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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박정희 시대 100년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

류석춘 박정희연구회 회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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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늘의 대한민국 만든 근대화 혁명가
  • ● 박정희 패러다임 2017년에도 유효
  • ● 朴, 가산국가적 전통 살려 산업화
류석춘(61)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 박정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때 ‘명(名)정무수석’으로 이름을 날린 고(故) 류혁인 전 공보처 장관의 아들이다.

그는 사회학의 창(窓)을 통해 ‘박정희 시대’에 천착해왔다. ‘박정희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은 없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2016년 12월 6일 연세대 위당관에서 그를 만나 ‘박정희와 박정희가 남긴 것’에 대해 들었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나.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차지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그 문턱까지 올라섰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계 10위권 내 국력을 가졌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근대화 혁명가다.”

▼ 2017년 시점에서 본 박정희는.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분이라는 점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그렇게 하는 과정이 요새 말하는 민주적 절차와 조금 다르기에 논란이 될 뿐이다.”



박정희와 레닌

그는 ‘레닌과 박정희’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러시아 혁명을 이끈 레닌의 묘비에는 이렇게 써 있다고 한다.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 것이다, 우리가 처했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잔혹한 일들은 결국 이해되고 변호될 것이다. 레닌은 아마도 자신과 자신의 동지들이 혁명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폭력과 잔혹의 장면을 용서받고 싶었을지 모른다. (…)

다시는 자신과 같이 불행한 군인이 없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훔치는 박정희의 모습을 기억하며 레닌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그런 박정희의 모습을 두고 정치적으로 계산된 제스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공산당을 때려잡은 박정희의 행적은 역설적이게도 레닌의 묘비명과 같은 처연함을 보여준다. 그가 처했던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잔혹한 일들에 대해 그는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스스로의 잔혹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레닌을 비교한 적이 있다.

“레닌은 소련을 한때의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공산주의가 해체됐다. 러시아 역사에서 굉장한 역할을 했으나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잘못한 게 많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러시아인은 레닌을 굉장히 기린다.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가. 대한민국이 누리는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는데도 일부에서만 기리고 다른 일부는 욕을 한다. 기막힌 일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표현엔 어떤 의미가 담겼다고 보나.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근대화하고자 추진한 일을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그 방식에 반대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알았다. 그 사람들이 ‘내가 죽고 나서도 나를 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죽고 나서 일부는 비난하고 비판하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 이 나라는 내가 추진한 일을 해야 했다’는 소신을 가진 덕분에 우리에게 세계 10위권 내 국가라는 자랑스러움을 물려준 것이다.”



“권위주의적 발전 이뤄내”

▼ 일각의 ‘박정희 우상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비판론자는 박정희 대통령을 김일성처럼 우상화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박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경북 구미 생가나 KAIST 등 업적과 관련된 곳에 동상이 서 있는데, 그 정도의 일을 우상화라고 하긴 어렵다. 우상화는 북한처럼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 비판론자는 민주주의 후퇴, 인권 및 노동자 탄압 등 그늘을 강조한다.



“국민이 100% 만족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예를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도 산업화 초기엔 권위주의적 방식을 택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 체제, 프랑스의 나폴레옹 시기, 영국의 크롬웰 체제도 정적들을 가혹한 방식으로 제압했다. 싱가포르나 이스라엘, 대만 같은 나라도 한국 못지않은 권위주의적 통치를 거쳤다. 싱가포르는 현재도 권위주의적 체제에 가깝다.

박정희 대통령이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보다 더 가혹했다거나 독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 흐름에서 필요한 시점에 요구되는 일을 한 것이다.”  

그는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고 했다.  

▼ 유신 체제에 대한 평가는.

“비판론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고 비난하는데, 오원철 전 대통령경제제2수석비서관이 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유신 없이 중화학공업화가 가능했겠느냐’고 그는 되묻는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국회의원들이 공사장에 드러누우면서까지 반대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그때 고속도로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산업화는 상당히 늦춰졌을 것이다. 중화학공업화도 마찬가지다. 오 전 수석의 견해를 깊이 새겨야 한다.”



