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은 ‘비리 정치인’이자, ‘李 비리 목격자’
“압력에 시달린다, 나의 자백 알려지면 입 다물겠다”
국정원 문건, 사실 이화영이 관련 내용 알려줘 수집
‘배신자’ 낙인 우려…증거 알려주며 “니들이 밝힌 거로 해라”
이 대통령 방북 추진 몰랐다? 北에 납치당할 뻔했다는 건가
형량 거래 시도? 의율 변경하면 공소 유지되지 않아
‘술 파티’ 때 먹었다던 연어덮밥, 메뉴판에도 없던 음식
이재명 공소 취소? 특검은 책임지지 않는 조직, 검찰 통하라
“검사는 자백을 받는 사람이지 자백을 막는 사람이 아니다. 물증과 진술이 어긋나면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진술을 이끌어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피의자는 언제 자백하느냐. 회유를 받았을 때? 아니다. 증거가 나왔을 때다. 부인해도 더는 소용없다고 판단되면 자백한다. 우리 법은 자백한 사람을 선처해 주기 때문이다. 원칙을 따랐고, 어긋난 점은 없었다.”
박상용(45)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4월 10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을 이같이 복기했다.
이 사건은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요청을 받아 경기도를 대신해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이 전 부지사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고, 검찰의 공소사실도 인정했다. 큰 틀에서는 사실관계가 정리됐으며,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비리 정치인’이자, ‘李 비리 목격자’”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4월 10일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 및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부지사는 특수한 신분을 갖고 있다. 그는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으로서 피의자다. 동시에 상급자가 저지른 거대한 비리를 알고 있는 제보자이자 목격자다. 그는 본인이 목격한 내용을 검찰에 진술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큰 정치세력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물론 ‘피의자 이화영’은 엄격하게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더 거악(巨惡), 더 큰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보자 이화영’은 보호하고 사건의 실체를 말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더 큰 범죄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건….
“그가 ‘당신(박 검사)이 아는 것보다 상급자(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지칭)의 죄가 훨씬 크다’고 얘기한 게 잊히지 않는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니 적극적으로 진술을 이끌어내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게 내 일이지 않으냐. 이 전 부지사는 특정 집단에 의해 가스라이팅에 준하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자백을 막으려는 압력이 있었고, 진술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전 부지사가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직접 말했나.
“너무나도 많이 토로했다. 녹취록에 ‘공익제보자’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자백을 시작할 때부터 일관적이게 ‘자백 내용이 조금이라도 언론으로 새거나 민주당에 알려진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굉장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30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하다 보니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겠나. 계속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변호인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변호인 문제?
“그렇다. 설주완 변호사는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자신을 위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말을 민주당에 보고하는 사람인지 의심됐을 것이다. 게다가 자백을 시작했더니 설 변호사가 갑자기 그만뒀다. 그래서 거금을 써 서민석 변호사에게 수임했더니 배우자와의 마찰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그만뒀다. 제3자로 인해 변호인이 계속해서 바뀐 셈이다. 누구라도 입을 여는 데 부담을 느꼈을 상황이다.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녹취록이 있다.”
무엇인가.
“이 전 부지사가 구치소에서 외부인과 접견할 때 나눴던 대화 기록은 다 남아 있다. 이 전 부지사 측 역시 문서 송부 청탁을 통해 관련 문건을 갖고 있으며 유리한 부분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내가 회유와 압박을 했다면 지인과의 대화 속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겠나. 연어·술 파티에 대한 암시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전체 내용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이 전 부지사에게 가해졌던 외부의 압력이 고스란히 공개되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조사(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절대 그러지 않는다.”
“입 열게 한 국정원 문건, 사실 이화영이
관련 내용 알려줘”

박상용 검사가 4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뉴스1
“통화 상대인 서민석 변호사는 나보다 법률 전문가다. 사법연수원 15기수 선배이고 20년 이상 판사 생활을 했다. ‘프로’끼리는 회유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녹취록에서 드러나듯, 그와 나는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죄 처벌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 전 부지사가 선처를 받으려면 어떤 진술이 필요한지 설명한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든 이 씨는 더 거악인 ‘윗선’에 대한 제보자이자 목격자였다. 그의 변론 방향에 따라 선처의 조건도 달라지는 만큼 변호인에게 설명을 한 과정이었다.”
거듭 ‘거악’을 말하는데, 이 대통령을 범죄자로 단정한 측면은 없나.
