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호

부동산, 이대로 두면 1년, 3년, 5년 뒤 이렇게 된다

[심층분석 | 이재명發 부동산 대책…시장이 이길까, 정부가 이길까] 세금 빼고 다 건드린 전방위 규제…

  •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입력2026-02-23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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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은 세금·규제, 李는 금융·허가·규제 지역 측면 포위

    • 시장은 ‘정책 의도’ 아닌 ‘정책 부작용’에 반응

    • 1년 뒤 상·하급지 분리…거래는 얼고 가격은 갈라지고

    • 3년 뒤 정책 평가 받는 시기…공급은 적은데 임대까지 소멸

    • 5년 뒤 시장 메커니즘…정상화 또는 정부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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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시장은 ‘새 룰’에 적응한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시장은 룰이 바뀐 게 아니라 룰의 외피만 바뀌었다고 느낀다. 이재명 정부가 꺼낸 카드들은 문재인 정부의 기억을 소환한다. 다만 당시 정책의 복사본은 아니다. 문 정부가 세금과 규제로 정면 돌파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금융(대출)과 허가, 규제 지역으로 측면 포위를 택했다.

    결국 시장이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세금은 일단 차선책, 대신 거래의 숨통을 조인다. 공급은 계획하되 시간은 벌겠다.” 정부의 이러한 메시지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집값을 잡는 척하다가 거래만 잡는 순간, 시장은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정부가 바라는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고, 실수요자는 지쳐가며, 지역 양극화는 굳어질 수 있다.

    李 정부가 꺼낸 세 가지 카드의 부작용

    이재명 정부가 첫 번째로 꺼낸 카드는 지난해 발표한 6·27 대책이다. 그런데 이는 “대출을 막아 수요를 꺾겠다”는 선언에 불과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리 조치를 공통 기준으로 확대했다. 핵심은 세 가지로 ①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최대 한도 6억 원 제한(고가 주택일수록 레버리지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구조), ②다주택자(수도권·규제지역)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사실상 금지, 1주택자도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는 최대 1억 원으로 제한, ③1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사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조건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양도세를 꺼내 들어 ‘버티기’ 시장을 만들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대출로 수요자의 ‘포기’를 유도했다.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면 수요자의 숨통을 끊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아파트를 살 마음은 있는데, 살 길이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게 쏟아졌다. 

    일례로 서울에 1주택을 가진 직장인 A씨는 부모 봉양을 이유로 자신의 집 근처에 소형 평수의 아파트를 하나 더 알아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세금 부담이 장벽이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세금 걱정보다는 대출부터 막혀 꿈꿀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추가 매수를 목적으로는 주담대를 받을 길이 아예 막혔기 때문. 그는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제도가 못 사게 한다”고 푸념했다. 



    두 번째 카드는 9·7 공급 대책이다. 당시 국토부가 “135만 호 착공”이라는 숫자를 내밀었으나 시장은 입주 가능 시기를 알기 원했다. 국토부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호(연 27만 호) 신규 착공을 목표로 하는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공공택지에서는 LH가 직접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향도 포함됐다. 그리고 2026년 1월 29일에는 ‘도심 우수입지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한 6만호 신속 공급’ 같은 후속 브리핑도 이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공급에 얼마나 ‘진심’이냐가 아니라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정부 발표 즉시 시장가격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시장은 착공·분양·입주라는 실물에 반응한다. 오늘 공급안을 발표한다고 해서 내일 당장 집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거 3기 신도시 공급 발표 때처럼 선분양 후에도 공사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출·규제·허가제는 오늘 발표하면 내일 거래가 멈춘다. 이러한 정부 정책 발표의 시간차 파급효과는 결국 시장을 왜곡한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인근 아파트 전세·매매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인근 아파트 전세·매매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카드는 10·15 대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분당·과천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동시에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고가 구간에서 크게 줄였다. 시가 15억~25억 원 주택은 4억 원, 25억 초과는 2억 원으로 축소했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나라에 ‘실거주 증명’과 ‘현금 보유’ 인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고가 주택에 대한 주담대 한도 2억 원 규제는 기이한 현상을 야기했다. 25억 원이 넘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경우 과거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틀 안에서 레버리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자의 범위가 급격히 좁아졌다. 교과서적으론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지만, 현실에서는 거래가 줄어도 호가는 내려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 팔 사람이 버티기 때문. 곳곳에서 가격은 그대로인데 거래만 죽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은 ‘정책 의도’ 아닌 ‘정책 부작용’에 반응

