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명 지음┃1권 472쪽, 2권 488쪽┃각 권 2만9000원┃동아일보사
그런데 같은 시간, 회사 안에서는 임금협상 결렬과 파업 가능성이 불거졌다. 바깥에서는 기대가 치솟고, 안에서는 긴장이 고조됐다. 생전에 ‘상생의 정신’을 유난히 강조했던 이건희 전 회장이 살아 있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마침, 그 의문을 풀어줄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경제사상가 이건희’ 1·2권이다. 1권 ‘생각_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 편은 2021년 나온 초판을 기초로 5년간의 추가 탐사 취재 내용을 덧붙여 전면 증보한 책이고, 2권 ‘행동_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 편은 이번에 새로 엮어 내놓은 신간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의외’다. 삼성의 성공담을 기대하고 펼치면, 책은 곧바로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필자가 굳이 “위인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전 회장이 ‘삼성을 어떻게 키웠는가’보다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읽었는가’다. 이 전 회장을 기업 총수의 자리에서만 보지 않고, 시대의 징후를 먼저 감지하려 한 ‘선지자’의 자리에서 다시 세워보려는 시도다. 그가 남긴 말과 기록, 주변의 증언들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수렴한다. 그는 왜 늘 남들보다 먼저 불안해했는가,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떻게 생각의 연료로 바꾸었는가.
1권 생각 편에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이 전 회장의 통찰과 지혜, 그리고 위기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 있다. 특히 이번에 이 전 회장이 1995년에 직접 쓴 ‘나는 왜 신경영 선언을 했나’라는 제목의 원고 전문이 실렸다.
2권 행동 편에서는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스포츠, 안내견 사업이 함께 등장한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세계다. 하지만 책은 그 이질적인 장면들을 한 줄로 꿰어낸다.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는가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치솟는 기대, 1조 달러를 넘긴 시가총액, 차세대 HBM4 출하, 파업 가능성까지 이어지는 내부 긴장. 오늘의 삼성전자는 찬사와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이건희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인물’을 회고하는 일이 아니라, 불안과 절박감을 어떻게 사유와 결단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묻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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