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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하이에크’ 류쥔닝

“자유주의 사상가 노자·장자 낳은 중국, 인민의 자유 열망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하이에크’ 류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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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보이’

‘중국의 하이에크’ 류쥔닝

류쥔닝 소장은 중국 인민이 충분한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김정호 중국에서는 류 박사를 ‘자유파(自由派)’로 분류하던데, 중국 지식인을 그처럼 몇 개의 파로 분류할 수 있습니까? 그중 자유파는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류쥔닝 자유파는 대개 고전적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자유파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어요. 그 밖에 신좌파, 국가주의파, 마르크스주의파 등이 있는데, 대놓고 자유주의라고 말할 형편은 못되지만 제대로 공부한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선 자유파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영향력도 큽니다.

김정호 자유주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현대경제학은 자유주의적 사고의 근원이기도 한데, 중국의 경제학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마르크스나 마오쩌둥 경제학이 주도하고 있나요? 아니면 가령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시카고 학파나 오스트리아 학파도 영향력이 있습니까.

류쥔닝 중국의 모든 경제학자는 공식적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자여야 합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요.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시장경제 지향적입니다. 현재 중국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저스틴 린 박사가 대표적이죠. 그는 ‘시카고 보이(Chicago Boy)’예요. 시카고 보이란 피노체트 정권 당시 시카고대 출신의 칠레 경제학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그들은 피노체트의 독재를 용인하면서 칠레의 경제정책을 시장경제 지향적으로 이끌어 갔어요. 현재 중국 정부와 대학에는 그런 시카고 보이 스타일의 경제학자가 많습니다. 한편 중국 학생들은 시카고 학파의 경제학뿐 아니라 그보다 더 철저한 자유주의 경제학인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에도 매료되고 있습니다.



김정호 류자이푸가 쓴 ‘전통과 중국인’에 따르면 중국인에게 자유의 개념은 매우 낯선 것으로 묘사되는데, 류 박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중국 문명사에도 자유주의 전통이 있다고 봅니까.

중국의 자유주의 역사

류쥔닝 자유주의 역사는 깊어요. 노자와 장자의 도가(道家) 사상, 무위자연 사상이 그렇죠. 인간사를 포함한 만물의 움직임에 개입하지 말고 도에 따라 스스로 흘러가는 대로 놔두라는 것이 자유주의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노자의 ‘도(道)’는 모든 권력 위에 있고, 궁극적 정의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왕과 황제들이 중앙집권적 사상인 공자의 사상을 공식 이데올로기로 삼았지만, 도가사상은 중국인의 문화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관중(管仲), 양주(楊朱), 회남자(淮南子) 같은 사람들도 자유주의 사상가로 봐야 합니다. 세계 최초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도 공자가 아닌 노자의 도가사상 영향을 깊이 받은 사람이죠.

김정호 류 박사께선 중국이 번영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철저한 사유재산제도와 경제적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유재산제도와 경제적 자유가 중국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확신의 근거를 중국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으로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류쥔닝 왕조의 흥망을 결정한 원인은 아주 다양할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결정 요인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통치자가 백성의 재산권을 존중하지 않고 약탈을 일삼는 순간부터 멸망으로 치달았다는 사실이죠. 반면 백성의 재산권을 존중한 왕조는 번영을 누렸습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을 생각해보세요. 그는 세금을 줄이고 가렴주구를 없앴어요. 당시 관점에서는 사유재산제도를 철저히 한 거죠. 양귀비로 유명한 현종 말년부터 가렴주구가 시작되고 그것이 당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패턴은 다른 왕조에서도 계속 되풀이됩니다.

“당내 민주주의, 말 안 된다”

김정호 보통의 중국인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류쥔닝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마오쩌둥과 공산당을 숭배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들이 역사의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죠. 대약진운동 과정에서 수천만이 아사(餓死)한 비극을 아는 중국인은 별로 없어요. 학생들은 문화혁명의 비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고요. 그런 것들이 밝혀지면 마오쩌둥과 공산당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오쩌둥 치하에서뿐 아니라 덩샤오핑 때도, 지금의 후진타오 치하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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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chungho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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