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 예정부지.
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3개구와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을 때 국민들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전세난이 극심했던 추석 직후, 그때껏 집값 상승과 무관하던 수도권 일대의 집값이 고공비행을 시작했다. 중대형 중심으로 오르던 집값은 그동안 투자가치가 없다고 소외됐던 소형 아파트 가격까지 들썩이게 했다. 결국 이번에도 정부를 믿고 기다리다가 집을 안 산 사람만 ‘바보’가 됐다.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11월9일 집값 안정을 위한 ‘긴급 처방전’을 내놓았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공급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양질의 값싼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 아파트 분양가를 20~30% 낮출 계획이고 공급물량도 충분히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가 공급확대와 함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방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분양가 인하’다. 사실 판교의 고분양가는 강남과 분당, 용인의 집값 상승에 도화선이 됐고, 결국 선시공 후분양으로 결론이 나긴 했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은평 뉴타운의 높은 예상 분양가 또한 서울 서북부 지역의 집값 상승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여기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검단 신도시 발표가 타오르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정부 발표대로 분양가가 인하된다면 판교 신도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평당 1085만원(실제 분양가)에서 760만~87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32평 아파트를 2억4320만원~2억7840만원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하와 적재적소에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집값을 잡는 방법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귀를 닫았는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결과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
부처간 협의 지지부진
분양가 인하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상향 및 녹지비율 하향 조정이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실질 택지비를 줄일 수 있고 공급 가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분양가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 그러나 용적률이나 녹지율 조정 없이도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싼값에 토지수용을 하는 것이다.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땅값이다. 싼값에 토지를 수용하는 방법은 땅값이 오르기 전에 수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정부는 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각종 택지개발 지구지정 이후부터 보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턱없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인천 검단 신도시. 정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검단 신도시는 2010년 중대형 주택(아파트 1만3000가구, 연립 3000가구)을 시작으로 2011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도시 발표에서 분양까지 무려 4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분양 이후 아파트 공사기간이 2년 6개월 정도임을 감안할 때 검단 신도시의 최초 입주는 빨라야 2012년 4월부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