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안면인식 기술 발달로 ‘탈북’ 어려워져
김정은 즉흥 경질 인사, ‘분노조절장애’에서 비롯
트럼프-김정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수도
北 2국가론 수용은 한반도 영구 분단 용인하는 꼴
북한은 총부리를 겨눈 현실적 적대 관계인 동시에 ‘통일’의 대상이자 파트너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분단 고착화’를 막고 우리 헌법이 규정한 ‘통일’을 지향하려면 우선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북한(North Korea)에 대해 구자홍 ‘신동아’ 기자가 묻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이 대답한다’는 뜻을 압축한 ‘NK구·조·대’를 연재하는 이유다. 온·오프라인은 물론 영상 콘텐츠로도 제작하는 ‘NK구조대’가 북한과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독자와 국민의 이해를 도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해 장차 한반도 통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AI는 쓰면 좋고, 안 써도 그만인 또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다.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필수 도구가 됐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은 FI 레이싱카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속도’와 ‘효율성’ ‘생산성’ 측면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산업혁명보다 더 극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큰 AI 혁명 시대를 북한은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1월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서 기계공업을 담당하던 양승호 내각 부총리를 공개 석상에서 해임했다. 노동신문
北에서 AI는 감시 체제 강화 도구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에서는 AI를 주로 해킹하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첨단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테러와 범죄에 활용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컴퓨터공학 전공을 북한에서는 자동화대학, 자동화학과라고 하는데 북한의 우수 영재들이 그 학교에 많이 진학한다. 정찰총국 산하 제6국에 배치된 해커 수천 명이 지난해 해킹한 자금 규모가 3조 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중국과 연간 무역 규모가 4조 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자금을 해킹으로 조달하고 있는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에게 AI 사회는 ‘디지털 1984’를 앞당기는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이유는 AI가 독재체제 유지에 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 사회처럼 북한에서는 AI를 주로 주민 통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조 위원의 분석이다.
“과거 탈북 루트는 북한 내부에서 접경지역으로 이동한 후 강을 건너 중국으로 건너가 쿤밍을 거쳐 라오스나 베트남을 경유, 태국 또는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AI 같은 첨단기술 때문에 북한에서 국경을 통한 탈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 감시 카메라가 촘촘히 설치돼 있어,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해 누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탈북’을 막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주민 통제용으로 일찌감치 활용돼 왔다는 게 조 위원의 얘기다. 일례로 북한에서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로 ‘김정은’ ‘암살’ ‘테러’ 같은 특정 단어를 사용하면, 보위부에서 즉각 탐지해 해당 지역에 요원을 급파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조 위원은 “‘디지털 1984’라고 하는 것은 온라인상에 흔적이 남아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어려워진 이유도 AI를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AI가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럭’ 김정은, 분노조절장애?
1월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서 기계공업을 담당하던 양승호 내각 부총리를 공개 석상에서 해임했다. 김정은은 양 부총리에 대해 “지금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소에게 (황소가 끌어야 할) 달구지를 매어놓았던 것과 같은 격”이라며 양 부총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양 부총리 해임은 김정은 스스로 과오를 인정한 것과 같다. 조 위원은 “양 부총리를 임명한 사람이 김정은 자신”이라며 “양승호 경질은 곧 자신의 인사 실패를 자인한 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반당 행위’라고 했다면 숙청을 의미했을 텐데, ‘제 발로 나가라’고 한 것을 보면 ‘목숨은 살려줄 테니, 짜증 나니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지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해임의 이유는 무엇일까. 조 위원은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출신으로 북한 기계공업 분야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했던 양승호가 문제 해결을 못했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또 다른 이유로 김정은의 감정조절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 위원은 “김정은이 과거에도 김덕훈 전 총리를 경질했다가 나중에 복귀시킨 일이 있는데, 다소 즉흥적인 인사 방식으로 미뤄 (김정은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 주요 군부 인사를 보면 2년 동안 여섯 번이나 별을 뗐다 붙였다 하는 회전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며 “할 수 없는 일을 시켜놓고 나중에 못 했다고 현장에서 버럭 화를 내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인사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버럭’ 인사 스타일은 아버지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조 위원의 분석이다.
“김정일은 이른바 ‘선물 정치’를 했다. 양주 파티를 하면서 벤츠와 롤렉스시계를 나눠주면서 측근들의 충성을 유도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그게 없다. 가는 데마다 버럭 화를 내고 있다. 선대에 비해 통치 운용술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리더십은 시간이 갈수록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노동신문
4월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높다
그동안 대북 지원사업을 반대해 오던 미국이 최근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국제기구 등의 지원사업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조 위원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4월 재회 가능성이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서로 만나야 할 필요성이 있어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서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도 같다. 정면충돌하게 되면 양측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에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휴전할 공산이 크다. 미중 회담 성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징에 오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동을 성사시키면 세계의 시선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수 있다. 트럼프는 재선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중동,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돼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어떻게든 김정은을 만나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도 지난해 ‘트럼프를 다시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여지를 뒀다. 현재 북한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북·중 관계가 좋지 않고, 북·러 밀착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가운데 내수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삼중고에 시달리는 김정은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2018년 6월에 싱가포르, 2019년 2월 하노이, 그리고 그해 6월 판문점에서 세 차례 회동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4차 회담은 어디가 유력할까. 조 위원은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또 하나의 유력한 장소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전망했다.
“북·러 관계가 좋다는 점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재로 트럼프가 중국 방문 앞뒤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러 기차 타고 온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려 할 텐데, 푸틴과 트럼프,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푸틴 중재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 회의적!
이재명 정부는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화해·협력의 남북 관계 재정립 및 평화 공존 제도화 △국민이 공감하는 호혜적 남북교류협력 추진 △분단 고통 해소와 인도적 문제 해결 △국민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정책 추진 △한반도 평화 경제 및 공동 성장의 미래 준비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연초 중국 국빈 방문 직후 SNS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며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국 국빈 방문 때에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다양한 대화 시도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는 북한 당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을까.
조 위원은 “‘진보가 집권하든, 보수가 집권하든 우리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메시지”라며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은 남북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거 남북은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란 국호 대신 한반도라는 공통분모 속에 남과 북에 위치한 지리적 현상을 바탕으로 ‘남측, 북측’으로 칭해왔다. 그러나 ‘한반도 2국가론’을 주창하고 나선 북한은 ‘남측’ 대신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하며 ‘남남’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를 다뤄왔던 북측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통일전선부 등을 모두 없앴다. 또한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낼 때도 “외무성 국장들과 협의했다”고 표현한다. 즉 남한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란 외국으로 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재개 요구’를 외면하는 것일까. 조 위원은 “한민족이란 남북 특수성을 외면하고 북한이 관계를 완전히 끊으려는 것은 체제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북한 주민이) ‘오징어게임’을 봤다고 처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은 체제 경쟁에 실패한 북한이 남한과 완전히 다른 나라로 가려고 만든 법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북한이 뭐라 하든 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2국가론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만약 우리가 2국가론을 수용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더라도 우리가 개입할 근거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지향할 대북정책 방향은 무엇이 돼야 할까. 그는 “현재로서는 장기적 공존을 통해 남북이 서로 가까워져 자연스럽게 통일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북한이 원하는 2국가론은 분단의 영구 고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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