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분당 파크뷰게이트 검찰 수사기록

청계천복원본부장 특혜 분양·성남시장에 3000만원·DJ 일가 묘도 단장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6-24 10: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청계천본부장, “파크뷰 용도변경 가능” 용역보고서 제출
    • 시행사 홍원표 회장, “DJ 일가 용인 묘 단장에 내 돈 들어갔다고 들었다”
    • 홍회장-회사 관계자, “홍일씨 처남 윤흥렬씨에게 부탁하고 사례했다”
    • 경기도 국장, “파크뷰 허가는 불법…도지사가 외부연락 받은 듯”
    • 홍회장, “성남시장에게 3000만원 줬다”
    • 홍회장, “청와대 검사, 성남부시장 모임에 10차례 스폰서했다”
    • 홍회장, 현금뭉치 든 쇼핑백 여러 개 쌓아두고 수시로 사용
    • 파크뷰 협력업체, “매출의 12분의 1을 청탁용 비자금으로 조성”
    • 성남지청 부장검사, 퇴직 후 홍회장측 고문변호사로 일해
    • 특혜분양 의혹 경찰 간부, 여전히 파크뷰 담당
    • 의혹제기 시민단체 성토 시위대에 성남시장과 홍회장 1000만원 지원
    • 홍회장 최근 석방, 파크뷰 사업으로 최대 3000억 순익 예상
    분당 파크뷰게이트  검찰 수사기록
    2000년 5월 성남시는 분당구 백궁-정자지구 중심상업지구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주민 여론조사를 조작 발표했다. 이로써 사업시행자인 에이치원개발은 파크뷰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성남시와 에이치원개발의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백궁-정자 게이트, 혹은 파크뷰 게이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2001년 6월 경기도는 법이 규정한 것보다 많은 세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파크뷰아파트에 대해 사전승인을 내줬다. 또 한번 불법 논란,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에이치원개발은 경기도의 승인을 당연시하며 3개월 전 이미 분양을 끝낸 상태였다.

    2002년 중순엔 “권력층이 파크뷰를 특혜분양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김은성 당시 국정원 차장의 글이 언론에 공개됐다. 민주당 김옥두 의원, 김홍일 의원의 처남 윤흥렬 당시 모 스포츠신문 사장 등이 분양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파크뷰 게이트는 성남시-경기도-정권실세가 어우러진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성남시, 경기도 등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그 결과 경기도와 관련해선 임창열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씨, 건설교통부와 관련해선 건교부 소속 국장, 경찰과 관련해선 분당경찰서 정보과장, 성남시의원, 사업시행자인 에이치원개발의 홍원표 회장, 홍회장의 로비스트들 등이 금품 제공-수수 혐의로 사법 처리됐다. 성남시 관련 유착의혹으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됐는데 김 시장은 도피했다.

    적나라하게 ‘부정부패의 현장’ 증언



    그러나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특혜의 전모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특히 권력실세와의 연관 의혹 부분에 대해선 사실관계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신동아’는 최근 파크뷰 게이트 관련 피의자, 참고인들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검찰 수사기록에는 성남시의 용도변경, 경기도의 사전승인 과정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파크뷰 사업을 둘러싼 특혜와 로비의 전모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한 공무원은 2002년 7월2일 언론 인터뷰에서 “파크뷰 건축허가는 적법했다”고 밝혔는데, 바로 당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는 자리에선 “오늘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다. 건축허가는 불법이다”라고 진술한다.

    언론에 보도된 여러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이 적나라하게 ‘부정부패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이들의 육성을 통해 확인되는 업자-관료-사회지도층-정치권의 도덕불감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혜분양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이 지금도 파크뷰사업 관할 부서에 재직하고 있다. 파크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를 성토하는 시위대에 성남시와 홍원표 회장이 공모해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자들과 업자들의 유착도 도를 넘어선 정도였다.

    또한 검찰 수사기록은 권력층 연관문제와 관련, 업자들의 대담한 증언을 담고 있다. “권력층으로부터 도움을 받았고(상응할 만한) 대가를 줬다”는 업자들의 진술이 있는가 하면, 거론된 당사자들은 이런 진술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법원에 제출된 검찰기록에 따르면 검찰도 수사를 더 한 흔적이 없다. 그러나 이는 파크뷰 사건을 ‘동네 건설업자의 비리’ 차원으로 결론 내린 지난해 검찰 발표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청계고가 철거와 관련, 양윤재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가장 주목받는 고위 관리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파크뷰 게이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양윤재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2001년 3월 파크뷰 사업시행자인 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으로부터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특혜분양 받았다.

