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날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2014년 8월 로스쿨 학생 100여 명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며 외모를 품평했다. 한 여학생에게는 “이효리다, 이효리 어디 갔다 왔어. 너 없어서 짠(건배) 못 했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학생에게는 자리에 있던 한 남학생을 가리키며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냐. 난 안기고 싶은데”라고 발언했다. 당시 함께한 학생들은 송 후보자의 행태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준비했지만 송 후보자가 사과하고 피해 당사자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일단락됐다.
비판이 일자 이날 오후 송 후보자는 공정위를 통해 ‘후보자의 입장’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 글에서 송 후보자는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을 불편하게 한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발언은 동석한 학생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튿날 후보자가 학생들을 만나 공식으로 사과했고 학생들로부터도 추가 조치가 요구된 바 없다. 학교에서도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이 사건 이후 언행에 더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도 비호에 나섰다. 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송 후보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100%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장관 자리라는 게 완전무결한 자, 흠이 전혀 없는 사람을 시켜야 되느냐”고 옹호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 실패 지적에 대해 “전 정권 지명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박했다.
야당은 “인사 실패”라며 맹공했다. 4일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 부실이 또 드러났다. 송 후보자는 부적격 후보”라며 “이 정도 성희롱 발언은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는 데 아무 문제없다는 인식이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5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 도덕성은 땅바닥에 떨어졌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물론 비서실장부터 인사기획관까지 무능한 인사검증라인을 문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송 후보자는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마련된 사무실로의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에게 “마음이 무겁고 많은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신동아는 해당 논란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송 후보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송 후보자는 1988년 인문계 수석으로 서울대 법과대학에 입학해 1990년 3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23기) 동기로 연수 기간 중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해 이른바 ‘고시 3관왕’을 달성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유학해 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2003년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로 시작해 부교수‧정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로스쿨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상법 권위자로 꼽힌다. 법조계 시험 필독서로 여겨지는 ‘상법강의(홍문사)’를 집필했다. 과거 한 칼럼에서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남용되는 방향으로 확대된다”며 “규제는 인센티브의 왜곡으로 말미암은 결과를 교정하는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돼야 한다”고 쓰는 등 친(親)기업 성향으로 알려졌다. 각종 기업규제 법안을 재검토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논란을 딛고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공정위 최초의 법조인 출신 수장이 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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