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글, 이영비 그림, 992쪽, 한길사, 3만6000원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신동아가 강제 폐간된 1936년, 이병주는 진주농업학교에 입학했다. 남달리 의분이 강했던 이병주는 이 학교에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다 징계를 받고, 일본인 교사의 폭행에 맞서다 제적당했다.
신동아는 1964년 복간됐다. 이병주는 5·16 군사정변 직후 반국가행위 혐의로 구속돼 10년 징역형을 받고 1963년 12월 출감했다. 이 무렵부터 언론인에서 소설가로 운명적 전환이 시작되었는데, 자유당 시대를 그린 ‘산하’와 박정희 정권을 풍자한 ‘그해 5월’이 신동아에 연재됐다.
자유당과 박정희를 바라보는 이병주의 시각은 좌도 우도 아닌 비판적 지식인의 양심이었다. 이승만을 향해 “카리스마와 마키아벨리즘의 화신”이라 평했고, 박정희를 두고 “공과로서 따질 문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 시절 진보 언론을 대표했던 ‘사상계’와 결이 다르고, 권력에 빌붙었던 숱한 어용 언론과도 확연히 갈린다. 살아 있는 권력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보자면, 신동아와 이병주는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이병주 평전’의 저자 안경환은 1948년생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만들어지던 시대에 태어났기에 한 세대 위인 ‘학병 세대’의 죄의식을 고통스럽게 살필 수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 적이 있다. 저자의 눈에 비친 학병 세대는 열정이 넘친 엘리트였으나, 좌와 우, 부모와 자식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한 비주류 고아였다. 저자가 10년 넘게 이병주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문장으로 남지 않은 삶의 골짜기를 묵묵히 기록한 이유다.
세상의 모든 평전은 미완이다. 안경환의 ‘이병주 평전’도 그러하다. 평전 후반부를 장식한 이병주의 개인사와 후세인들의 엇갈린 평판은 다음 세대의 몫이다. 독재자 전두환을 미화했던 이병주의 말년 행보에 대해서도 저자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쯤에서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이병주의 말을 새겨봄 직하다. “이병주 문학은 대한민국 그 자체”란 최고의 찬사를 보낸 한국문학의 산증인 고 김윤식 선생의 말씀도 함께!
프리랜서: 사교성·실력·마감
노정태 지음, 워크룸 프레스, 88쪽, 9000원
이 책은 주목받는 논객이자 번역가로 지식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프리랜서로 통하는 저자가 내놓는 예비 프리랜서를 위한 실용서다.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최근 10여 년간 불안정하면서도 매력적인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반추해 적어 내려간 에세이다. 저자는 프리랜서로 성공하려면 “절대로 마감, 마감, 마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력, 사교성, 마감 세 가지 중에서도 으뜸은 마감이라는 것. 프리랜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 책부터 읽자.
디지털지능
박유현 지음, 한성희 옮김, 김영사, 348쪽, 1만6500원
디지털 시대의 성공 여부는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즉 AI가 추천하는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AI가 추천하는 정보 가운데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맥락을 고려해 정보의 유의미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저자는 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인 디지털 지능 ‘DQ’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