“‘부지사 이화영’은 ‘지사 이재명’의 기관(器官·일정한 모양과 생리 기능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의 부분)이다. 예컨대 손으로 물건을 집었는데 머리가 모를 수가 있나.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잡기 위해 북한에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를 몰랐다? 그렇다면 이 전 부지사가 북한과 (이 대통령의) 납치를 모의했단 말인가. 두 사람이 협의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해 (중국) 출장을 다녀왔고, 출장보고서도 만들었다. 부지사가 만든 보고서는 누가 읽을까. 딱 한 명(지사)밖에 없다. 여러 객관적 증거가 수집돼 두 사람이 공동 정범이란 결론까진 내려졌었다. 사안이 명백하니 증거에 맞는 진술, 실체에 따른 진술을 요청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자백을 결심한 데에는 검찰의 ‘국가정보원 문건’ 확보가 결정적이었다. 해당 문건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과 공모해 북한에 자금을 보냈고, 일부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목적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과 국정원 문건을 교차 검증해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했으며, 이 가운데 300만 달러가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관련해 서민석 변호사도 2023년 5월 25일 박 검사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문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800만 달러는 다 무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국정원 문건을 보고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하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했으나, 이내 “진실은 보다 복잡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실 이 전 부지사가 (국정원이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덕분에 국정원 문건을 수집할 수 있었다. 김성태 전 회장이 모든 사실을 진술한 터여서 이 전 부지사도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고 자백하면 배신자가 되니 중요한 증거를 알려주며 ‘니들이 밝힌 걸로 해라’ 이렇게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전 부지사는 국정원 문건이 밝혀져 자백을 한 것이다. 연어덮밥 때문이 아니다.”
피의자가 연어덮밥을 먹는 일이 흔하나.
“보통 검찰에서 조사할 때 설렁탕, 갈비탕, 육회비빔밥 등 외부 도시락을 제공한다. 연어덮밥보다 앞의 세 가지 메뉴가 더 비싸다. 소고기가 연어보다 비싼 게 당연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이 전 부지사가 연어덮밥을 먹은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이야긴가.
“연어덮밥 말고 회덮밥을 주문했을 것 같다. 연어덮밥은 메뉴에도 없던 음식이다. 그냥 이것저것 많이 주문하니 (음식점에서) 연어초밥을 서비스로 주지 않았을까. 이 전 부지사도 처음에는 ‘연어회’라고 했다가 ‘연어초밥 내지 덮밥’을 먹었다고 말을 바꿨다. ‘초밥 내지 덮밥’이라는 음식이 어디 있나. 회덮밥을 주문했고, 연어초밥은 서비스로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식사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식사 자리에 없었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저녁마다 부장한테 보고를 해야 해서 거의 부장과 함께 식사했다. 이 전 부지사 측도 내가 식사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연어·술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과 수원지검, 법무부가 각각 조사했다. 지난해 9월 18일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도 꾸려졌는데,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양식 있는 1~2명이 살펴보면 금방 확인될 사안인데도 말이다.”
술 반입은 가능한가. 여당 의원들이 소주를 빈 생수병에 옮겨 담는 작업을 시연했다.
“불가능하다. 교도관들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식사를 한 수원지검 1313호실은) 작은 방인데다 교도관이 1인당 2명씩 붙는다. 게다가 교도관은 함께 식사하지 않으며 옆에서 지켜본다. 술을 마시면 술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께서 동일한 장소에 가서 술 냄새가 퍼지는지 아닌지 실험해 보시라.”
형량 거래 시도? 의율 변경하면 공소 유지되지 않아
이화영 전 부지사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와 통화를 많이 했는데.“통화를 많이 하면 거래한 것이고, 적게 하면 거래를 하지 않은 것인가. 거래를 했다면 ‘거래 내역’이 있어야 한다. 내가 거짓 자백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제공하려 했는지가 담긴 녹취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 거래가 없었으니까.”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더라도 의중을 전하며 압박할 수 있진 않나.
“녹취록을 보면 대화에 결론이 없다. 2023년 6월 19일자 녹취록에는 ‘어떻게 이 전 부지사를 종범화하느냐’ ‘너무 힘들다. 차라리 (이 전 부지사가) 싹 다 부인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전체 내용을 봤다면 알겠지만 굉장히 공허한 대화였다. 그저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을 찾으니 만나달라’고 했다. 심지어 서 변호사는 한참 선배라 예우해 가며 읍소하듯 말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추가 수사들은 제가 다 못 하게 하고 있다”는 발언이 담겼는데.