    양본부장이 소장으로 있던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2000년 “파크뷰 조성 예정부지에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용역보고서를 성남시에 제출했다. 이를 비롯한 두 건의 양본부장측 보고서는 성남시와 경기도가 도시설계 변경 및 파크뷰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도록 한 결정적 명분이 됐다.

    또한 “양본부장측은 용역 발주자인 성남시로부터 당초 계약한 용역비 1900여 만원을 받은 것 이외에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에이치원개발로부터 별도로 8000만원을 받았다” “양본부장은 파크뷰 조경사업자 선정권까지 요구해 따냈다”는 에이치원개발측 진술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양본부장은 “홍회장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업계 관례’ 또는 정당하게 받은 것이며, 조경사업권이 제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돌아간 사실은 있지만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본부장은 상당한 논란속에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청계고가 철거작업을 총괄지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양윤재본부장 아파트는 사전 분양된 물량

    검찰기록에 따르면 양윤재 본부장은 2002년 5월28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소환되어 “파크뷰 아파트는 사전분양을 받은 것”이라면서 특혜분양임을 시인했다. 에이치원개발이 시행하는 파크뷰 아파트에 M설계사무소가 설계단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대학 제자인 M설계의 조○○ 부사장을 통해 양본부장이 에이치원개발로부터 48평형 한 채를 사전분양 받았다는 것.

    에이치원개발과 분양대행사는 2001년 3월 파크뷰 아파트를 선착순으로 분양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451세대를 따로 빼내 선착순이 아닌 방식으로 권력층 및 사업시행자의 친인척 등에게 비밀리에 사전분양해 회사 관계자들이 사법처리됐다. 검찰은 양본부장이 분양 받은 아파트도 불법 사전 분양된 451세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다음은 양본부장의 자필 진술서 내용. “본인의 대학원 제자인 M설계 조○○ 소장이 본 사건 분당 백궁정자지구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의 설계단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 분당의 아파트로 본인의 모친이 이사하실 의향이 있으신 관계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본인은 성남시로부터 분당 중심상업지구 지구단위계획재정비수립의 용역을 본인이 재직중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가 수행하고 본인이 그 연구의 책임을 맡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음에 파크뷰 아파트가 분당일대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설계단에서 분양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해서 2001년 3월8일 계약금을 지불하고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습니다.”

    양본부장은 이어진 검찰 심문에서 사전분양 행위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파크뷰 분양은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리고 상당수 분양 희망자들은 며칠씩 노숙을 하기도 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총 1829세대 중 451세대가 미리 빼돌려져 사전 분양된 사실은 양본부장 조사 무렵에 밝혀졌다. 일부 권력층은 사전분양을 받은 뒤 바로 분양권 전매방식으로 되팔아 즉석에서 1500만원을 벌기도 했다.

    에이치원개발에 따르면 양본부장이 특혜분양 받은 아파트 평형은 2003년 6월 현재 분양가 대비 2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는 내년 6월이며 양본부장은 분양받은 아파트를 현재도 계속 보유중이다. 담당검사는 “양본부장이 법인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검사가 양본부장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이다.

    “검사: 진술인은 위 아파트를 분양 계약할 당시 일반인들과 같이 모델하우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사실이 있나요. 양본부장: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는 설계단에서 분양계약을 받아준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검사: 줄을 섰던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 되나요. 양본부장: 듣기로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하였습니다. 검사: 진술인은 오랜 시간 줄을 서 기다렸음에도 분양을 받지 못하였다면 어떤 생각을 하였겠는가요. 양본부장: 네, 저 역시 인간으로 제가 그런 입장이 되었다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검사: 진술인은 파크뷰의 시행사 및 시공사, 분양대행업자에 부탁하여 사전분양받음으로써 선량하게 분양해야 할 법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지요. 양본부장: 예,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못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저도 법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검사: 진술인의 제자인 조○○에게 문의한 바 진술인이 분양 계약한 아파트를 2001년 3월8일 사전분양 계약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은 알고 있나요. 양본부장: 그분들에게 죄송하고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일등공신’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보고서

