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원산서 말 타는 北고위인사 포착 가능한 ‘KH-13’

미국의 가공할 감시정찰자산 해부① : 정찰위성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입력2020-05-12 14:06:1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정찰위성 KH-12.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 정찰위성 KH-12. [미국 국방부 제공]

    김정은 유고설이 퍼진 4월, 한반도 상공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항적이 확인된 것만 계산해도 하루 8차례 넘게 미군 정찰기가 수도권 상공을 날았다.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정찰기들도 서해와 동해에서 치열한 정보 수집 경쟁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감시정찰 자산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 

    일찍이 손자(孫武)는 ‘손자병법’ 3장 모공(謀攻)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하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미국은 그 지피(知彼)를 위해 4개 유형 17개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은 국가정보국(DNI) 통제 하에 철저하게 전문화·분업화돼 있다. 이들 기관이 1년 사용하는 공식 예산이 800억 달러에 달한다. 정보 수집에 동원되는 각종 정찰기나 선박 등 장비 구입비용이 예산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예산이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 미국 정보기관 중 장비 면에서 첨단을 달리는 곳은 단연 국가정찰국(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이다. NRO의 위성은 신호정보(SIGINT·시긴트)·지리공간정보(GEOINT·지오인트)·통신중계 용도로 분류된다. 그 중 시긴트와 지오인트가 이른바 ‘정찰위성’이다. 

    시긴트 정찰위성은 ‘네메시스(NEMESIS)’ ‘오리온(Orion)’ ‘레이븐(Raven)’ 등 최소 5개 넘는 위성이 존재한다. 이 위성들은 지구동기궤도에서 100~150m 크기의 전개형 메쉬(Mesh) 안테나를 이용해 지구상 거의 모든 대역의 전파를 수집한다. 

    시긴트 위성들은 적의 통신 감청(COMINT)은 물론, 레이더 전파 수집(ELINT), 미사일 텔레메트리 정보 수집(MASINT) 등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저궤도에 있는 지오인트 위성이 투입된다. 지오인트 위성은 합성개구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이용하는 레이더 정찰 위성 ‘토파즈(TOPAZ)’ 시리즈와 광학장비를 이용하는 정찰위성 ‘키홀(Key Hole)’ 시리즈가 있다. 



    토파즈 시리즈는 NROL-25 또는 USA-234로 알려진 위성이다. 1100㎞ 고도를 돌며 SAR 레이더를 이용해 주·야간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 촬영 해상도는 약 10㎝ 수준으로 차량까지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SAR 위성은 주·야와 기상에 관계없이 원하는 지역을 촬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레이더 전파를 이용하는 장비이기에 대상의 형상은 식별할 수 있어도 색상은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고해상도 전자광학카메라를 탑재한 광학정찰위성 키홀 시리즈를 운용하고 있다.

    180초 분량 영상 촬영도 가능

    현재 우주에 전개된 키홀 시리즈는 1978년부터 운용한 KH-11의 개량형이 주력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KH-12는 KH-11 Block III 모델이고, KH-13으로 알려진 위성은 KH-11 Block IV 모델인데, 현재는 EIS(Enhanced Imaging System)로 통칭된다. 

    이 위성들의 정확한 제원은 극비다. 국제기구에 등록된 궤도나 아마추어 천체 관측 동호인들의 망원경에 관측된 바에 따르면 330~450㎞ 사이의 저궤도를 돌며 목표 지역 상공을 하루 두 차례 정도 지나간다. 

    이 위성들이 지구상 그 어떤 위성보다 압도적 성능을 갖췄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NRO는 2012년 노후화한 위성 2기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넘긴 적이 있다. NRO가 구식이라며 넘긴 이 위성들이 NASA 위성들보다 압도적 성능을 가졌다는 사실에 NASA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을 종합하면 KH-12의 해상도는 10㎝급이고, 5초에 1회 정도 사진 촬영과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진보한 KH-13은 1㎝급 해상도의 사진뿐 아니라 180초 분량의 영상 촬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 해상도는 가로 1㎝, 세로 1㎝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 능력이면 지상의 차종이나 미사일을 완벽하게 식별하는 것은 물론, 간판이나 현수막의 글자를 인식할 수 있다. 사람의 체형이나 체구를 인식해 인물 추정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 강원 원산시의 승마장에서 말을 타는 인물이 김정은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으나 고위인사가 승마를 즐긴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미국이 보유한 정찰 위성의 수명은 최대 10년가량이다. 임무 소요에 따라 궤도를 변경하면서 수명이 감소하기에 실제 수명은 5년 안팎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매년 1~2기씩 위성을 쏘아 올려 정찰위성 수십 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위성 하나의 가격이 20~25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