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의 ‘챗GPT 모멘트’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정부가 퍼스트 유저… 중국 로봇 굴기(崛起)의 비결
“생성 AI엔 늦었지만, 피지컬 AI엔 앞서가자”
인간이 관리·감독하는 ‘인간 최종 결정 원칙’ 중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 분야에도 ‘챗GPT 순간’이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공동취재, 뉴스1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 분야에도 ‘챗GPT 순간’이 찾아왔다고 선언했는데, 약간은 성급해 보인다. 피지컬 AI 분야에서 챗GPT와 같이 충격을 주는 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운전석에 사람이 아예 없어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Level 5 자율주행)를 누구나 쉽게 살 수 있게 되거나, 가정용 또는 개인용 로봇을 누구나 쉽게 구매해서 애용하는 시기가 온다면 그때 비로소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선보이고 자사 공장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지만, 언제 투입될지는 모른다. LG전자도 AI 홈 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했지만, 이 역시 언제 시판될지 모른다. 일본 혼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나온 때가 2000년이고, 이에 자극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만든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2004년에 나왔지만 상품화되지는 못했다.
로봇 마라톤 대회까지 연 중국, 한국 앞질러
한국과 일본은 로봇축구 종주국을 놓고 경쟁해 왔다. KAIST가 세계 최초로 로봇축구 대회(MIROSOT)를 개최하고, 세계로봇축구연맹(FIRA)까지 만들어 종주국 지위를 확립했으나, 이후 일본이 로보컵(RoboCup)을 만들어 더 활발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치고 나가고 있다.중국은 2025년 4월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를 열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1대의 중국산 로봇이 출전했는데, 6대가 완주에 성공했다. 1등은 2시간 40분 24초에 주파했는데, 아마도 5년 이내에 인간 최고 마라토너보다 더 빨리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로봇 마라톤의 ‘알파고’ 순간일 것이다.

중국은 2025년 4월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를 열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Gettyimage
중국은 기술을 실증하고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국가 수요자 모델’을 취한다. 정부가 수요자가 돼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 지역에서 로봇이 컨테이너를 검사하고 검문을 수행한다.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선 로봇개가 총을 탑재하고 순찰과 방사능 탐지에 투입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로봇을 구성하는 부품의 90% 이상을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정밀 감속기나 고급 반도체 일부를 제외하면 주요 핵심 부품 대부분이 국산화돼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국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로 작용한다.
한국의 돌파구는 ‘태릉선수촌’식 소수 정예 육성
한국은 대기업과 엘리트 로봇 스타트업이 쌍두마차 형태로 로봇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미국 엔비디아 등의 로봇 플랫폼과도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K-팝이 X(옛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이튠스, 스포티파이와 같은 미국 플랫폼에 편승해 글로벌한 성공을 이룬 것처럼, 한국은 자율주행 AI인 알파마요(Alpamayo) 등 미국 플랫폼을 초기부터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물론 이번 기회에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의 플랫폼 리더가 되는 꿈도 가져볼 만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세계 최초 히트작을 한국이 만들어 내야 한다. 완전자율주행차는 웨이모와 테슬라에 엔비디아까지 가세한 상황이라 한국의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