    검찰 조사결과 김병량 성남시장측은 애초부터 홍회장에게 돈을 받는 등 유착되어 있었으며 파크뷰 아파트 허가를 내주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두 번의 큰 고비를 넘겨야 했다. 성남시가 원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던 곳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 해주는 단계, 경기도가 적정 용적률 초과로 사전허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가 나중에 허가를 해주는 단계가 그것이다. 여기엔 적절한 근거가 필요했다. 이와 관련해 양본부장측은 결과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선 양본부장이 소장으로 있던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2000년 초 성남시로부터 용역의뢰를 받아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조성 예정 부지는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보고서를 성남시에 제출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2000년 5월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용도변경하는 데 있어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인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보고서가 결정적 명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또 2001년 5월엔 용적률 356%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정당하다는 검토의견서를 내놓았다. 서울대의 이러한 의견은 용적률 300%를 초과하면 위법이라는 경기도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성남시측과 홍원표 회장측이 경기도로부터 사전승인 허가를 받는 데 있어 서울대 의견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명분이 됐다.

    분당 파크뷰게이트  검찰 수사기록

    2001년 3월 분당신도시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가 선착순 분양을 시작하자 1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분양권을 받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본부장측이 이 두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 에이치원개발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주목을 끄는 진술을 했다. △파크뷰 아파트 설계를 맡은 M설계 부사장과 양본부장은 대학 사제지간으로 성남시가 양본부장측에 용역을 주게 된 것은 애초 M설계측이 성남시에 양본부장을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것 △양본부장이 파크뷰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두 번의 용역 보고서를 내놓자 홍회장과 양본부장은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 △양본부장측은 성남시로부터 용역비를 2000만원 미만으로 받았으나 홍회장이 별도로 8000만원을 양본부장측에 추가로 더 줬다는 것 △양본부장이 파크뷰 아파트 조경공사 설계를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발주해달라는 요구까지 해서 홍회장이 결국 양본부장의 요구대로 해줬다는 것 △양본부장이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것 등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조모 에이치원개발 사장의 검찰 진술이다. “성남시에서 도시설계 용역을 의뢰한 서울대 환경연구소는 M설계의 조○○ 부사장이 조교로 있었던 곳으로 M사 추천에 의해 의뢰한 것이고 의회 승인을 피하기 위해 성남시는 2000만원 미만으로 발주했습니다. 서울대 환경연구소에서 비용이 너무 저렴하여 성남시에서 발주한 용역을 맡지 않으려고 하여 에이치원개발에서 손해보전을 해줬습니다.”

    다음은 홍회장의 측근인 이모 에이치원개발 부회장의 검찰 진술이다. 이씨는 에이치원개발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2001년 5월 양윤재에게 의뢰하여 환경연구소에서 용적률 300% 이상을 건축하여도 좋다는 내용의 도움을 주어 이때부터 홍회장과 양윤재 소장은 형님 아우라고 호칭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성남시가 용역비 2000만원을 주었으나 홍회장이 별도로 약 8000만원인가 얼마인가를 추가로 더 지급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양소장이 홍원표 회장에게 자신이 도와주었으니 파크뷰 아파트 조경공사 설계를 자기가 아는 사람한테 발주해달라고 여러 차례 말하는 바람에 홍회장이 그 뒤로는 기분 나쁘고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저에게 하였습니다. 결국 조경공사 설계는 양윤재 소장의 요구대로 K사에 발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남시에 따르면 양본부장측은 파크뷰 용역 대가로 성남시로부터 1970만원을 지급받았다. ‘홍원표 회장이 8000만원을 더 줬다’는 진술 부분에 대해 양본부장은 “8000만원은 아니고 홍원표 회장측으로부터 4000만원 정도를 더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본부장은 이어 “용역 요청은 성남시에서 했지만 추가로 더 들어가는 돈은 에이치원개발이 냈다. 관례가 그렇다. 홍원표 회장 쪽에서 발주한 용역도 있다. 정당하게 받은 것이다. 기간이 연장되면서 돈 더 안 주면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역 내용은 적정했다”고 덧붙였다.

