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진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임관 20년이 다 된 차장급 검사이자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해온 베테랑 검사인 수사팀장이 검사의 지위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소신대로 수사를 관철하겠다며 검사장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고 영장청구서를 법원에 접수시켰다. 검사장에게 수사 경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검사장이 보인 반응에 비추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행위는 검찰청법 등 검사 업무 수행의 기초가 되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과연 이런 항변은 타당한 것인가. 정당한 소신 수사냐, 하극상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검은 감찰을 진행해 수사팀장 등에 대해 법무부에 중징계를 건의했고, 검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소신대로 수사를 진행한 수사팀장을 징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감찰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되고,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신설돼 상사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가 없어졌다는 것이 주된 논거 중 하나다.
필자는 2003년 법무부 검찰1과장으로 재직하면서 2004년 1월 20일 시행된 검찰청법 개정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당시 진행된 검찰청법 개정의 배경과 내용을 되짚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때도 검찰 개혁은 정계와 법조계의 큰 화두였고, 특히 검사의 지위를 규정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검사 개개인의 독단 방지
논의의 초점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고, 개정안도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①고등검사장, 검사장, 검사로 나뉘어 있던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 ②검사 임용 후 7년마다 ‘검사 적격 심사’ 실시 ③‘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표현의 삭제 및 상급자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 명문화 ④자문기구인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변경 ⑤검사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제시권 도입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이번 논란과 직접 관련된 부분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표현의 삭제 및 이의제기권의 명문화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본래 강학상(講學上), 실무상 용어였으나 1986년 12월 31일 검찰청법 개정 때 각 조문에 표제를 넣으면서 제7조의 표제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법률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조문 내용은 1949년 12월 20일 검찰청법이 제정된 이래 변함이 없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복종의무). 둘째, 검찰총장, 검사장,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직무위임권). 셋째, 검찰총장, 검사장,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직무 이전 및 승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