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호

공군 소외· ‘육방부’주도, FX사업 난맥상을 고발한다

  • 김종대 < 군사전문가 >

    입력2004-10-29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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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 미국은 전두환 정권의 F15구매요청을 거절했다. 노태우 정권은 쌍발기인 F18을 차기전투기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종은 단발기인 성능이 떨어지는 F16으로 바뀐다. 그후 12년. 미국은 이제 고물이 된 F15를 한국에 팔지 못해 안달이다.
    공군에 대한 ‘집단 학살극’인가. 아니면 ‘부패와의 전쟁’인가. 조종사 출신 공군 장교들의 반란, 양심선언과 연이은 연행, 구속으로 얼룩진 3월12일은 참으로 숨가쁜 하루였다. 그에 앞서 국군 기무사령부는 3월9일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을 역임한 조주형 대령을 군사기밀 누설과 프랑스 닷소사의 한국 에이전트 관계자로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11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했다.

    3월12일 오전 10시. 참여연대는 구속되기 직전 조대령의 육성 양심선언 녹음테이프를 공개하면서 차기전투기사업(F-X)과 관련해 국방부 고위층의 미국 전투기(F-15K) 밀어주기 및 외압의혹을 본격 제기했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같은 날 오후에는 조대령의 후임인 공군평가단 김아무개 대령이 기밀누설 혐의로 기무사에 의해 연행되고 닷소사 에이전트의 김아무개 고문이 같은 혐의로 소환되는 등 공군과 닷소 에이전트에 대한 수사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외압’인지 ‘뇌물’인지는 논쟁중이다. 조대령 변호인단과 기무사 간에는 이 문제를 두고 한동안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 사건의 본질이 외압에 의한 불공정한 기종선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무사와 국방부는 불법로비와 관련된 뇌물사건으로 몰고 가며 공군과 유럽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조대령이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한 조영길 전 합참의장과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은 “조대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주장했다. 기무사는 뇌물, 기밀누설 등 공군 관계자들의 개인적 약점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듯싶다. 하지만 조대령이 제기한 외압의혹을 수사한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날, 조대령의 비망록과 일기장, 개인 컴퓨터를 기무사가 전격 압수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이 파묻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욱이 뇌물 부분이 불거지면서 기무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대령 변호인단은 조대령의 육성 녹음테이프에 담긴 내용 중 일부만 공개했다. 상황을 봐가며 추가 폭로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와 관련해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무사가 조대령 주변을 오랫동안 내사해왔다는 점이다. 상당 기간 조대령과 주변사람들의 통화를 감청한 기록이 수사의 근간이 됐다. F-X사업이 시작된 이래 공군의 핵심 실무자들에 대한 기관의 상시적 감시 및 내사가 꽤 오랫동안 진행돼 왔으리라는 심증을 굳혀주는 대목이다.

    이런 의혹의 소용돌이 속에 3월12일 저녁, 필자가 출연한 한 방송사 시사토론 프로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공군 조종사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기무사 수사 탓에 전투기 기종결정이 왜곡될지 모른다는 공군 조종사들의 위기의식이 어느새 집단화, 세력화된 것이다. 이들은 군 내부에서 정상적인 절차로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12년 전 한국형전투기사업(KFP사업) 당시와 유사하게 공군과 국방부의 정면 충돌이 예견되는 징후다.

    국방부의 전투기 기종평가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그 중 정량적 평가라고 할 수 있는 1단계 평가결과는 3월9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무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업일정은 연기됐다. 그에 따라 예정대로 4월에 기종이 결정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렇게 사업관리에 파행이 빚어지자 이 문제는 미국과 프랑스간의 외교전쟁으로 비화됐다. 닷소사는 조대령 뇌물사건이 조작이며 음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프랑스는 3월11일 정부 특사 자격으로 장 베르나르 우부리외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차관보급)을 급파했다. 우부리외 특사는 김동신 국방부장관을 만나 공정한 기종선정을 부탁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첩보를 입수한 한미연합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프랑스 특사가 김장관을 만난 직후 토마스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도 김장관 집무실을 찾았다. 비슷한 시각 스미스 미7공군사령관(중장)은 “한국의 차기전투기 사업자 선정에 상호 운용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언론을 향해 F-15K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방부를 압박하는 일에 주한미군 고위관계자가 총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F-15 생산공장이 있는 미국 미주리주의 거물 정치인인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은 ‘아시아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만약 한국이 F-15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년에 김대통령을 면담하면서 F-15 구매를 졸라댔던 본드 의원의 연이은 협박성 발언은 한편으로 지역구에서 그의 인기를 높여 재선의 가능성을 높여줄지는 모르나 우리 국민과 국방부에는 ‘압력의 문법’이다.