한국은 대기업과 엘리트 로봇 스타트업이 쌍두마차 형태로 로봇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한국 최고 과학 엘리트들이 만든 로봇 스타트업 리얼월드의 로고.
이렇게 대기업과 유망주 스타트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중국의 ‘인해전술’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국·일본·대만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태릉선수촌에서 메달 유망주를 길러냈듯 소수 정예의 로봇 기업을 육성하는 전략, 경쟁력과 역량을 실력으로 증명해 내는 실증 테스트 과정,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생성 AI엔 늦었지만, 피지컬 AI엔 앞서가자”와 같은 새로운 구호를 내세워볼 만하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중국에 위축되기보다는 대등한 상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세대가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고,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것이 피지컬 AI 시대 경쟁력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음 단어 vs 다음 행동, 생성 AI가 로봇에 준 영감
로봇은 사람의 말과 주위 환경의 영상·소리 등 센서의 정보를 종합해 그럴듯한 행동을 생성해야 한다. 챗GPT 같은 언어모델은 본질적으로 N개의 단어를 넣으면, N+1번째 단어를 생성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생성 AI의 성공은 로봇 개발자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마치 거대언어모델(LLM)이 문장을 만들어내듯, 로봇은 동작을 만들어낸다. 로봇은 영상과 소리 등 다차원 정보가 들어오면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생성하는 기계로 정의할 수 있다.피지컬 AI에는 그래서 월드 모델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서, 시간 T의 3차원 영상을 보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시간 T+1의 3차원 영상을 예상하는 기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월드 모델이다. 로봇이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내부 모델인 이 월드 모델에 인간의 명령을 결합하고, 이에 따른 로봇의 행동을 생성하는 것이 시각-언어-행동 통합모델(VLA·Visual Language Action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멋진 로봇 역시 어떤 의식이나 감정을 가진 기계가 아니라, 어떤 세계의 모습을 인식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어떤 말을 들으면 가장 그럴듯한(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기계인 것이다.
이미 중국 대다수 호텔에선 다양한 로봇이 룸서비스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식당에서도 인간과 로봇이 같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피지컬 AI를 완전히 구현하기까지는 해결할 과제도 존재한다. 데모 단계에서 70% 동작하는 로봇으로는 부족하며, 실사용 단계에서는 99% 이상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로봇이 사람 손같이 정교한 손재주와 힘 조절을 하도록 하는 난제를 풀기 위해 촉각 센서, 적외선 카메라, 로봇 손가락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사람들은 로봇과 인프라를 관리하는 역할로 전환될 것이다. 의료를 포함한 모든 피지컬 AI 분야는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갖되 AI가 보조한다는 인간-AI 협업 모델 원칙하에 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민간에 로봇을 보급할 때 국가가 지원할 경우 민간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전쟁 시 입대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로봇 예비군, 로봇 민방위 제도를 통해 안보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피지컬 AI의 역할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일부 얼리어답터 계층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례가 많지만, 기술 성숙과 비용 하락이 지속되면 스마트폰이 그랬듯 로봇과 AI도 생활필수품이 될 것이다. 이마트는 이미 일렉트로마트 서울 영등포점에서 로봇 상품 14종 판매에 나섰다. 40여 년 전 세운상가나 용산전자상가에 Apple II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가 팔리기 시작했던 것과 유사하다. 이제는 로봇을 마트에서 사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혼자선 못하는 피지컬 AI, 이종 산업 간 연대로 돌파
피지컬 AI를 위해선 이종 산업 간 협력과 플랫폼 에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 분야는 AI 로봇 자체를 제조·판매하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로봇 임대(RaaS·Robotics-as-a-Service), AI 기반 유지·보수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탄생시키고 있다. 중소 공장은 값비싼 로봇을 구매하지 않고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하는 식인데, 로봇 도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로봇 운영 및 유지·보수 인력, AI 시스템 트레이너 등 과거엔 없던 직무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로봇을 관리하고 프로그래밍하는 테크니션 직군이 늘어나고 있고, 로봇 관제와 데이터 분석 인력도 필요하다. 로봇이 힘쓰는 동안 사람은 관리·기획·창의 업무에 전념하게 돼 업무 자체의 고도화가 이뤄진다. 모든 물리적 제품이 AI를 내재할 것이므로 디자이너도 피지컬 AI 디자이너로 변신이 요구된다.
한편 윤리·법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인류는 인간 복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AI 역시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본령을 잃지 않고 혁신을 추진해야 피지컬 AI와 인간이 공존 번영할 수 있다.

● 1969년 출생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학·석·박사 졸업
●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박사 수료
● 미국인공지능학회(AAAI) 혁신적응용상 4회 수상
● 現 한국AI서비스학회 회장




















![[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6년 ‘반중 지도자군(群)’의 행진](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9e/7c/5e/699e7c5e023ba0a0a0a.png)

![[영상] 김다현 “언제나 내 편인 ‘얼씨구다현’과 함께 붉은 말처럼 달리렵니다”](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8b/df/02/698bdf022269d2738e2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