    ‘K사로 파크뷰 조경사업이 돌아갔다’는 진술에 대해 양본부장은 “K사의 부사장이 내 제자이고 K사가 조경사업을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K사가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홍회장에게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특혜분양에 대해서도 “파크뷰에 유리한 쪽으로 용역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다. 검찰에서 잘못됐다고 보고 부른 것이니까 검찰에 가서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러나 명인설계의 제자가 분양받으라고 해서 한 것이다. 이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원표, “주혜란 로비는 안 통했다”

    홍원표 회장과 에이치원개발의 홍회장 동업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홍일의원의 처남 윤흥렬 모스포츠신문 전 사장이 파크뷰 허가 과정에 개입했다”고 수 차례에 걸쳐 진술했다. 2001년 당시 윤 전 사장은 파크뷰 아파트 한 채를 부인 명의로 사전분양 받았다가 해약을 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경기도 대상 로비 의혹 부분의 경우, 홍원표 회장이 전직 방송인 김종찬씨를 통해 당시 임창열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에게 접근한 뒤 임지사를 한 차례 만나 파크뷰 아파트 승인을 부탁했고 그 대가로 주씨에게 1억원과 고급 가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홍회장측은 검찰조사에서 “주씨를 통한 로비는 실제로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홍회장은 “도지사 관사에 밤 10시쯤 찾아갔을 때 임지사가 술에 취해 하품을 하며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해서 준비한 자료도 꺼내 보이지 못하고 5분 뒤 일어서야 했다”고 말했다. 임지사는 검찰조사에서 “파크뷰 건에 대한 경기도의 사전승인은 홍회장이 방문하기 전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주혜란씨는 “왜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데려와 인사를 시키느냐고 남편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당시 남편과는 각 방을 쓰고 사이가 좋지 않아 남편이 내 부탁을 들어줄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지사와 주혜란씨는 최근 이혼했다.

    대신 홍회장측은 검찰조사에서 “윤흥렬 전 사장의 도움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파크뷰의 분양 대행사 문 모 부사장은 “윤 전 사장이 파크뷰 아파트를 해약하자 홍원표 회장이 계약금을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다음은 홍원표 회장의 검찰진술 내용. “S사의 관계자가 잘 알고 있는 윤흥렬에게 부탁하여 윤흥렬이 임창렬 경기도지사에게 전화를 하였던 모양인데 임지사가 외국을 나가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S사는 당시 파크뷰 사업과 관련, 에이치원개발과 동업관계였고 이 관계자는 당시 윤 전 회장과 절친한 사이였다.

    이모 에이치원개발 부회장도 검찰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S사 관계자를 통하여 윤흥렬의 도움으로 사전승인을 받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고비 명목으로 사례”

    파크뷰 아파트 설계를 담당했던 A건축사무소의 장모 이사의 진술은 좀더 구체적이다.

    “2002년 7월3일 김종찬씨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정○○ 변호사에게 왜 김종찬씨가 구속되느냐고 물었더니 분당파크뷰 사전승인을 청탁한 것 같다고 하길래 제가 정변호사에게 2001년 12월경 스포츠신문에서 경기도 일을 풀었다고 들었는데 왜 김종찬씨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제가 이 소문을 듣게 된 것은 2001년 12월경 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에게 안부차 갔을 때 입니다. 홍회장이 안 계셔서 기다리고 있는데 에이치원개발 모 고위 관계자가 자기 방에서 커피나 한잔 하라고 하여 들어가 보니 못 보던 사람들 2~3명이 있었는데 스포츠신문 광고 이야기를 하며 경기도 일을 도와주었으니 광고문제로 홍원표 회장이 골치 아파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모 에이치원개발 부회장은 다시 한번 더 진술한다. “S사 관계자를 통하여 이 관계자가 잘 알고 지내는 윤흥렬씨에게 부탁하여 윤흥렬씨가 임지사에게 부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홍원표 회장으로부터 ‘윤흥렬씨에게 부탁하여 임지사에게 말을 넣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홍회장과 저는 동업자로서 사전승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상의하였습니다. 제가 홍회장으로부터 듣기로는 윤흥렬씨에게는 광고비 명목을 달아서 별도로 사례를 하였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액수로 사례를 하였는지 금액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홍회장님과 사업 동반자라서 홍회장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진행과정을 대략 말해주어 알게 됐습니다.” 임지사는 검찰조사에서 “2001년 윤흥렬씨와 골프를 한 번 친 적 있다”고 말했다.

    윤흥렬 전 사장에 따르면 경기도의 파크뷰 사전승인이 결정된 뒤 에이치원개발측은 스포츠신문에 1억원을 주기로 하고 광고를 게재했다. 윤 전 사장은 “3~4차례 기사식 광고를 게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사장은 “실제로 광고가 나간 뒤 에이치원개발측은 1억원 중 5000만원만 지급하고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윤 전 사장의 설명. “임창열 지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으며 파크뷰 건에 대해 부탁을 한 사실도 전혀 없다. 검찰에서도 이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안됐다. 홍회장측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은 S사 관계자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아내가 시세보다 비싸게 파크뷰 72평 펜트하우스를 계약하고 왔는데 내가 펄펄 뛰는 바람에 해약을 했다. 계약금 돌려받은 것에 법적 문제는 없다. 새로운 사업도 해야 되고 투자도 받아야 되는데 기사가 나가면 지장이 있을 수 있다. 나는 파크뷰와 아무 관련이 없으니 내 얘기는 빼달라.”

