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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땅콩회항’ 사건과 갑질

‘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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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미년 들어서도 이른바 ‘갑질’논란은 여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했던 ‘갑오년과 함께 갑(甲)들의 세상이 가고 을(乙)들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덕담은 말 그대로 덕담에 그칠 듯싶다. 오히려 갑질을 넘어 초(超)갑질, 슈퍼 갑질의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갑질 논란을 점화했다. 지난해 12월 초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은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한 재벌 3세의 ‘슈퍼 갑질’과 대한항공 임원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 등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법원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조 전 부사장을 구속한 것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다.

갑질 사건은 올 들어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백화점에 온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 4명을 무릎 꿇리고 폭언을 퍼부은 사건에 이어, 이마트 VIP 회원이 경비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또 롯데마트는 제품 홍보를 위한 시식 행사 비용 전액을 납품 업체에 떠넘기는 갑질을 자행하다 적발됐고,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수습사원 11명을 2주일 동안 혹사하고 전원 해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한 달간(2014년 12월 8일~2015년 1월 10일)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주고받은 글들을 ‘갑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추출 건수가 무려 8만323건에 달했다. 갑질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보편화했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갑질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분노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가 뭔데 내 위에 서려고…”

‘갑질’에 대한 언급량 추이를 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 발부와 동생 조현민 전무의 ‘복수 문자’가 공개된 12월 31일을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틀 후 조 전무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건물 1층 커피숍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못하게 한 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면서 ‘갑질’ 언급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평소 1000~2000건에 머물던 것이 이날 하루에만 4000건을 훌쩍 넘겼다. 뒤이어 백화점 쇼핑 모녀의 아르바이트 주차요원 폭행 사건, 이마트 VIP의 경비원 폭행 사건, 위메프 수습사원 전원 해고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언급량은 연일 5000건을 오르내리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갑질 논란을 언급한 글에 대한 리트윗이 증가하는 등 트위터 확산력도 커졌다. 그만큼 갑질 논란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활발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아이디 [@Yello****]을 쓰는 사용자가 트위터에 올린 “프랑스인들에겐 갑질이라는 것이 잘 안 통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는 우리의 왕을 단두대에 세워 처단한 사람들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네가 뭔데 내 위에 서려 하느냐’가 바탕이기 때문”이라는 글이 2000회 이상 퍼져나갔다. 또 [@3rd_****]의 “갑질은 문화가 아니라 인권 유린입니다”라는 글은 1500회 정도, [@sept****]의 “갑을 관계가 없는 나라는 없지만 한국에서 유독 가혹한 것은 국가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되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생각. 그런데 이 국가주의는 왜곡된 애국심보다도 노동 착취의 가리개인 경우가 더 많다”는 다소 길고 분석적인 글도 500회 가까이 리트윗 됐다.

‘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조기숙의 ‘을 비판’도 논란

최근 한 달간 ‘갑질’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150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2위는 대리기사 폭행 논란으로 기소된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차지했고(1542건), 3위는 대한항공에 처남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올랐다(1534건). 이어 4위는 박근혜 대통령(1025건), 5위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687건) 등의 순이었다.

함께 언급된 단체 연관어 역시 ‘대한항공’이 1위(6957건)에 올랐다. 2위는 주차요원 폭행사건에 휘말린 ‘현대백화점’(6869건). 수습사원을 전원 해고한 위메프가 3위(1283건)를 차지했고, 롯데마트와 크라운제과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저명인사들도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격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조 교수(@leastory)의 글은 백화점 모녀의 아르바이트 주차요원 폭행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 갑질은 새로울 것도 없다만,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4명이나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하루 일당 못 받을 각오로 당당히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 가난할수록 비굴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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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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