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헌재 재판관들에겐 ‘촛불민심’ 안 먹힌다”

김대중 비서 출신 조승형 前 헌법재판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12-20 1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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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가 심리를 서둘러 2017년 1월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 3월 대선이 실시된다. 이 경우 현재 여론지지율이 높은 야당 주자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헌재가 박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결정하면 이는 야당엔 ‘재앙’이다. 헌재 심판이 늦춰지는 건 대선 주자감 찾으랴, 개헌 준비하랴 바쁜 여당에 유리하다.

    ‘신동아’는 조승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의견을 들어봤다. 조 전 재판관은 검사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대통령후보 비서실장)와 국회의원을 지낸 뒤 5년간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했다. 정치 경험과 재판관 경험을 두루 갖춘 거의 유일한 법조인이어서 그의 견해는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언론에 등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헌재 내규에 따라 탄핵 심판은 최장 180일, 그러니까 2017년 6월 6일 이내 결정된다고 합니다. 야권은 결정을 빨리 내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재 내규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말 6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양 굉장히 많고…길어질 듯”

    ▼ 왜 그렇습니까.

    “6개월까지 끝내라는 게 강제 규정이 아니니까요.”

    ▼ 야권이 이번 탄핵소추안에 탄핵 사유를 너무 많이 넣어서 헌재가 심판할 내용이 방대해졌다고 봅니까.

    “위반 조항이 16개나 됩니다.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더구나 심판을 하려면 사실을 확정해야 하거든요. 검찰이 법원에 (최순실 씨 등을) 기소한 부분 있죠?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서’라고 썼거든요. 헌재가 사실을 확정하려면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이 사실인지에 대해 확실하게 법원 판결이 나야 합니다. 헌재가 심판하는 사이에 그 판결이 나긴 어려운 것 같고요. 그러면 헌재가 직접 증거를 채택해 사실을 확정해야 해요. 16개나 되니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길어질 것 같아요.”

    ▼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받은 뒤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박한철 재판소장 퇴임 전인) 1월 말까지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3월 초까지는 될까요.

    “8명이 굉장히 빨리 하면…이틀에 한 번씩 한다든지 그러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증인 조사를 해야 하거든요. 증인 신청을 받아서 채택하고 통지하고 송달하고 어쩌고 하면 한 번 하는 데에 최소 2주일 이상 걸려요. 더구나 증인 조사를 여러 차례 할 것이고…. 직권 조사도 해야 하고 증인들이 또 생겨나면 그 사람들도 불러야 하고 다른 조사도 필요하면 해야 하고…이러니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어요.”

    ▼ 3월 내 완료될지 불명확하다?

    “명확하지 않죠.”

    ▼ 박근혜 대통령 쪽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경우 헌재가 사실을 쉽게 특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연히 부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증인 심문을 잘해야 할 겁니다.”



    “朴, 하야 의사 전혀 없다”

    ▼ 결정이 어떻게 났는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청와대나 야권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까요. 헌재 내에서 관여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럴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렇게 할 재판관이 아마 없을걸요. 연구관들은 결정이 어떻게 나는지 모르고요.”

    ▼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 이전에 하야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검찰의 최순실 사건 수사 결과가 진실하다면,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특검이 박 대통령을 구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구속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버틸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 그러면 박 대통령은 헌재로부터 탄핵 기각 결정을 얻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특검에서 구속되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수사가 종료되는 이후까지 헌재 심판을 계속 끌고 가려는 장기전 전략을 펼 것 같은데요.  

    “박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 얘기했죠? ‘담담하게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리겠다’고. 그러니까 전혀 하야 의사가 없는 거예요.”

    야당은 헌재도 100만 촛불시위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몇몇 정치평론가도 “헌법재판소는 정무적 판단도 한다. 헌재가 국민 여론을 거슬리는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고 본다. 이럼 점에 대해 조 전 재판관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 하야·탄핵 요구 촛불시위가 대규모로 발생했습니다. 계속 이어질 것 같고요. 재판관들이 이러한 촛불시위 민심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안 받아요.”

    ▼ 왜 그렇습니까.

    “법률적인 자기 소신이 있기 때문에. 물론 어떤 재판관은, 혹시 한두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재판관 대부분은 자기 소신을 지킵니다.”



    “두려워는 하겠지만…”

    ▼ 재판관들이 촛불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 위협을 받는다든지 불명예를 얻게 될 것이라고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예, 두려워는 할 겁니다. 그렇지만 자기 명예가 있는데…. 각자 자기 이름으로 의견을 내도록 돼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뚜렷한 규정이 없어서 소수 의견을 적시하지 않았어요. 그 뒤로 국회에서 소수 의견을 내도록 개정했어요. 각자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으므로 자기 소신대로 할 겁니다.”

    ▼ 탄핵하라는 촛불시위든, 탄핵하지 말라는 촛불시위든 재판관들이 영향을 안 받는다는….

    “네, 그런 영향 안 받아요.”

    ▼ 박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들이 있는데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 전혀 상관없을까요?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지만 그렇다고 대통령과 특별히 친분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기 평생의 명예가 있는데 함부로 한쪽을 두둔하지 않을 거예요.”

    ▼ 박 대통령이 대법관 같은 법원 고위직 출신에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을 변호사로 선임하면, 이것이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요.

    “그것도 상관없습니다. 재판관들은 자기 명예를 더 생각하지 남을 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 소신대로 충분히 토론합니다.”

    조 전 재판관은 기자와의 질의응답에는 응했으나 자신의 의견이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면서 기사엔 ‘전(前) 재판관’이라는 익명으로 게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동아는 조 전 재판관이 내놓은 의견의 가치나 기사의 공신력을 고려해,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그의 답변 내용을 실명으로 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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