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말많고 탈많은 대입 농어촌특별전형

“위장 전입한 도시 아이들이 채가는 경우 많아”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09-02-04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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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 도입된 대입 농어촌특별전형은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에서 생긴 제도다. 그러나 도시 학생들이 위장전입을 통해 농촌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사례가 많다.
    말많고 탈많은  대입 농어촌특별전형

    위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없음

    #사례 1

    “위장 전입한 학생들 때문에 농촌에서 평생 산 우리 아들은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못 봤어요. 구미시에 사는 학생이 이 동네 학교로 통학하면서 농촌에 사는 것처럼 꾸며요. 농특전형도 할 수 있고 내신도 좋아질 것 같으니까 그 혜택 받으러 오는 거죠. 그런 애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침에 학교에 가보면 구미에서 온 차들이 가득해요. 죄다 통학하는 애들이죠. 우리 아들은 고3인데 그거 혜택 못 보고 그냥 대학 갔어요. 선생님에게 좋은 대학의 농특 원서 써달라고 하니까 그건 이미 구미에서 온 애들이 다 차지해버렸답니다. 도시에서 과외 받는 아이들이니 시골 아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 사람 중에서 농특으로 자식을 대학에 잘 보낸 이요? 아무도 없어요.” - 신모씨·고3 학부모, 경북 구미시 고아읍

    #사례 2

    “집은 원래 여수시에 있는데 면에 있는 고교로 다녔어요. 집 근처 학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진학하기가 꺼려지더군요.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이 학교를 보고 가게 됐어요. 기숙사도 있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고요.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인 것 같았어요. 시 단위에 있는 학교보다 면에 있는 학교가 환경이 더 나아서 그곳으로 가게 된 거죠. 시골이다 보니 농특도 가능하거든요. 주민등록 주소지요? 부모님이 이전했을 거예요. 부모님 주민등록 주소지도 옮긴 걸로 알아요. 그래야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기숙사의 친구들도 대개 그런 걸로 압니다. 사실 따로 과외 받을 필요도 없고 학교에서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시니까 매일 밤 11시, 12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했어요.”- 안모(20)씨 ·기숙형 고교 졸업생

    #사례 3



    “과거에는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이 ‘중고교 6년을 농어촌지역에서 다닌 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상당수 대학이 ‘고교 3년’만 농촌에서 다녀도 농어촌전형 지원자격을 줍니다. 그 기간에만 학생과 부모가 모두 읍면 소재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면 농특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선지 중3 때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전학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양, 청평 중학교도 그렇고, 경북의 몇몇 지역에서도 그렇습니다. 전학 오는 애들이 모두 부모와 같이 실제로 이사 오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만 오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럴 때는 부모의 주소지를 읍면 지역으로 옮겨놓습니다. 그래야 3년을 인정해주거든요. 그러나 이런 경우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요. 대학에는 주민등록초본만 내면 되니까요. 농어촌 학생이 아닌 외부지역 학생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예전처럼 6년 이상 농어촌 지역에 산 학생들로 한정하면 진짜 농어촌 학생들이 혜택 보지 않을까요.”- 김유동 ·전교조 전남지부 전 정책실장

    농부 딸? 어부 아들?

    일반적으로 ‘대입 농어촌특별전형(이하 농특전형)은 농부 딸 어부 아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로 알고 있다. 원래 취지가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는 농어촌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출신 지역만 규정했지 부모의 직업군은 애초부터 제한 대상이 아니었다. 한 교육부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 이 제도는 농어촌이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농어촌지역에 사는 학생이라면 부모의 업종과 관계없이 이 전형을 이용할 수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든 농업에 종사하든 관계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농어촌에 거주하면 학부모가 농어민일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농어촌특별전형 지원자격을 명시할 때도 부모 직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성균관대는 ‘농어촌지역(행정구역상 읍·면지역) 소재 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로서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과 부모 등 보호자가 모두 농어촌지역에 거주한 자’에 농특전형 지원자격을 준다. 한양대는 ‘부모가 읍면에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학생이 12년간 읍면지역에 거주한 경우도 지원 자격을 준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의 말이다.

