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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선임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아들 하나 잃었지만, 더 많은 아들 · 딸 얻게 됐다”

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선임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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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7월28일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예원학교를 경영하는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전 이화예술학원)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 이대봉 신임 이사장은 “최선을 다해 세계적인 학교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그의 이사장 취임은 사학재단 이사장 교체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아버지의 한(恨)이 20여 년 만에 학원 이사장 취임으로 승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선임된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1987년11월26일은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서린 날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 대웅군이 하늘나라로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촉망받던 예비 성악가로 서울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대웅군은 이날 점심시간 선배들에 의해 학교 야산으로 끌려가 배를 두 차례 맞은 뒤 유명을 달리했다.

“11월22일이 학교기념일이었고, 11월23일에 정기연주회가 있었어요. 대웅이가 노래를 마치고 나서 꽃다발을 많이 받았어요. 한 39개쯤 됐나. 노래도 잘하고 체격도 크고 건장해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지. 그런데 그게 선배들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나봐. 사흘 뒤에. 그러니까 26일 점심시간에 불러내서 교정 끝에 있는 산으로 데려가서 그만….”

이 회장은 자식을 잃게 된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고(故) 이대웅 군이 성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당시 이 회장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 근처에 살던 테너 안형일 서울대 교수(현 명예교수)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당시 대웅군은 안 교수의 딸에게 피아노 교습을 받았는데,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대웅군의 노래 솜씨를 눈여겨 본 안 교수가 “예고에 진학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서울예고에 입학한 이후 대웅군은 예비 성악가로 주목받았다.

대웅군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한 이 회장은 처음에는 격노했다고 한다.



“비통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신체 건강하던 아이가 복부를 두 대 맞았다고 그렇게 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때린 상급생 아이가 태권도 2단이라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두 대 맞고 그렇게 되나…. 그때는 통신수단도 별로 없고, 교통편도 마땅치 않던 때라 쓰러진 애를 인공호흡도 시켜보고 우왕좌왕하다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선생님 차로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에 숨졌다고 해요. 처음에는 격분했지. 그런데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이미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잖아.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지. ‘노래를 잘하니까, 하느님 곁에서 노래 부르라고 일찍 데려가셨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지. 내가 천주교 신자인데,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도 있잖아요.”

이대웅음악장학회

이 회장은 장례비용을 내겠다는 학교 측에 “비용 부담할 생각을 일절 말라”고 하는 한편, 가해 상급생에 대해서도 선처를 호소했다. 3일장을 치르고 난 뒤 학교와 성당에서 추모예배를 갖고 장지로 향하는 길에 이 회장은 ‘어떻게 하면 대웅이의 죽음을 기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대웅이는 비록 떠났지만, 대웅이처럼 예술을 하는 꿈나무를 육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대웅이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청소년 콩쿠르’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지. 장학사업도 그때 생각했던 거고. 삼우제 때 학교 관계자들이 교정에 있던 주목 두 그루를 캐와 대웅이 묘소 옆에 심어줬어요. 49재 때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갹출해서 학교 교정에 대웅이 추모비를 세워주고, 추모 음악회도열었고요.”

이 회장은 1988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 매년 서울예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또한 대웅군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갈 음악영재를 길러내기 위해 성악콩쿠르를 개최해 입상한 학생에게는 유학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아들 하나를 잃었지만, 장학회를 통해 더 많은 아들, 딸을 얻은 셈이죠.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대웅이 생각도 나지만 흐뭇한 마음이 더 커. 대웅이가 못다 이룬 꿈을 그 아이들이 훌륭하게 펼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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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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