“특정 단계 거치면서 겪은 아픔”

▼ 작가 김훈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땅을 덮는 업적, 하늘을 찌르는 죄악’이라고 표현했다.

“하늘을 찌르는 죄악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기 희생된 분들이 있다. 다만 1960~70년대 우리나라 수준에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를 따르면서 좌익 사범이나 간첩 사건을 해결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압에 의한 수사로 인해 훗날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의 상당수는 본질적 차원에서는 북한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이나 명예회복이 진행됐다. 특정한 시기, 단계를 거치면서 겪은 아픔이다.”

그는 “박정희 시대의 권위적 시스템이 동양의 가산국가(家産國家)적 전통을 살려 지대 추구를 위해 자본이 사활적 경쟁을 하도록 압박함으로써 급속한 자본 축적과 그에 따른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가산국가라는 개념은 요즘엔 환영받지 못하는 전근대 사회의 특성을 가리킨다. 전근대 사회는 어떤 경우에는 봉건제 국가, 다른 경우에는 가산제 국가였다. 한반도의 국가는 중앙집권화가 굉장히 일찍 됐다. 고려와 조선의 중앙 권력이 막강하지 않았나. 고려 때 무신정변이 마무리되면서 가산국가가 정립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중앙집권화한 권력의 유산을 물려받은 게 오늘날의 한국 사회다. 가산국가적 전통을 살려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집권화한 권력을 적절히 잘 활용해 산업화를 이뤄냈다는 얘기다.”

▼ 박정희 패러다임 혹은 박정희주의가 2017년에도 유효할까.

“많은 이가 과거엔 유효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등장한 게 ‘공적 자금’이다. 김대중 정부는 공적 자금을 갖고 ‘회생 가능한 기업은 이 기업이다, 회생 가능한 금융기관은 이 기관이다’라고 판별해 회생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안 줘서 죽게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하는 기업, 못하는 기업을 나눠 잘하는 기업을 지원한 것과 같은 모델이다. 하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맥락은 다르지만 방식은 똑같다.”



박정희의 허리띠

▼ 박정희식 발전 모델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 불리는 주류 경제학과 충돌한다.  

“상당수 사람이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나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과거처럼 정부의 덩치를 키우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효율적이고 작아야 하지만 힘이 없으면 안 된다고 본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영국 보수당의 행보나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보듯 이전처럼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의견이 쇠퇴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자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박정희 패러다임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과거와 똑같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그렇다는 것이다.”

▼ 장기 집권 탓에 성과를 독차지했다는 평가도 있다

“오랫동안 집권했다고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을 보라. 남미를 보라. 장기 집권했는데도 성과 없이 독재만 하고 끝난 경우가 수두룩하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연사했더라면 논란은 지금보다 적지 않았을까.  

“1970년대 말 유신체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가 권력 내부의 화두이던 것으로 안다. 유신체제를 직접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는 사건(10·26)이 벌어졌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잘했을 거다, 못했을 거다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한시적 체제라고 여긴 사실은 여러 기록에 나타난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탓에 보수 정치가 위기다.

“이명박(MB), 박근혜 9년을 거쳤다. MB는 보수주의자인 내가 봐도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MB보다는 나은 것으로 느꼈는데,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이분도 참 안타까운 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 탓에 보수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참신하지 못하고 부패했으며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근검절약하면서 자신을 희생했다. 돌아가실 때 허리에 찬 벨트가 해진 것을 군의관이 보고 놀랐다지 않나. 박정희 대통령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보수주의 정치인이 줄었다.”



‘박정희 총서’ 발간 준비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을 맡았는데 ‘박정희 100년’ 사업은 잘 진행되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정희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리는 행사를 열려고 한다. 국제학술회의, 음악회 등도 계획했는데, 잘될지 걱정이다. 최순실 사태로 후원 등을 받는 데 애로가 있을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까지 덩달아 저평가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 박정희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1주 혹은 2주마다 모여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 공부를 하며 ‘박정희 총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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