    “부모 직업을 강제적으로 묻지는 않지만 학생 추천인한테 ‘어려운 환경을 적어주십시오’라고 한다. 게다가 면접에서 이것저것 묻다 보면 가정환경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원서 접수서류상으로 보면 부모가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학생이 많은데 합격한 학생들의 부모 직업을 보면 그보다는 교사와 같은 공무원,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 농어업 종사자 자녀는 30%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현재 전형제도로는 부모의 직업군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업과 관계없는 부분을 묻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몇몇 학교의 경우 면접을 통해 농어업 종사자 자녀에게 먼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화여대 농어촌전형 입학 관계자는 “면접 과정을 통해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학생에게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물론 직군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농업에도 대규모 농업이 있고, 자영업 중에도 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 이 중 누구를 더 어려운 상황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대의) 제도 도입 시점인 2000년부터 이 부분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접어둔 상태다”라고 밝혔다. 강원도의 한 고교 교사는 “지역 유지라도 그 지역에 오래 살았으면 지역 발전을 도왔으니 그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건 문제될 것 없다”며 직군에 따른 혜택 부여에 반대했다.

    말많고 탈많은  대입 농어촌특별전형

    ‘한 대학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

    ‘톱 자리’ 빼앗긴 토박이들

    문제는 위장전입이 만연한 세태다. 학생과 부모가 3년 이상 농어촌지역에 살았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지원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위장전입을 일삼는 것이다. 글의 앞머리에 언급한 사례2 학생은 원래 도시에 살던 학생이다. 그런데 면소재지에 있는 기숙형 학교를 다닐 경우 농어촌 혜택은 물론 장학금과 좋은 교육까지 받을 수 있어 주소지를 옮겼다.

    물론 학생이 주소지를 기숙사를 포함해 읍면 소재지로 옮길 경우 법적 하자는 없다. 문제는 학부모다. 도시에 사는 학부모는 자식이 농어촌특별전형 자격 요건을 갖추게 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면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장전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도시 거주 학생들이 농어촌특별전형을 노리고 편법을 쓸 경우 기존 읍면소재지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대입 농특전형은 대부분 고등학교 교장의 추천을 받아 이루어진다. 학교마다 편차는 있지만 교장은 대략 서울대는 2명, 연고대는 3명, 그외 상위권 대학은 5명 이상을 추천한다. 성적 위주로 추천하다 보니 도회지에서 온 학생들이 상위권 토박이 학생들을 밀어내고 이 특별전형을 채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거창의 한 기숙형 고교를 졸업한 백은종(20)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순위 지역 학교
    1 충북 한교부속고
    2 경남 거창고
    3 전남 창성고
    4 경남 마산제일고
    5 전남 장평고
    6 경기 삼괴종합고
    7 경북 이서고
    8 부산 장안제일고
    9 전남 능주고
    10 경북 풍산고
    11 경기 양일고
    12 경북 현일고
    13 경남 거창여고
    14 경기 여주고
    15 경북 카톨릭부속고
    16 경남 고성고
    17 전북 군산중앙고
    18 경기 가평고
    19 경북 오계고
    20 경북 영일고
    21 경남 옥야고
    22 경남 거제중앙고
    23 경기 문산여고
    24 경기 비봉고
    25 전북 고창고
    26 전북 고창여고
    27 대구 화원고
    28 경북 금호여고
    29 경기 심석고
    30 경남 호암고
    31 충북 영동고
    32 경기 광탄종합고
    33 충북 옥천고
    34 전남 해남고
    35 전남 벌교고
    36 강원 강원고
    37 강원 홍천고
    38 강원 홍천여고
    39 강원 횡성여고
    ‘표1. 교과부가 2006년 공개한 ‘농어촌 특별전형 전국 최상위권 고등학교’’

    “학교에서 기숙사를 제공해서 그런지 외부에서 애들이 많이 왔었어요. 어중간하게 잘하는 애들이 온다고 해서 우리한테 해되는 건 없어요. 걔들도 오면 동화되니까 같이 경쟁하게 되는 거죠, 뭐. 문제는 정말 잘하는 애들이에요. 농어촌전형만 생각하고 온 애들 중에 톱이 있잖아요. 그런 톱들은 와서 동화도 되지 않고 톱으로 계속 있다가 좋은 대학 가요. 이 지역에서 제일 잘했던 애들이 갈 수 있었을 대학을 걔네들이 가는 거죠.”

