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긍·부정 여론 팽팽 비판적 트윗 더 큰 반응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안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입력2014-11-19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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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은 개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 같은 여론의 흐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확인된다.
    긍·부정 여론 팽팽 비판적 트윗 더 큰  반응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11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공무원연금 관련 간담회에서 시작 30여 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새누리당발(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직 관료들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지지 성명을 냈다. 하지만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이 주로 가입한 공무원노조는 개혁안에 99% 반대한 투표 결과를 내놓았다.

    11월 11일 정홍원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15명과 함께 이른바 ‘하후상박식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에 서명했다. 여기에 고위직 공무원들이 가세하면서 여당 안(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주축이 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투표 참여자 44만5208명 가운데 98.64%인 43만9145명이 새누리당의 개정안에 반대했고, 찬성은 0.99%인 441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오성택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위직 몇 명이 개혁안에 동참한다는 것은 요식행위다. 박봉에 연금 하나만 보고 살아온 실무직과의 괴리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금개혁에 관한 여론 수렴 공청회는 노조의 반대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발의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기조 속에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국가 재정적자를 감축한다. 둘째, 하위직급 현장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고 상위직급이 고통을 분담하는 하후상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한다. 셋째,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신규임용 공무원부터 국민연금과 동일한 기여율, 지급률 체계를 도입한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측은 이번 여당 발의안이 기존의 연금학회와 정부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 언론 등이 국가재정 악화의 주범이 공무원연금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 갈등으로 비화

    정부 여당의 방침과 개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국민여론이 우세한 점,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 야당의 눈치 보기 등이 중첩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국민 상호 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SNS 여론은 어땠을까.

    일단 밖에서 형성된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10월 10일~11월 10일 한 달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공무원연금을 언급한 문서는 8만8042건이 검색됐다. 최근 들어 공무원연금 이슈는 2000~3000건의 꾸준한 흐름을 보였다. 그만큼 정부와 언론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새누리당이 입법 발의한 10월 27일부터 언급량이 급격히 늘었다. 27일 4638건, 28일 6652건, 29일 6062건, 30일 5615건 등으로 평소 두 배 가까운 언급량을 기록했다. 정책 이슈라는 면에서 보면 결코 작지 않은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과 함께 언급된 언어들의 긍·부정 분포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긍·부정 연관어 분포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여론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긍·부정 연관어 1위에 오른 ‘강력하다’(4159건)를 긍정어로 분류했을 때 긍정어 분포 비율이 34.80%를 기록해 40.90%의 비율을 보인 부정어 분포 비율보다 다소 낮았다. 대체로 사실을 퍼 나른 중립어 분포는 23.60%였고, 기타는 0.6%로 나타났다.

    1위 ‘강력하다’에 이은 긍·부정 연관어 2위는 3982건을 기록한 ‘도움’이 차지했고, 3552건의 ‘책임지다’가 3위에 올랐다. 2933건으로 4위에 오른 ‘안전’은 긍정어로 분류됐지만 실제 내용은 ‘공무원연금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이 많아 분석 솔루션이 제시한 데이터보다 부정어 분포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5위부터 부정어 분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위는 2331건의 ‘개악’이 차지했고 이어 ‘반발’ ‘비난하다’ ‘반대하다’ ‘정상적’ ‘고통’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100건 이상을 기록한 긍정어로는 공감하다, 최선, 훌륭한, 합리적, 좋다 등이 있었고, 부정어로는 졸속, 불가능, 갈등, 망하다, 동의하지 못하다 등이 분포했다. 대체로 부정어 분포가 많은 가운데 긍·부정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나라에 돈이 없다’

    ‘공무원연금’이 포함된 트위터 문서 가운데 리트윗을 많이 기록한 것들은 대부분 정부와 여당의 기조에 반대하는 것들이었다. 883회의 리트윗을 기록한 @see_*****의 트윗은 “정상적인 정권이면 ‘지난 정권에서 저희가 국가재정에 구멍을 뚫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니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해야 하는데, 야권 지자체/진보교육감/연금 받는 공무원을 비난하며 책임을 돌린다. 적반하장의 전형. 정치하기 참 쉽다”는 내용이었다.

