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언론과 학회의 지자체 평가 활성화해야”

정용덕 한국행정학회장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2005-04-04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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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행정학회는 올 10월이면 창립 45주년을 맞는다. 한국행정학회는 그 동안 공공부문 연구에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남겼으며, 특히 지방자치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학술단체다.

    한국행정학회의 현재 회원 수는 1500여 명. 대부분 대학교수지만,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과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정용덕(52) 서울대 교수는 한국행정학회의 제35대 회장이다. 그는 1999년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뒤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신동아’와 한국행정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평가작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자치단체에 대한 평가는 자주 할수록, 또 많을수록 좋다고 봅니다. 평가를 통해 모니터링을 거치면 조금씩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 정부나 각종 단체가 하는 평가는 너무 규격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에 비해 언론과 학회가 실시하는 평가는 이해관계에 자유로운 ‘제3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평가든 공정성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행정학회 산하의 지역학회 회원들을 독려했어요. 많은 교수들이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조심스러워하더군요. 망설이는 교수들에게 ‘좋은 기획이고, 모니터링 차원에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지역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 공정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고 보았어요. 학회 나름대로 평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보내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였어요. 각 지회별로 독자적인 기준을 정해 우수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했습니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시일이 촉박하다 보니 자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했어요. 또한 지자체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교수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살펴봐야 하는데 실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료에만 의존해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회원들이 그 동안 개별적으로 다양한 지자체 평가작업이나 실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고 봅니다.”

    정회장은 경기도 수원 태생으로 서울대 농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진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공계 학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회장의 얘기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성균관대 교수를 지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기구와 행정이론의 접목이 그의 주된 관심 분야다.

    ―한국에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동안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는 아주 일천합니다. 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컸다고 봅니다. 물론 수백 년 동안 지방자치를 해온 선진국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죠.”

    ―지방자치의 개념에는 ‘공동체 의식’도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효율 개념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고전적 의미의 지방자치가 채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일다 보니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복지보다 성장에 치중하고, 효율만 강조하는 거죠. 우리에게는 지금 ‘시민’이 우선인데, 자꾸 ‘고객’만 중시하는 셈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우리 현실에서는 너무 일찍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자치에 호의적인 사람도 관료가 되고 나면 비판적으로 바뀌곤 합니다. 특히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과 직접선거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말이 지방자치지, 속을 뜯어보면 중앙의 권한이 엄청나게 큽니다. 저는 오히려 중앙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중앙정치의 논리가 지방행정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정회장은 요즘 임기중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행정학 전자사전’ 편찬 작업에 열심이다. 이것은 수천 개에 달하는 행정학 용어를 백과사전 형태로 정리해 온라인으로 보급하는 것이다. 현재 수백 명의 한국행정학회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행정학회는 계절마다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 봄에는 ‘정부개혁과 행정학 연구’, 여름에는 ‘지방자치, 지방거버넌스, 지역발전’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또한 오는 10월12~13일에는 서울 양재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주제는 두 가지. ‘국가, 거버넌스, 공무원제도, 변화와 지속성에 관한 비교 연구’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내외 협력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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