    조대령의 양심선언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3월12일, 국내 한 일간지에는 프랑스 특사와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이 전날 국방부를 다녀간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한국 국방부가 미국과 프랑스가 벌이는 고강도 정치·외교전쟁의 한복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렇듯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휘둘리는 F-X사업의 희한한 풍경은 한국군에게 숙명처럼 피할 수 없는 ‘두 개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첫째 전쟁은 공군을 중심으로 한 ‘자주국방’ 세력과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연합방위’ 세력간의 전쟁이다. 단순히 조대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정책결정자인 국방부 최고위층과 전투기 최종수요자인 공군의 세력충돌 양상이다. ‘미래 안보’로 전환하는 데 핵심이 될 F-X사업에 대한 이 두 세력의 상이한 해법은 미래 한국군의 진로와 국방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치열한 사상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자주적인 기종결정을 통한 전략공군 육성으로 장차 자력안보의 기반을 다지는 데 충실해야 하는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관리’에 치중해 20세기식의 대외의존적 안보개념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무기의 ‘세대교체’를 앞둔 한국군이 당면한 선택이다. 창군 이래 한국군 정신사의 두 축을 이뤄온 자주국방 사상과 연합방위 사상은 각각 라팔 전투기와 F-15K 전투기로 상징돼 있다.

    둘째 전쟁은 21세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치열한 패권쟁탈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세력과 유럽 세력의 대격돌이다. 1970년 중반에 이르러 전투기 대량주문의 시대는 소멸됐다. 그후 20여 년의 공백기를 거쳐 전세계 2만6000대의 전투기 중 약 6000대가 교체될 시점에 이르렀다. 각종 군사연감과 항공산업 자료를 종합하면, 향후 5년간 약 2500대, 향후 10년간 6000대 규모의 전투기 대량주문 순환주기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이 새로운 시장을 둘러싸고 국제 군산복합세력 간의 대회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한국 공군의 F-X사업으로서 21세기 시장쟁탈, 패권쟁탈의 서막을 열었다. 여기에 제3의 세력으로 러시아가 끼어들어 ‘2강1중’의 형국이다. 이들의 고공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세기 초 제국의 식민전쟁에 비견되는 격렬한 분할전쟁의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갈등이 십자형 충돌을 빚어내는 이 전쟁은 그 의미와는 별개로 ‘더러운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권 말기 대형 국방스캔들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는 가운데 조대령의 구속은 이 사업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을 형성하며 전국민적 관심사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작년에 각 기종을 평가하면서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품질관리소는 중요한 평가결과를 내놓았다. F-15K 도입 후 유지관리의 적정기간을 17∼20년으로 평가한 것이다. 전투기 수명을 30년으로 봤을 때 마지막 10년 동안엔 군수지원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한국 공군은 극단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바로 ‘동류전환’이라는 방식이다. 이는 전투기 부품을 구하기 위해 동일한 기종의 다른 전투기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2010∼2015년 이후 착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군의 F-X 2차사업의 경우 F-15 외에 다른 기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차세대 전투기로 2개 이상의 기종을 보유하면 공군의 전력체계는 그야말로 비효율적인 세계 전투기 전시장, 전투기 백화점이 되고 만다. 전투기로는 F-4, F-5, F-16, F-15 외에도 T-50 양산기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또다른 기종의 차세대 전투기를 추가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복잡한 전력구조를 가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이제 F-15 도태일정을 앞당기며 다목적 국산전투기 F-2의 생산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짜임새 있는 전력운용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의 전투기사업정책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작년 3월 면전에서 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