    450회가량의 리트윗을 기록한 @ air*****의 트윗 내용도 “공무원연금의 키포인트는 그거 아닌가? 나라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복지와 장래의 재산에 손을 댐. 이걸 나라 대신에 회사로 치환해보면 문제가 간단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으려나” 같은 내용이었다. 나아가 “공무원연금 다음은 국민연금”이라는 내용의 트윗글도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즉 전체적으로 언론의 보도 내용을 퍼 나르면서 긍정어 분포가 많아지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해 비판적인 트윗이 더 큰 반응성을 기록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3만7507건을 기록한 ‘개혁’이 차지했다. 2위와 5위에 ‘대통령’(1만4294건)과 ‘박근혜’(1만1245건)가 올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새누리당이 의원입법 발의를 했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끌고 오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3위는 1만2127건의 ‘정부’가, 4위는 1만1258건의 ‘국민’이 차지했다. 9561건을 기록한 ‘새누리당’이 6위를 기록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언급량으로 순위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한 야당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7위는 5709건의 ‘국회’, 8위는 5409건의 ‘퇴직’, 9위는 5397건의 ‘국민연금’이 차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민연금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용자들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10위엔 5310건의 ‘개선’이 올라 연금제도 개선에 대한 팩트 전달이 꽤 활발하게 일어났음을 보여 주었다.

    긍·부정 여론 팽팽 비판적 트윗 더 큰  반응
    증세 이슈로 확산?

    전체 연관어 10위 안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4834건을 기록한 ‘세금’이 14위에 올라 공무원연금 개혁 이슈가 무상복지 논쟁으로, 또 무상복지 논쟁이 증세 논쟁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을 반영했다. 최근 한 달간 ‘증세’ 또는 ‘세금’을 언급한 문서가 무려 16만7603건이 검색돼 연금개혁 문제와 복지가 세금 또는 증세 이슈와 긴밀히 관련돼 언급됨을 보여줬다. 증세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상위권에 ‘서민’(1만3390건), ‘복지’(1만2126건), ‘박근혜’(9438건), ‘공무원연금’(8842건) 등이 올라 있어 공무원연금과 복지, 증세가 함께 논의됨을 증명했다.

    여야 대표들도 증세 전선에 합류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경제가 어려워서 올해도 세수 결함이 10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증세하자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증세 반대 의견을 확고히 밝혔다.

    이에 대해 문희상 새정연 비대위원장은 “문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부족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모두 포기하기 어렵다면, 재원조달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그 해법은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증세 논란은 법인세 논란으로,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 논란으로, 나아가 부자 감세 논란으로 끝없이 자기분열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현 단계에서 당장 법인세 인상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증세 논의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새정연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인세 인하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시행한 법인세 인하에 따른 부자 감세를 원상태로 회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새누리당은 선거 포퓰리즘으로 야기된 무상 시리즈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증세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상당 기간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촉발된 정부의 재원조달 문제가 증세라는 매우 민감한 이슈로 옮겨가는 것이다.

    국가·국민의 미래와 직결

    ‘공무원연금’과 함께 언급된 인물연관어 1위는 1만1245건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했다. 2위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장서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5247건)가 차지했고,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야당 의견을 대변해온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의 절반 정도 언급량(2888건)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며 물리력을 행사하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노조는 중대한 정책 제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연금개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화제에 오른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 3551건으로 3위에 올랐다. 5위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랐다(1334건). 유 전 장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내가 준비했던 것보다 더 급진적인 안”이라며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새정연의 주장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유 전 장관의 주장이 사용자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지며 언급량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정홍원 총리,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인물 연관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외국은 4159건의 독일이었고, 이어 오스트리아, 프랑스, 캐나다, 미국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이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였던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의제화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이, 지난 정부의 잘못은 그대로 둔 채 이해 당사자들을 마녀사냥처럼 몰아붙이는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다소 더디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야당은 야당다운 대안을 내놓고 여당과 선의의 정책 경쟁을 펼쳐 필요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요소를 차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금을 포함한 복지 문제와 증세 문제, 소득불평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근미래와 관련된 핵심 의제들에 대해 정치적 견해 차이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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