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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은 끝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최고의 시스템 갖춘 요양시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요양사, 최적의 서비스 제공

“인간다운 삶은 끝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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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은 끝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기억을 더듬어볼 수 있도록 마련된 바이오그라피(Biographie)룸.

3개 층으로 구성된 요양원은 층마다 입원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생활공간과 공동 휴식공간, 간이취사장, 노인전용 욕실, 요양보호사 사무실 등이 갖춰져 있다. 지층(독일에서 1층은 우리나라 2층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1층은 독일에서는 Erde(지층)로 불린다)에는 공동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주방이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라스와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또한 세미나를 하거나 예배를 볼 수 있는 다용도실과 각종 테라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조실이 자리 잡고 있다.

잘 갖춰진 시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노인 개개인의 생활습관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회복지사 시몬 쉬퇴러(Simon Sto‥hrer)씨는 “노인분이 요양원에 입원할 때에는 먼저 그분이 살아온 과거 이력에 대해 본인과 가족들로부터 상세히 청취한다”고 했다. 그간 살아온 삶을 고려해 요양 서비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라는 것. 예를 들어 제과나 요리 분야에 종사해왔던 노인은 여러 요양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비슷한 일을 경험한 노인들과 함께 그룹을 이뤄 훈련을 받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좀 더 편안하게 요양 프로그램에 임하게 된다고 한다. 쉬퇴러씨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고, 무조건 편하게 해주는 것이 노인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요양의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뮐바흐의 자랑, 바이오그라피룸

이 때문에 뮐바흐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사들은 노인들이 스스로 옷을 입거나, 세수를 하도록 옆에서 거들고, 식사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전혀 거동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는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인내심을 갖고 곁에서 지켜보며 필요할 때 거든다고 한다.

요양원 곳곳에는 노인들이 지각과 감각 능력을 되살리고 훈련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해두었다. 요양원 복도 한켠에는 수세미, 빗자루, 먼지떨이, 구둣솔 등을 걸어둬 지나다니는 노인들이 직접 만져보고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맞은편에는 여러 가지 조화를 걸어둬 꽃에 대한 기억도 더듬고 색감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융블루트 라슬씨는 “여러 자극을 경험해 감각을 되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요양원 곳곳에 노인들이 평소 생활하면서 자주 접했던 익숙한 물건들을 설치해뒀다”고 소개했다.

노인들의 생활공간으로 통하는 복도 정면에는 같은 층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의 사진을 걸어뒀다. 한결같이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사회복지사 쉬토러씨는 “사진은 요양원에 기거하는 노인을 만나러 온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며 “밝고 즐거운 모습으로 함께 생활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밝은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이 요양원 시설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요양사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모시고 휴게공간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치료용 애완견 ‘배니’와 함께 노인을 찾아가는 요양사도 있었다. 아직 식사를 하지 않은 노인을 위해 별도의 식사를 준비해 방으로 배달하는 이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모습 속에서 ‘소외’라는 단어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요양원 3층 좌측 끝 전망 좋은 방에 들어서자 오래된 흑백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장면이 펼쳐졌다. 낡은 테이블 위에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는 문양의 식탁보. 수십 년 전에 독일 일반 가정에서 즐겨 사용했다는 주방가구들과 싱크대, 수납장, 거실장 그리고 구닥다리 TV와 라디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은 뭐하는 방입니까?”

생경한 풍경에 호기심이 일었다.

“이곳은 노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기억을 더듬어볼 수 있도록 마련된 바이오그라피(Biographie)룸입니다. 노인들이 젊었을 때 즐겨 썼던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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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나우워드, 고핑엔 =글·사진 |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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