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 임대인 실거주 확인 ‘구멍 숭숭’

국토부 관계자 “과태료 내면서 신고 안 하는 것은 못 막아”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6-16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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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 [동아DB]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 [동아DB]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봉모(39) 씨는 2020년 10월 임대인(집주인)에게 퇴거 요청을 받았다. 당장 갈 집이 없던 봉씨는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집주인 측은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봉씨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거절했다. 봉씨는 같은 해 12월 말까지 해당 아파트에 살다가 원래 살던 집보다 보증금이 1억6000만원 높은 인근 단지로 이사했다. 한 달 뒤 봉씨는 자신이 쫓겨나듯 나온 집이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비슷한 사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청구권 사용을 거절했다면 2년 동안 해당 주택을 매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다만 법원은 매매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임대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태료 최대 100만 원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 시행의 일환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지 2년을 앞두고 있지만 임대인이 ‘실거주’를 명목으로 임차인의 계약 연장을 막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하면서 계약 갱신이 거부된 임차인이 임대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전월세 계약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아 임대인의 허위 실거주에 제동을 걸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월세신고제에 따라 부동산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복지센터에 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보증금 6000만 원, 월세 30만 원을 초과하는 전월세 주택이 신고 대상이다. 올해 5월 26일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 유예기간을 2023년 5월 31일까지로 한 해 연장했다. 내년 6월부터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과태료는 최대 100만 원에 그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보증금의 5% 이내 인상률로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가가 크게 오르면서 임대인은 재계약을 손해로 느낄 공산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올해 2509만 원을 기록해 5년 전보다 64.9% 올랐다.

    부동산 관련 법적 분쟁 사건을 여럿 수임한 유형빈 변호사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초기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받을 때 얻게 되는 경제적 편익이 크다”면서 “형사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100만 원 수준의 과태료만 내면 되는 임대인으로선 전월세계약을 신고하지 않고 억 단위 시세차익을 누리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전월세 계약을 둘러싼 임대인, 임차인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접수한 전월세 계약 관련 분쟁 1635건 중 계약갱신 및 종료에 관한 것은 307건이다. 이중 계약 당사자 간 조정이 성립된 것은 43건에 그쳤다.



    “확정일자로 확인 가능”

    정부의 대책은 무엇일까.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계약 갱신이 거절된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었던 자’가 주택의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인의 고의적 전월세 계약 신고 누락을 막을 대비책을 묻자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내야 할 과태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악의적으로 전월세 계약을 신고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전월세 계약을 신고하지 않으면 유예기간 이후 신고 의무가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공히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했다. 이어 “임대인이 임차인의 과태료를 대신 내준다고 해도 임차인에게 과태료 부과 기록은 남는다. 이를 감수할 임차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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