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메타, 33조 적자에도 가상현실 투자 총력

[박원익의 유익한 IT] AI·광고로 실적개선 성공… 미래 먹거리 VR·MR에 재투자

  •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입력2023-12-1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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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분기에만 45조 원 매출 기록

    • AI타깃 광고로 구글보다 빠른 성장

    • VR+AR인 MR 기기 저렴하게 도입

    • SNS 1위 기업에서 MR 1위 기업으로 변모 중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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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스트3(Quest3), 레이밴 메타(Ray Ban Meta) 스마트 글라스, AI 스튜디오를 출시, AI와 MR(혼합현실)의 발전을 이뤘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Meta·페이스북 모회사) CEO는 10월 25일(현지 시각) “우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좋은 분기를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임직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가 훌륭했다고 자평한 것이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탄탄한 실적에서 비롯됐다. 메타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Income from operations)이 전년 동기 대비 143% 급증한 137억4800만 달러(약 18조6000억 원)라고 밝혔다.

    매출도 23% 늘었지만, 이익을 배 이상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 기술 및 투자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3월 공언했던 “올해를 효율성의 해(Year of Efficiency)로 만들겠다”는 경영 목표를 현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향후 몇 달 동안 조직을 평준화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며 1만 명 이상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정책을 취한 바 있다.



    3분기 매출, 202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

    메타는 이날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4.39달러(약 5700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 3.63달러(약 4800원)를 크게 웃도는 양호한 실적이었다.

    매출액은 341억5000만 달러(약 45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202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률이다. 월가 추정치 335억6000만 달러(약 44조 원)를 넘어섰다.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115억8000만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했다.

    광고 매출의 근거가 되는 일일 활성 사용자(DAU) 역시 20억9000만 명으로 예상치(20억7000만 명)를 능가했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30억5000만 명)는 추정치에 부합했다. 사용자당 평균 수익(ARPU)은 11.23달러(약 1만5000원)를 기록, 추정치(11.05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인력 감축 등의 영향으로 총비용·지출(Costs and expenses, 204억4000만 달러)도 전년 대비 7% 줄었다.

    다만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사업을 하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리얼리티 랩스 사업부가 기록한 영업손실은 37억4000만 달러(약 5조 원)에 달한다. 메타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3분기까지 이 부문에서 총 250억 달러(약 32조8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적자에도 메타는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타 매출의 핵심인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가 2022년 대비 빠르게 반등하며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광고 기반으로 매출을 올리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10월 24일 발표한 실적 보고에서 광고 매출이 약 9.5% 증가했다고 밝혔고, 스냅(Snap Inc.) 역시 5%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타는 특히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타깃 광고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앞서는 성과를 냈다. 2021년 애플의 iOS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 이후 온라인에서 타깃 광고가 어려워졌는데, 이를 AI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메타는 ‘라마2(Llama 2)’를 비롯한 다양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발표, 오픈소스 분야에서 AI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메타는 오는 4분기 매출액을 365억~400억 달러(약 48억~52조 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메타의 4분기 매출을 388억5000만 달러(약 51조 원) 수준으로 추측했다. 메타가 발표한 예상 매출액의 중간값으로 계산할 경우 4분기 매출은 2022년 4분기 대비 약 19%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 전략 봐야… 메타의 세 가지 미래 비전은?

     10월 25일 실적 발표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Meta]

    10월 25일 실적 발표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Meta]

    분기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메타가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추구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인력 감축, 효율성 제고는 단기적 처방일 뿐 글로벌 빅테크 간 미래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하는 필승법이 될 수 없다. VR(Virtual Reality), AR(Augmented Reality), MR(Merged Reality), 인공지능(AI) 분야 선도업체인 메타가 그리는 미래는 글로벌 산업계, 투자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9월 27일 개최된 메타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메타 커넥트(Meta Connect) 2023’은 메타의 미래 비전,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 커넥트 2023 기조연설에서 “MR을 사용하면 디지털 객체를 물리적 세계로 가져올 수 있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페르소나(persona·가상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며 “스마트 글라스가 결국 모든 것을 스타일리시한 폼 팩터(form factor·제품의 물리적 외형)로 통합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가 집중해 온 MR, AI, 스마트 글라스 기술을 통합해 미래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세 가지가 저커버그와 메타의 ‘3대 미래 비전’인 셈이다.

    이와 관련 메타는 이날 새로운 M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3(Meta Quest3)’, 챗GPT(ChatGPT)와 비슷한 AI 챗봇 ‘메타 AI’, 새로운 ‘메타, 레이밴(Ray-Ban) 스마트 글라스’를 각각 선보였다.

    저커버그의 미래 비전①: 퀘스트3로 허무는 경계

    메타 퀘스트3의 MR 콘텐츠 ‘레고 브릭테일스’를 사용하는 모습. [Meta]

    메타 퀘스트3의 MR 콘텐츠 ‘레고 브릭테일스’를 사용하는 모습. [Meta]

    MR과 가상현실(VR)의 차이점은 외부 세계와의 연결에 있다. VR 헤드셋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지만, MR은 현실과 가상을 적절하게 섞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날 메타 퀘스트3 시연에서 선보인 게임 ‘레고 브릭테일스(Lego Bricktales)’ ‘기묘한 이야기 VR(Stranger Things VR)’이 대표적 예다.

