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 인선, 정책보다 앞선 시장 해석
관세 효과는 지연, 물가·고용 반응 더뎌
내리는 기준금리, 오르는 장기금리의 역설
헤지펀드 움직임으로 자금 흐름 포착 가능
개인투자자는 정책 방향과 데이터 흐름 주목해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뉴욕의 금융 격변기를 현장에서 목도하고 돌아온 이재랑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건보다 데이터가 그리는 메커니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태식 객원기자
이재랑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A이면 B로 이어지는 교과서적 도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진단한다. 1990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4년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국제무역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은행 입행 이후 국제부와 조사국을 거쳐 2023년 여름부터 2025년 봄까지 뉴욕사무소장을 지내며 월가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금융시장과 국제금융 질서의 실제 작동 과정을 책(‘이야기로 풀어가는 현실 국제금융론’)으로 풀어냈다. 이 위원은 지금의 미국 금융시장을 “단일 변수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2026년 2월 초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난 그에게 미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일으킬 파장에 대해 물었다.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장, 미국 금융의 구조적 변화
미 연준 의장 교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의 등장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까.“시장의 우려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가 과거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즉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푸는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연준이 현재 약 6조 달러 규모의 미국 재무성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케빈 워시는) 이를 처음 매입할 때부터 반대했던 인물이다. 시장은 그가 의장이 될 경우 자산 축소, 즉 양적 긴축을 보다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워시의 과거 발언이 최근 금융시장 반응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시장은 그 기억을 바탕으로 워시가 의장이 될 경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지금보다 더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 반응을 불러왔다.”
워시가 의장이 될 경우 실제로 긴축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발언만으로 향후 정책을 예단하는 건 조심스러워야 한다. 금리정책과 대차대조표 정책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워시는 금리인하 자체에는 비교적 우호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인물이기도 하다. 자산을 줄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내리는 정책 조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정책 선택은 당시 미국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이후 금리인하 시점이나 속도가 더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봐야 하나.
“미국에는 금리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확률을 계산해 매일 공개하는 지표가 있다. 최근 상반기까지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약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연준 지도부 교체보다는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통계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로 보는 게 맞다.”
인사가 아니라 경제 상황이 중요한 변수라는 뜻인가.
“그렇다. 특정 인물의 임명 가능성은 기폭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은 12명이 투표로 결정한다. 임명 직후 시장이 하루이틀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책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누가 의장이 되느냐보다 미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가 더 중요하다.”
통화정책 넘어선 변수, 재정·무역·기술의 동시 작용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금융시장은 케빈 워시의 통화정책 방향과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시스
“그 문제는 1월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명확히 밝혔다. 기준금리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그 두 가지 위험이 모두 중요하고 비중도 같은 데 있다. 시장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 ‘금리인상도 선택지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상은 기본 시나리오에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선택지는 동결이나 인하다. 앞으로 물가나 고용 중 금리를 내려야 할 신호가 더 강해지면 시장은 인하 가능성에 더 베팅할 것이다.”
연준 인선 이후 시장의 관심은 ‘누가 의장이 되느냐’에서 ‘어떤 정책 환경이 펼쳐질 것이냐’로 이동하고 있다. 그중 핵심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거론된다.
관세 중심 정책이 강화되면 물가와 금리에는 어떤 압력이 생길까.
“지금까지는 물가와 고용·성장 모두 시장 반응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더디다. 연준도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관세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일회성에 가까울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관세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뭔가.
“미국 경제 규모가 워낙 커서 한국처럼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수입 기업들이 관세 인상분 일부를 떠안고 있거나 수출국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 수요가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분산시키며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당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미국 실물경제 상황은 어떤가.
“지표가 엇갈려 판단이 쉽지 않다. 특히 고용 지표가 혼재돼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특히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체 투자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과 투자 지표는 좋게 나오는데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지표는 엇갈리고 평가는 갈린다, 불확실성의 정체
최근 미국 시장은 불안해 보인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2월 4일(현지 시간) 발표한 1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 증가 수가 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만5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가 아닌가.“그런 측면이 있다.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일부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 특정 기업 실적이 지나치게 좋게 나오며 기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까지 겹쳤다. 이런 요소들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처럼 정책과 실물 지표가 혼재하는 환경에서 시장의 위험 인식은 실제 자금 흐름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자의 움직임을 특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어떻게 포착하나.
“단기 금융시장의 거래 규모를 본다. 헤지펀드는 자기 자본보다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다. 단기 금융시장 거래 규모가 줄었다는 건 투자 성향이 약해져 자금을 빌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조심하고 있다는 건 실물경제의 향후 흐름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재정 확대와 금리인하 요구가 동시에 작동할 때 시장은 어느 쪽에 더 민감한가.
“지금 채권시장은 복합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 악화할 거라는 인식이 커지며 장기금리는 오르고 있다. 반면 단기금리는 경기둔화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로 내려가고 있다. 과거처럼 장단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 시장은 수익률보다 변동성이 낮은 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리인하 국면에서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나.
“금리가 내려가면 통화가치가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가면 통화가치가 오른다는 교과서적 관계가 최근에는 잘 맞지 않는다. 2024년 하반기를 보면 정책금리는 인하됐지만 장기금리는 오히려 올라갔고, 그럼에도 달러 가치는 떨어진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금리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가능성, 무역 위축, 성장둔화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달러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달러가 금리 수준 자체보다 관세정책, 성장 전망, 글로벌 불확실성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책 방향, 데이터 흐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이러한 환경에서도 미국 국채와 달러가 안전자산인가.“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흐름은 뚜렷하지 않다. 유로화 선호도가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달러를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금도 달러에는 대안이 없다.”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금융시장 안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영역을 꼽는다면?
“미국에서는 사모펀드뿐 아니라 프라이빗 크레디트(private credit·은행이나 공개 채권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모 자본이 기업에 직접 빌려주는 대출 시장)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수익성보다 외형 확대를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AI 빅테크 랠리가 둔화하면 자금은 어디로 이동할까.
“이미 에너지, 통신, 방산 등으로 섹터 순환이 나타났다.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시기도 있다. 동시에 일부 헤지펀드는 잠시 쉬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개인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도와 구조는 다르다. 대신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 방향과 금융시장 흐름을 꾸준히 지켜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교과서적으로 아는 지식이 현실에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한 도식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지금은 정책 방향과 데이터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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