히 갖는데 수장이 많아 힘이 뭉쳐지지 않는 것 같다.”

▼ 김 의원은 어느 쪽인가.
“중도다.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반대라기보다는 음양의 관계처럼 보완적이어야 한다. 서로 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당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 적대적인 관계가 돼버렸다. 안타깝다.”
“文, 이분법적 선악관 심해 安, 현실정치 몰라”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성곤 의원(왼쪽). 지호영 기자


호남표와 혁신표 함께 가야

▼ 현재의 당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안철수 의원과 호남 비주류 의원들이 문 대표를 상대로 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별개다. 비주류가 안 의원을 업었지만, 안 의원은 비주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 싸움을 하는 것이다. 혁신안 자체에 반대하는 비주류와 안 의원을 같은 세력으로 보는 것은 일종의 착시다. 오히려 혁신이라는 면에서는 안 의원과 문 대표가 더 연대해야 하는 관계다. 안 의원은 문 대표보다 근본적으로 더 혁신적이다. 비주류 측에서는 안 의원과 상의해서 움직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아니다. 따로 움직인다.
문제는 영남 출신인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갈등을 벌이면서 호남지역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이다. 우리 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호남표도 있어야 하고, 혁신표도 있어야 한다. 문 대표는 혁신표를 대표하고, 비주류는 호남표를 대변한다. 그런데 지금 같이하기 어려워졌다.”



▼ 지역에서 접하는 호남지역 민심은 어떤가.
“호남을 대변하는 대선주자가 없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한다. 야당이 분열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은 호남지역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지, 신당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신당 지지도가 결코 높지 않다. 하지만 호남 민심을 제대로 잡으려면 현 문 대표 체제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 같다. 지금 이대로라면 호남 민심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글쎄…,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현실정치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상적인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같이 가져야 한다’고. 그런데 안 의원에겐 선비의 이상만 있고, 상인의 현실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땅에 발을 딛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김 의원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평소 자주 읽는 ‘중국철학사’를 꺼내들고 한 대목을 소개했다. ‘極高明而 道中庸’이라는 글귀다. 매우 높고 맑은 것을 추구하지만, 길은 중용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바로 이것이 정치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

“‘일시적 분당’은 있을 듯”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당이 깨진다면 어떨까. 김 의원에게 분당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잠시 침묵하던 김 의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분당) 해서는 안 되지만, 이대로 가면 가능성이 있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다시 연대하든지 통합하든지 할 텐데, 중간 과정에서 과거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으면서 이합집산한 것처럼 일시적인 분당은 있을 수 있다. 그때 김한길계가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나갔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왔다. 흩어지면 다 죽는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다시 합쳐질 것이다.”

▼ 전철을 밟는다면 이번 총선은 어렵지 않을까.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다. 창조하기 전에는 혼돈이 극심한 법이다. 이 혼돈 속에 창조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본다. 총선 직전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질서가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동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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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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