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링 기술로 누리호 발사에 필요한 300t 추력 엔진 개발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후 카이스트서 열유체역학 석·박사
“우주산업 인력 부족, 학계의 지원과 투자 절실”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 추진기관체계팀장. [사진=KARITV 유튜브 캡처]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한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6월 22일 오전 11시경, 조기주(53)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발사체 추진기관체계팀장은 발사에 성공한 소감을 묻자 “좋았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조 팀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의 주역으로 꼽힌다. 누리호에 처음 도입한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가 바로 그다. 클러스터링은 소형엔진 여러 개를 묶어 대형엔진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는 기술로, 누리호는 1단 로켓에 75t 엔진 4기를 한 다발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해 발사에 필요한 300t의 추력을 낼 수 있었다.
조 팀장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87학번으로 대학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열유체역학을 전공하며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3년간 연구진으로 일하다 항우연으로 적을 옮겼다. 그 이유를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말했다.
“학위를 마치고 연구 현장에 있다 보니 우주산업에 원천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조 팀장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갈 길이 멀다”며 “누리호 이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문답.
-누리호 발사에 성공할 당시 기분이 어땠나.
“좋았다. 무척 긴장한 상태로 지켜봤다. 성공을 자신했지만 실제 발사하는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기에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시뮬레이션도 거듭하고 발사체를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만전을 기하지만 발사를 해야만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식사는 잘했나.
“긴장되고 하루 종일 발사체 운용을 해야 해서 밥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 한 조각 먹은 게 전부다.”
-누리호를 개발하는 동안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았을 것 같다.
“상황마다 다른데 주요 시험이나 발사를 앞두고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검토할 것이 많고 이때도 역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제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는 날은 잠을 잘 잔다.”
-클러스터링 기술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누리호를 발사하기 위해 필요한 추력이 300t이다. 그러려면 300t짜리 대형 엔진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형엔진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발사체 2단에는 75t 엔진을 장착한다. 2단용으로 개발한 75t 엔진 4기를 같이 묶으면 300t이 나오니까 개발 방식에 클러스터링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처음에 클러스터링 기술을 도입할 때 새로운 시도여서 주위의 우려가 있었을 법한데.
“누리호는 대형 출력을 얻기 위해 작은 엔진 여러 개를 모으는 클러스터링을 도입했는데 이런 사례가 세계 최초는 아니다. 클러스터링은 발사체를 개발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간 거라서 그런 방식을 적용하는 자체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우리 기술력으로 과연 4개를 붙이는 클러스터링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6월 21일 오후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 세계적으로 우주시대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공위성을 만들어서 위성 관련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인공위성을 만들어도 발사체가 없어서 러시아나 미국에 가서 발사했다. 그런데 이번에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 위성을 우리 힘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발사체가 없어서 해외 정세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치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인공위성을 다 개발해놓고도 발사하지 못할 수 있다.”
-우주산업 분야의 인력 풀이 두텁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주산업 불모지였고 누리호가 첫 우주발사체다 보니 연구원도, 제작하는 기업도 이번에 처음 모아졌다.”
-어쩌다 우주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
“항우연이 누리호 이전에도 나로호 등 과학 로켓 발사를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걸 알고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학위를 마치고 연구 현장에 있다보니 우주산업에 원천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적을 옮기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바람이 뭔가.
“앞으로 누리호 이후에도 많은 발사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연구투자는 과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 양성도 절실하다. 학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시대 흐름이 우주 개발보다는 인공지능과 반도체에 쏠려있는데 이제는 우주산업에도 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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