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아라빈드 아이케어 시스템은 시골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기본 진단도구를 직접 가져가는 것은 물론 위성장비로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원격의료용 트럭을 이용한다.
이러한 배경을 지니고 최근 원격진료가 새롭게 입법예고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원격진료를 허용해 의료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격진료는 의료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관련 산업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원격진료 이용률이 인구의 20%가량일 때 의료시장 규모는 2조3653억 원, 관련 장비시장 규모는 4021억 원에 달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원격진료 허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보험공단도 원격진료로 만성질환자를 관리할 경우 질병의 급성 악화를 막아 국민 건강 면에서도 이익이며, 비용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창조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미래산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이미지 각인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원격진료가 추진된다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주장도 있다. 의협은 원격진료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 의견의 골자는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를 시행하면 지리적 접근성에 의존해 생존하는 1차 의료기관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점, 원격진료 허용은 수도권 대형 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지방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 의료기관 붕괴로 의료 시스템과 의료산업까지 붕괴할 것이라는 점이다.
창조경제 활성화 vs 의료시스템 붕괴
원격진료는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환자의 증상 정보가 의사에게 전달되는지 여부, 치료와 처치가 원격진단에 수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비동기화 형태의 원격진료(asynchronous store and forward)는 환자의 증상 정보가 저장된 뒤 특정 시간 후에 의사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원격영상의학, 원격진단의학, 원격피부진료 등의 형태로 오래전부터 시행돼왔다.
환자의 증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의사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다시 치료와 처치가 수반되지 않는 원격 모니터링(TeleMonitoring), 치료와 처치가 수반되는 실시간 상호반응형(synchronous realtime interactive) 원격진료로 구별된다.
원격 모니터링 사례로는 2004년부터 시행된 미국 남애리조나 원격의료 프로그램(SATT·Southern Arizona TeleTrauma and TeleExistence Program)을 들 수 있다. SATT는 응급의료에서 필수적인 환자의 중증도 파악(triage)을 원격으로 진행해 시간을 절감하고 중환자실 회진도 원격으로 진행해 간호사 의존도를 낮추며, 의사가 직접 환자를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도에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TeleDoc 역시 원격 모니터링의 하나다. TeleDoc은 원격진단검사시설(Remote Diagnostic Test Facility)을 활용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하는 방식이며, 당뇨 등 만성질환을 주요 대상으로 하다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인도 KVM(Kerah Velayudhan Memorial)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료과학센터는 2011년부터 인디언과 알래스카 이누이트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CNATT(Center for Native American TeleHealth and TeleEducation)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정신과 원격 상담과 원격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영국·인도 등 해외에선 활발
미국 월터 리드 육군의학센터도 2011년부터 참전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정신과 원격 심리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선 2012년부터 instant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hy)라는 원격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약하면, 원격 모니터링은 응급 진단, 만성질환자 관리, 소외계층 진단, 정신과 원격 상담을 특징적 내용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