“특정 수사를 없애는 식으로 거래를 했다는 게 아니다. 사건의 본류와 관련된 중요한 자백이 나오면 반드시 그에 맞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사팀의 수사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하면 사건 본류에 대해 수사해야 할 수 있으니) ‘스탠바이’ 한 것이다. 진술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수사 일정이 어그러진 측면도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야기하겠다’고 해놓고, 매번 ‘그런데 오늘은 아니고 내일 하겠다’며 미뤘다. 이런 양상이 너무 반복돼 ‘그냥 자백하지 말고 수사를 마무리 짓게 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에는 관련 제도가 없지만 사실상 ‘플리바게닝’을 시도한 것 아니냐.
“한국에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는 이유는 검사의 결정이 확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가 의율(擬律)이나 구형을 변경해도 결국 판사의 판단을 따른다. 가령 이 전 부지사는 일반뇌물죄로 해주고, 이 대통령만 특가법상 뇌물죄로 기소했다고 가정해 보자. 공범으로서 같은 뇌물을 받았다면 한국에서는 공소 유지가 되지 않는다. 의율 변경을 해도 판사가 얼토당토않게 생각한다면 아무 효과도 없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사람이 20년 이상 판사를 지낸 서 변호사다.”
연어·술 파티 논란 이후 서 변호사에게 연락한 적 있나.
“따로 소통하진 않는다. 다만 서 변호사가 특정 매체에 출연해 ‘녹취록을 밝히겠다’고 하기에 ‘그럴 거면 전체 내용을 다 밝히시라’고 전했다. 수십 통의 전화를 나눴는데 서 변호사는 단 두 통만 공개했다. 그마저도 전체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잘라서 공개했다. 녹취록에 ‘여보세요’ ‘끊을게요’ 같은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쌍방 통화인데 녹취를 갖고 있지 않나.
“그래도 검사인데 어떻게 나를 믿고 전화한 사람의 통화 내용을 녹취해 두겠나. (서 변호사가) 변론 방향을 정하기 전 상의하려고 전화한 것인데 그걸 두고 ‘나중에 이용해 먹어야지’ 이랬겠느냐. 평생을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李 대통령 공소 취소? “특검은 책임지지 않는 조직,
검찰 통하라”
여권에서는 “조작 수사가 이뤄졌으니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한다.“500명 이상을 조사했고, 재판만 2년 넘게 진행됐다. 한국에서 날고 긴다는 변호사들이 다 매달린 재판이었다. 이들은 130명이 넘는 증인을 반대 심문했다. 1·2심에서 각 3명의 판사가 3심에서 13명의 대법관이 (검찰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사법 불신이 얼마나 심한지는 모르겠다. 변호사를 회유하거나, 진술 세미나를 가지거나, 연어·술 파티를 벌여 없던 죄를 만들 수는 없다. 그건 판타지 세계에서나 가능하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가.
“원칙대로 재심 절차를 거친 다음에 공소 취소를 하길 바란다. 정 못하겠다면 말 잘 듣는 법무부와 검찰을 통해 공소 취소하라. 대장동 사건을 항소 포기한 것처럼, 돈봉투 살포 의혹을 상고 포기한 것처럼, 이 사건도 검찰을 통해 공소 취소하라. 특검은 책임지지 않는 조직이다. 한시적으로 구성됐다가 사라진다. 검찰이 하면 훗날 책임을 져야 하니까 특검에 시키려는 것 아닌가. 왜 국민이 훗날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유튜버 김어준 씨의 채널에도 나갈 용의가 있다. 실제로 몇몇 진보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 제안이 와서 ‘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거절당했다. 김어준 씨는 ‘박상용 검사는 정치 생각이 있으니 마이크를 주면 안 된다’더라. 나는 정치할 마음이 전혀 없다. 홀로 법정다툼을 이어가겠지. 지금이야 다들 관심을 가져주지만 2년만 지나면 ‘그 검사 아직도 그러고 있느냐’ 할 것이다. 검사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녀도 돌보고 부모님도 챙겨야 한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사법개혁, 정치인 ‘연명 기회’로 악용 우려…피해는 국민이”
“지구촌 문제? 작은 행동이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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