    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규제를 누적했고,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 응답했다. 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정상화로 “거래 정상화”를 외쳤지만,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는 하나의 기준이 된 지 오래였다. 이재명 정부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문 정부의 핵심 유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차이는 세금이 아닌 ‘대출과 허가’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둘 다 결국 같은 말로 받아들인다. “너희가 사고파는 방식을 정부가 결정하겠다”라고. 정부가 정책으로 시장과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 시장은 더 교묘하게 진화한다. 대출이 막히면 현금거래가 늘고, 허가가 걸리면 거래 회피·대기가 늘어난다. 규제지역이 늘면 수요와 유동성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한다. 가장 치명적 부작용은 규제가 강해질수록 선택지는 좁아지고, 선호 지역의 가격은 치솟는다. 이는 곧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낳는다. 시장은 정부 정책의 의도가 아닌 부작용에 반응하는 것이다.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지점은 따로 있다. 강한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2025년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연간 누계 상승률은 8.71%로 집계됐다. 구별 편차는 더 극적이다. 송파구 20.92%, 성동구 19.12%, 마포구 14.26%, 강남구 13.59% 등 선호 지역의 상승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이 숫자는 단순한 상승률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수요를 상급지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과 결과가 그 증거다. 시장은 전체 평균의 ‘하락 조정’보다는 ‘상위권 압축’으로 반응한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의도와 달리,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상급지 입성의 벽은 더 높아진다.

    1년 뒤 전망, 거래는 얼고 가격은 갈라지고

    앞으로 1년은 정책의 본질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앞서 정리했듯 6·27의 대출 통제와 10·15의 규제 중첩은 가격보다 먼저 거래를 쳤다. 내년까지 수요자들은 주택을 선별해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3가지 현상이 예상된다. 

    첫째로 서울은 ‘두 개의 시장’으로 분리된다. 상급지·대장급(한강벨트, 역세권 대단지, 재건축 기대) 아파트의 거래량은 줄어도 호가는 버틴다. 대출이 줄수록 현금 비중이 커지고, 그 시장은 정부도 더는 흔들기는 어렵다. 중하급지·외곽(신축 프리미엄이 약한 지역)의 아파트 거래절벽은 실거래 가격을 누를 걸로 보인다. “사고 싶어도 대출이 안 된다”는 수요층이 두꺼운 곳부터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규제는 집값의 사다리를 걷어차지만, 그 사다리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결국 ‘사다리를 타야 하는 사람’만 바닥으로 몰린다.

    둘째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을 통제한다. 토허제는 가격을 즉시 내리지 않는다. 대신 거래 시간을 늘리고, 그 시간은 기회비용, 대기비용, 갈아타기 지연 비용 등 각종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비용이 커질수록 시장은 덜 움직이는 자산, 즉 한 번에 확실한 주택으로 옮기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장급으로 더 쏠릴 수 있다. 

    셋째로 전세는 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갭투자 차단과 실거주 압박이 커질수록 임대 공급의 한 축은 위축된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무주택자는 전세 구하기도 어려운 시장을 다시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문 정부 때 전세난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는 매맷값 상승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현상이 형태만 바꿔 돌아올 수 있다.

    일례로 노원·도봉·강북 같은 지역은 ‘대출 민감도’가 높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구매력이 줄어든 계층이 먼저 매수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실거래가가 단기적으로 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장이 건강하게 조정되는 게 아니라 거래가 사라진 결과일 뿐이다. 이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판단은 “싸졌으니 무조건 들어가도 된다”는 생각이다. 싸진 게 아니라, 멈춘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를 찾은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를 찾은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3년 뒤 전망, 공급은 적은데 임대까지 소멸