    경기도 국장, “도지사에 끌려다녔다”

    임창열 전 경기지사는 측근을 통해 기자에게 “윤흥렬 전 사장과 통화한 적이 없으며 파크뷰와 관련해서 일체의 부탁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임지사는 검찰조사에선 “실무진이 알아서 허가를 내주겠다는 결재보고를 올렸기 때문에 파크뷰 사업에 대해 경기도의 사전허가가 나오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실무진의 진술은 극명하게 다르다. 실무진은 “파크뷰 용적률을 356%로 하겠다는 성남시의 요청은 용적률 300% 초과를 허용하지 않는 관련 법규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도의 법률자문담당관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성남시가 유일하게 근거로 제시한 서울대 환경연구원의 ‘356% 가능’ 용역보고는 채택되지 않았으며 도저히 허가가 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결국 “도지사 때문에 허가를 내주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다음은 당시 경기도 담당국장의 검찰 진술내용. “도지사님이 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전에 두 번이나 사전승인이 불가한 사유를 자세히 보고를 드린 바 있는 건에 대해 먼저 챙기시면서 왜 민원서류 처리가 문제가 많으냐 질책을 하시면서 다시 검토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그 말은 앞뒤 상황을 판단해보면, 구체적으로 처리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보라는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었지만 두 번이나 안 된다고 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지시를 하니 처리가 되도록 보고하라는 의중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이 국장은 보다 분명한 어조로 다시 진술했다. “성남시 공무원들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되지도 않는 것을 올려 우리가 안 된다고 하였는데 다시 올려 말썽이 났으니 말입니다. 국장으로서 사전승인 불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 데도 도지사한테 끌려다녀 일 처리를 법대로 하지 못한 잘못도 있습니다. 지금도 파크뷰 사전승인을 내준 것은 도시설계 지침에 어긋나는 잘못된 처리라고 생각합니다.”

    실무진이 알아서 처리하게 놔두었으면 파크뷰 사업은 경기도에서 절대로 허가가 날 수 없는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 전 지사는 “실무진에게 압력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실무진이 올린 허가보고를 결재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모든 의혹 대상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기서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 주혜란씨가 갑자기 구속되면서 주혜란씨가 모든 의혹을 떠안고 가는 것으로 처리됐고 파크뷰 사건 언론보도도 함께 종결되고 만다.

    DJ 일가 용인 묘 2001년 초 단장

    2002년 7월20일 홍원표 회장은 심문과정에서 검사가 묻지도 않는데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선친 묘 얘기를 꺼냈다.

    다음은 홍회장의 진술. “2001년 초 최○○씨(홍회장의 정-관계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와 상의하던 중 담당실무자보다는 고위 인사를 통한 로비로 해결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최는 민주당 모 실세 의원과 가깝게 지내는 민주당 당직자 김○○씨를 잘 아는데 그 사람을 통해 로비를 해보겠다고 했다. 경비가 필요하다고 하여 최에게 5000만원을 주었다. 다음날인지 최가 사무실에 와서 김과 함께 모 고위 인사에게 부탁을 해놓았는데 잘 처리될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라, 곧 사전승인이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 돈도 그 고위 인사에게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다. 최의 말이 돈을 그에게 주었다고 했다. 고위인사가 말하기를 용인에 대통령 선친 묘소가 있는데 많이 허물어져서 수리보수를 하는 데 그 돈을 사용할 거라고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돈을 대통령 선친 묘소를 수리하는 데 사용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민주당 당직자 김씨는 최씨가 건네준 홍회장 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7년 대선을 2년 앞둔 1995년 11월 선친 등의 묘 3기를 전남 신안군과 경기도 포천군 공원묘지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한 바 있다.

    홍회장 진술에 등장하는 고위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인사에 따르면 용인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친 묘 2기와 전 부인의 묘가 있는데 그 중 전 부인 묘의 봉분이 무너지고 훼손되어 2001년 초 그 묘를 단장하는 공사를 벌였다고 한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묘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지만, 대통령 일가가 단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홍원표 회장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그의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익 위해 파크뷰 사전승인에 개입?