    심지어 지역 학생들이 지역 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타 지역 학교에 다녀야 하는 폐단도 생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기숙형 학교에서 많이 일어난다.

    “전북 순창에서는 특목고 방식으로 교육시키는 일반고가 있는데, 농어촌전형 혜택을 받는데다가 학교 분위기도 좋으니 전주 광주 등지에서 위장전입해서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도 여럿 가고, 기숙사 제공에 장학금 지급하고 과외 선생님도 붙여주니까. 그러다 보니 정작 순창군 학생들은 그 학교를 가지 못해 다른 지역 학교로 가야 한다.”(충남의 한 고교 교사)

    문제는 이런 위장전입을 가려낼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대학에서도 농어촌특례입학 학생에게 고교 3년 재학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과 본인 보호자의 주민등록초본 각 1부와 가족관계증명서 1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끝이다. 지원자격이 특이한 경우 부모의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양육권판결문 등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위장전입 가리기 힘들다’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는 “기관이나 일반인이 위장전입을 밝혀낼 경우 직권말소, 신고말소를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주민등록초본에 흔적이 남게 되므로 초본에 말소라고 적혀 있지 않으면 위장이 아니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거주사실확인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하지만 이 자료로 거주사실의 진위를 알아내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위장전입생을 막기 위해서 서울대와 연세대는 좀 더 강한 자격요건을 만들어뒀다. ‘중·고교 6년 동안 본인과 부모 모두 읍면소재지에 거주한 자’로 명시한 것. 고등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은 농어촌전형 입학생을 총원의 4% 이하로 뽑을 수 있지만, 자격 요건이나 평가방법 등은 모두 대학 총장 재량이다. 따라서 대학마다 자격 요건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고교 3년 동안 본인과 부모 모두 읍면소재지에 거주한 자’로 한정한 대학은 비(非)농어촌 출신을 뽑을 확률이 높다. 거주 기간을 6년에서 고교 3년 이상으로 단축한 대학들의 논리는 이렇다.

    “자격 요건을 6년으로 명시할 경우 그 사이 1, 2개월만 다른 데서 살아도 전형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중요한 시점인 고교 기간에 농어촌지역에 사는 자라면 실거주자라고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

    중앙대는 위장전입생을 가려내기 위한 조처로, 자격요건을 종전 고등학교 3년에서 ‘중학교 3학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농어촌 지역에 머문 자’로 바꿨지만 사례3 교사가 지적했듯 ‘중 3 때 전학한 위장전입생’을 가려내기엔 한계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기숙형 일반고, 면소재지 명문 일반고의 경우 위장전입이 잦다. 구미시 근교에 있는 한 고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고3학생 305명 중에서 구미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17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충원고교는 자율형 사립고교라 전국단위로 모집해서 그런지 농어촌전형을 염두에 두고 오는 아이들이 많다. 대구, 포항, 청주 애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읍면소재지 학교를 어쩔 수없이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전교조 충북 충주지부의 한 교사는 “충주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라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그 뒤의 학생들이 밀려서 농촌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대도시 근교 읍면소재지 고교와 기숙형 고교 등에서 위장전입이 자주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교과부가 공개한 자료인 ‘농어촌전형으로 대학을 많이 보낸 고교’ 명단에도 이들 대도시 근교 읍면소재지 고교와 기숙형 고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표1 참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문제는 학생만 거주지를 옮겨서 머물 수 있는 ‘기숙형’ 고교 자체가 위장전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충북교원대부고 재학생의 한 학부모는 “우리처럼 이 학교 때문에 이사 온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기숙형 고교가 위장전입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학교 측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학교를 키우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숙시설과 장학금을 지급해서라도 외부 학생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니 위장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위장전입이라는 불법 행위를 통해 농어촌특별전형의 혜택을 채가는 잘못된 현상을 더이상 묵인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식으로건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란 것이다. 전북 지역 한 고교 교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더 이상 위장전입 문제를 덮어둘 수 없다. 학생들이 유입돼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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