    3년 뒤는 이재명 정부의 공급 정책이 평가받기 시작하는 시기다. 동시에 공급의 시간차가 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9·7 대책에서는 135만 호 착공을 내걸었고, 도심 6만 호 신속 공급 같은 1·29 후속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체감은 냉랭할 수 있다. 착공 목표는 많아도 ‘내가 이사할 집’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시장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3년 뒤 예상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정비사업의 속도’가 아니라 ‘정비사업의 병목’이다. 정비사업은 발표가 아니라 인허가·이주·철거·착공 순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한 곳에서라도 병목현상이 일어나면 시간은 늘어지고, 공급도 막힌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싶어도, 행정과 민원과 금융이 동시에 풀려야 한다. 수요자들은 이미 문 정부 때 ‘정비사업 지연 → 공급 부족 → 가격 자극’의 고리를 경험했다. 3년 뒤 이러한 고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예상 리스크는 ‘세금 대신 대출 규제’ 정책의 부작용 누적이다. 세금은 내면 끝나는 문제지만, 대출 규제는 매 순간 영향을 미치며 한 가족의 인생 경로에 개입한다. 주택 갈아타기 타이밍을, 거주할 동네의 선택지를, 청약 전략을 바꾸게 만든다. 누적된 사회적 피로감은 단순한 불만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긴 게 아니라, 시장을 분노하게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세 번째 예상 리스크는 시장이 다시 ‘보유세 카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공약을 시장도 믿고 있다. 그러나 각종 규제로도 효과가 없으면 정부도 다음 수단을 고민하게 된다.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 같은 강력한 단속 기구 설치는 그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정책이 한번 더 강해지면, 시장은 기대를 꺾기보다 강한 불신을 갖기 마련이다. 불신이 쌓인 시장은 작은 신호에도 과잉 반응할 수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5년 뒤 전망, 정상화 또는 文 정부 데자뷔

    5년 뒤 성적표는 “집값을 잡았냐”에 있지 않고 “시장 메커니즘을 덜 망가뜨리면서 과열을 다뤘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결말이 예상되는 데 첫째는 정상화 시나리오다. 공급이 실물로 나타나고, 규제가 순차적으로 풀리면 시장은 정상화된다. 9·7 대책의 공급 목표대로 서울 도심에 신속 공급 같은 ‘가시적 물량’이 체감되고, 나아가 규제지역 및 허가구역이 단계적으로 해제되면 시장 균형점을 찾을 것이다. 이 경우 5년 뒤 서울은 ‘선호 지역은 비싸지만, 거래는 돌아가는 도시’가 된다.

    그러나 둘째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문 정부의 데자뷔처럼 공급은 지연되고, 규제만 남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문 정부 집권 후반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는 누적되고, 시장은 더 좁아지고, 가격은 상단으로 압축된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은 세 가지로 ①상급지 쏠림 현상 고착, ②면적 쪼개기(국평에서 소형으로), 지역 쪼개기(서울에서 서울 근접), 계층 쪼개기(현금 보유층 vs 대출 증가층), ③경매·특수거래 같은 합법 영역 내에서의 ‘경로 변경’ 증가 등이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안정이 아니라 왜곡된 새로운 균형을 야기한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겠다고 칼을 휘두를수록, 시장은 칼을 피하는 법부터 배운다. 실수요층은 향후 1년, 3년, 5년 뒤의 가격이 아니라 ‘경로’를 예측해야 한다. 이 칼럼의 핵심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오른다 혹은 내린다가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지역의 주택을 살 수 있는가’에 있다.

    정부는 이미 답을 제시했다. 6·27 대책은 ‘대출 의존 시장’을 억눌렀고, 10·15 대책은 허가와 규제 속의 거래 질서를 강화했다. 9·7 공급대책은 “공급을 통한 중장기 해법”을 제시했지만, 시장은 “공급은 미래의 약속, 규제는 현재의 고통”이라고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행동 기준도 명확하다. 거래절벽으로 인한 하락장에서 급매를 피하고, 상급지 추격 매수 시에는 가격보다 ‘대출 여력’과 ‘실거주 요건’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 규제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의도’가 아닌 ‘결과’로 평가받았다. 시장은 규제에 순응하기보다 더 강한 지역으로, 더 좁은 문으로 몰렸고 결국 더 비싼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재명 정부가 그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걷는다면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규제로 집값을 잡지 못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신속한 공급, 적절한 대출 완화가 따르지 않으면 결국 시장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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