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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선교회 총재 김준곤 목사

“위기의 한국 개신교, 個교회주의 버리고 도덕성 회복 앞장서야”

한국대학생선교회 총재 김준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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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미국 선교사들이 전해온 선진문물의 영향도 컸다. 학교와 병원,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과학, 인권…. 그 시절 기독교는 계몽이고, 개화였다.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보다 훨씬 앞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예수 구원, 영생에 대한 믿음만큼이나 사람들을 교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 기독교에 보내는 적신호

실리적인 이유에서 교회를 찾는 일은 산업화시대에도 계속됐다. 도시화 물결을 타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신분과 계층을 뛰어넘어 형제자매가 되는 교회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친북세력으로 의심받는 사람이나 운동권 학생들도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일단 신분이 보증됐다.

“친구 목사 얘기가 운동권 학생이 반체제, 반정부 데모를 하다 잡혀가 진정서를 내고 네 번을 빼내줬는데, 또 걸려 들어가서 빼달라고 하기에 더는 못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목자가 양을 구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더랍니다. 그래서 친구 목사가 ‘네가 양이냐, 이리지’ 했대요. 하나의 에피소드지만, 그 정도로 기독교가 신분보장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런 프리미엄 덕분에 교회 간판만 내걸면 다 부흥했지요.”

김 목사는 자고 일어나면 교회 십자가가 생겨나던 시절, “사기업화한 교회들이 일찍이 지구상에 존재한 어떤 기업보다 과학적으로 경영해 나갔다”고 말한다.



“다섯 가정을 한 사람이 맡아 새벽기도 모임이다 성가대 연습이다 해서 자주 모이고, 생활 전반을 지도했지요. 결혼할 때, 병들었을 때 찾아가는 건 물론이고, 심리적인 문제며 가족 문제에 내세(來世)까지 다 상담해줬지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잘 관리했어요.”

여기에 1970, 80년대 한국 사회에 분 ‘대형화’ 추세가 맞물려 세계 50개 대형 교회 중 절반을 한국 교회가 차지하는 ‘자랑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교회에 다닌다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패지수가 심각한 수준이고, 위증·무고·사기 계통 범죄 건수가 일본보다 100배 많다는 보도도 있다. 사회에 불신이 팽배하고, 교회도 신뢰를 잃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주는 경고예요. 적신호죠. ‘한국 개신교 자만하지 마라, 가톨릭은 조용히 부흥하지 않았냐’는. 성당은 공동체 의식이 있어요. 내 성당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성당이라고 하죠. 그런데 교회는 이 교회와 저 교회가 경쟁을 해요. 그러니 교파가 많이 생기죠. 어떻게든 교인을 많이 모으려는 관리 시스템이 더는 안 통하게 됐어요. 큰 교회일수록 욕을 먹기 시작했어요. 내리막길이죠. 이제 교회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어요.”

개(個)교회주의가 경쟁을 부추겨 개신교가 급성장한 게 사실이지만 이제 그 한계에 달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네거티브 캠페인만으론 안 된다”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이대로 두면 썰물 현상이 일어나고, 교회가 붕괴됩니다. 유럽에 궁전같이 으리으리한 교회가 많아요. 교회에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지만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텅 비었어요. 교회가 교회를 위해 존재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나요.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유학시절, 3000명이 모이던 교회에 지금은 30명이 모입니다.”

▼ 교회가 교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 교회가 굉장히 열심입니다. 목사님들이 설교를 참 잘하죠. 뜨겁게 믿고, 헌금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반성해야 할 게 있어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점입니다. 죄수들의 종교를 조사해보니 25%가 기독교를 믿는다고 했답니다. 그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25%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죄수라는 점은 기독교인으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불신이 팽배해 교회가 헌금 많이 걷어서 다 어디에 쓰냐며 신뢰하지 못하고 교회를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교회가 도덕적으로 빛과 소금이 돼야 합니다.”

김준곤 목사 인터뷰를 앞두고 김철영 한국CCC 총재특보는 기자에게 종이가방 한 가득 책을 보냈다. 김준곤 목사의 저서와 김 목사에 관한 책들이다. 그중 ‘CCC와 민족복음화 운동’이라는 책에서 김 목사의 일관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1999년 세밑에 쓴 ‘21세기 기독교의 강은 어디로 흘러가는가’라는 글의 일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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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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