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20대 리포트

20대 스타트업이 말하는 ‘스타트업 정책’ 실상

우승 후 오히려 내리막길, 보여주기식 지원?

  • 김송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ks04105@naver.com

    입력2019-08-30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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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여도 못 주는데 법인 등록부터 하라 조언

    • 간섭 지나치고 서류 작업 너무 많아

    • 7번 전화하면 1번 통화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박람회 ‘비바테크’ 전경.
[동정민 동아일보 특파원]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박람회 ‘비바테크’ 전경. [동정민 동아일보 특파원]

    신흥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은 경제계의 화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시작돼 4차 산업혁명의 주역,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인식된다. 20대 청년의 관심도 높다.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스타트업 사업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까. 대학생 스타트업 대표와 개발자를 만나 실상을 들어봤다.

    10조 원 펀드…만족도 낮아

    “불필요한 행정 업무로 정작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요.” 

    드론 관련 A 스타트업의 B(26·J대) 대표 말이다. 그는 정부 창업 지원사업에 대해 “일정과 지원금 지급이 늦어져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청년 창업 사관학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간섭이 지나치고 사업 이외 절차 및 서류 작업이 번거로워 실제 사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2018년 창업 기업은 134만 개로 전년 대비 7.0%포인트 증가했다. 2019년 1분기 창업 기업도 부동산업을 제외하고 26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기술혁신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2000억 원의 혁신성장펀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20대 창업자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카페 C와 D를 운영하는 E 대표(26·S대)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의 글로벌랩 프로그램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우승했다. E 대표는 “동남아시아 기술자들과 한국 기획자가 모여 팀을 꾸렸다. 진행이 잘돼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승 후의 상황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우승 후 필리핀으로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지원이 끊겼다.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조언하는) 코치가 법인 등록을 우선 하라고 했지만 팀원에게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불분명한 상황이 됐다.”

    “희생자 느낌”

    E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랩 1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랩 프로그램 2기가 준비된다고 한다. E 대표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 우리는 희생자라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림 관련 F 스타트업의 모바일 앱 개발자인 G(26·S대) 씨는 국가 지원 사업의 맹점으로 지원예산 운용을 지적했다. “어디에 쓸지 예측해 보고해야 하는데 예측하기도 힘들고 일일이 보고하는 일이 상당히 번거롭다.” 김씨는 담당자에게 7번 전화하면 겨우 1번 연결된다고 했다. 일을 하다 예산 용처를 수정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이 느려진다고 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제품·서비스 개발 및 투자 유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투자 회수·재투자 단계의 기업은 아직 없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정부는 기존 스타트업의 유지·발전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가구 관련 H 스타트업의 J(33) 씨는 “창업 지원을 위한 평가가 더디거나 틀에 박히다 보니 스타트업끼리 경쟁만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론실무교육’ 수업 수강생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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