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가정에서 부동산 거래의 주도권은 남편보다 아내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8월말 판교 청약에 나선 주부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다는 것쯤은 아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줌마들이 용감무쌍하게 몸을 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목적지까지 편안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불리는 아줌마들. 이들은 지하철의 빈자리를 잡는 데만 선수가 아니다. 부동산 투자 또한 가히 국가대표급에 속한다. 아줌마들이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차지하는 방법과 부동산 투자는 닮은꼴이다. 아줌마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빈자리를 잘 잡는 것은 어떤 승객이 빨리 내릴 것인지를 알아보는 눈치가 빠른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행동한 결과물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아줌마들은 돈이 되나 안 되나 살펴본 후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예컨대 6억원짜리 집을 사려는데 손에 쥔 현금이 3억5000만원밖에 안될 경우 대출금 2억5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아줌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다르다. 원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대출금의 이율을 꼼꼼히 따진다.
아줌마에겐 계산기가 필요없다. ‘향후 집값이 이자를 낸 금액보다 오를 것인가’를 투자의 잣대로 삼는다. ‘오른다’는 확신이 서면 과감히 행동에 옮긴다. 하지만 남자들은 제2의 외환위기가 터져 금리가 폭등할 것을 염려하고 집값이 폭락할 경우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아줌마와는 달리 과감히 베팅하지 못한다.
정부가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애쓰는 강남, 송파 등 버블세븐 지역을 비롯한 신도시의 집값이 뛰는 이유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24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의 4월 실거래가는 29억2500만원. 4월 이후 거래가 끊긴 이 아파트는 평당 가격이 5000만원에 이른다. 부모로부터 거액의 상속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강남의 집값은 서민이 쳐다보기조차 ‘미안한’ 가격이 돼버렸다.
요즘에는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이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된다는 강남의 집값을 잡는 방법이 없을까. 정부가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강남 집값 잡기’다. 강남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아줌마들은 베팅에 강하다
“집 두 채를 팔고 강남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그것도 3억원씩이나 대출을 받아서? 아서라. 정부가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하잖아. 대출금리도 오르는 추세라 부담되고. 그냥 이 집(49평형)에서 편히 살자. 강남에서 그 돈으로 몇 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겠어?”(남편)
“언제 정부가 집값 오른다고 한 적 있어? ‘앞으로 집값이 오를 예정이니 빨리 내 집 마련을 하라’고 한 적 있냐고?”(아내)
“쩝. 하긴….”(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