    레고 브릭테일스는 가상의 레고를 조립해 가며 즐기는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현실의 사물(예, 거실 탁자) 위에 가상의 레고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임(레고)과 현실(집 거실)이 공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VR’ 역시 마찬가지다. 유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콘텐츠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구멍(portal)이 우리 집 벽에 생기는 식이다.

    실제로 퀘스트3는 전작에 비해 MR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전작의 경우 헤드셋을 착용한 후 게임 플레이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퀘스트3에서는 이를 없앴다.

    퀘스트3에 탑재된 ‘풀컬러 패스스루(full-color Passthrough)’ 기능으로 주변 환경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셋 측면을 두 번 두드리면 혼합 환경과 몰입형 환경을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향상된 하드웨어도 생생한 혼합 환경 경험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퀘스트2보다 두 배 빠른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갖춘 ‘퀄컴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이 탑재됐으며 해상도 역시 전작 대비 30% 향상됐다.

    저커버그 CEO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기술업계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물리적 경험을 디지털 세계와 통합해 좀 더 일관성 있고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퀘스트3는 10월 10일 출시됐으며 가격은 128GB 버전 499.99달러(약 69만 원), 512GB 버전 649.99달러(약 89만 원)로 책정됐다. 애플이 출시할 예정인 MR 헤드셋 ‘애플 비전 프로’ 가격(3499달러)의 7분의 1 수준이다.

    저커버그의 미래 비전②: 소셜미디어 강화… 페르소나 AI

    메타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 에뮤(Emu)를 사용해 만든 AI 스티커. [Meta]

    메타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 에뮤(Emu)를 사용해 만든 AI 스티커. [Meta]

    저커버그 CEO가 이날 강조한 두 번째 영역은 AI였다. 메타는 올해 들어 LLM(대규모 언어 모델)인 라마(Llama), 라마2(Llama 2), 이미지 분할 모델 SAM 등 새로운 AI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강력한 원천 기술을 구축해 온 바 있다. 이렇게 구축한 AI 기술력을 활용한 AI 도구, 서비스를 이날 본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메타는 특히 AI 도구를 메타가 보유한 소셜미디어에 통합, 기존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광고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기업인 만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은 메타의 소셜미디어에 사용자들을 더 묶어두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AI 스티커’가 대표적 예다. AI 스티커는 메타가 이날 새롭게 공개한 자체 이미지 생성 모델 ‘에뮤(Emu)’를 활용, 텍스트로 이미지를 생성해 친구에게 손쉽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AI 스티커는 영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토리에 적용된다.

    AI를 활용한 이미지 편집 도구도 마찬가지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에 ‘리스타일’ ‘배경’ 두 가지 기능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사진을 수채화처럼 바꿀 수 있으며 더 자세한 프롬프트(prompt·명령어)를 입력해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처럼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챗봇 ‘메타 AI’도 발표했다. 메타 AI의 경우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와 메타 퀘스트3에도 적용된다. 메타가 판매하는 하드웨어 디바이스에 AI 비서가 탑재되는 셈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28개 AI 캐릭터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미국에서 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이 기능을 사용하면 래퍼 스눕독, NFL 영웅 톰 브래디, 모델 켄달 제너 등을 연기하는 28가지 AI 캐릭터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다. 28개 AI 캐릭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각각의 프로필도 개설됐다. 메타는 이런 챗봇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AI 스튜디오(AI Studio)’도 공개했다.

    저커버그의 미래 비전③: 넥스트 플랫폼은 ‘스마트 글라스’

    메타가 레이밴과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라스. [Meta]

    메타가 레이밴과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라스. [Meta]

    저커버그의 마지막 미래 비전은 스마트 글라스다. 디지털 객체를 물리적 세계로 가져오고, 탑재된 AI 비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궁극적인 기기는 스마트폰이나 MR 헤드셋이 아니라 스마트 글라스가 될 것이란 예측에서다.

    이날 공개한 레이밴(Ray-Ban) 스마트 글라스의 시연에서도 메타의 이런 비전이 드러났다. 스마트 글라스에 탑재된 카메라를 활용한 ‘핸즈프리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사용자가 바라보는 전경을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앱으로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위치를 바꿔 주변 환경을 비춰주지 않아도 생생한 현장 상황 전달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는 포뮬러1 드라이버인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가 등장해 스마트폰과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로 카트 레이싱을 생생하게 라이브 스트리밍하기도 했다.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에 메타 AI가 탑재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스마트 글라스의 하드웨어 스펙을 당장 강화하지 않더라도 AI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여행 시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면 개선문 같은 랜드마크를 바라보며 음성으로 “이 건축물에 대해 설명해 줘”라고 요청, 답을 얻을 수 있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는 미국에서 10월 17일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299달러(약 40만 원)로 책정됐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는 획기적 혁신뿐만 아니라 이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저렴한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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