    경기도가 2001년 5월 말까지도 사전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은 에이치원개발로선 치명적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2001년 3월 이미 에이치원개발은 경기도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파크뷰 아파트 전세대에 대해 분양을 끝냈기 때문이었다. 에이치원개발의 사정이 다급해진 가운데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은 직접 경기도를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김시장은 임창열 지사를 만나 사전승인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최모 성남시 부시장도 임지사를 만나 사전승인을 부탁했다고 한다. 임지사는 “최부시장이 찾아왔었다”고 검찰에서 밝혔지만 최부시장은 “임지사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병량 당시 시장 등 성남시 고위 공직자들은 정말 ‘공익’을 위해 파크뷰 사전승인을 받는데 발벗고 나선 것일까. 김 당시 시장은 현재 도피중이다. 검찰은 김 시장의 혐의가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원표회장은 검찰 진술에서 “김 당시 시장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다음은 홍회장의 진술내용이다. “제가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직접 돈을 주었다기보다는 김병량 시장이 선거 사무실을 구한다고 하여 3000만원을 약속어음으로 준 적이 있습니다. 1998년 3월 성남시 분당구 율동 스파밸리 골프연습장 5층 저의 사무실에서입니다. 1998년 6월 다래성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김시장에게 ‘시장에 당선이 되었으면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김시장이 다래성에 왔습니다.” 홍회장은 금전적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김 당시 시장에게 생색까지 내고 있는 셈이다.

    이후 김 당시 시장은 선거사무실 컴퓨터 집기 무료 설치 등 자신에게 1000여 만원 이상의 도움을 준 건설업자 정 모씨가 파크뷰 아파트 설계단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홍회장에게 부탁전화를 걸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실제로 설계단에 들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 당시 시장의 수행 비서도 정씨와 홍회장 모두로부터 돈을 받았다. 다음은 정씨의 진술 내용이다. “룸살롱에 가서 자리를 정한 후 맞은편에 앉았던 성남시장 수행비서의 좌석에 가 그의 등 뒤에 쇼핑백을 놓아두었습니다. 아가씨를 입석시킨 다음 술을 마시면서 시장님을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얘기했습니다.” 김 당시 시장과 홍회장은 파크뷰 사업과 관련해 유착관계를 넘어 오래 전 한 배를 탔음이 검찰 수사기록에선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당시 시장은 파크뷰 게이트가 터졌을 때 “홍회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당시 시장은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결백을 주장했고 2002년 지방선거에 명예회복 하겠다며 출마했었다.

    검사, 부시장, 경찰 회식자리의 홍원표

    검찰조사에 따르면 최모 부시장도 경기도에서 파크뷰 사전승인을 받기 위해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노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창열 지사는 최부시장이 도지사 관사로 찾아와 사전승인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최부시장은 경기도 해당 업무 담당 국장과 과장에게 사전승인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데 이어 직접 찾아가 다시 부탁을 하기도 했다.

    검사는 최부시장을 불러 이렇게 묻는다. “성남시의 부시장으로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홍원표가 시행하는 파크뷰에 대한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경기도청까지 직접 찾아가서 부탁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보아 정상적인 공무원의 업무 행태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떤가요.” 최부시장은 “(파크뷰가 사전분양을 한 상태이므로 허가가 안 나면 분양자들의 민원이 발생할 것이므로) 민원 발생을 막아보자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당시 경기도 담당국장의 진술. “최○○ 부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된다고 하는데 (사전승인이) 왜 안 되느냐고 계속 따져 물으며 언짢은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성남시 관계자가 자기도 안 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쩔 수 없다, 죽겠다고 말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2001년 5월19일 오전 11시경 최○○이 찾아와 왜 안 해주느냐고 해서 도시설계지침을 설명하면서 안 된다고 했다. 최부시장은 마치 내가 해줄 수 있는데도 안 해주는 것인 양 오해를 하는 표정으로 자꾸 사전승인을 해달라고 했다. 입장이 난처하여 바쁜 일이 있다면서 주택과장과 대화하라고 하고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도청운동장에서 전화를 해보니 부시장이 나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길래 계속하여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때가 토요일이었다. 부시장은 오후 1시가 넘어서까지 나를 기다렸다.”

    최모 당시 성남시 부시장은 경기도 부지사를 거쳐 현재는 연수중이다. 기자는 최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최씨의 가족에게 메모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당시 최 부시장, 분당경찰서 김모 정보과장, 이모 청와대 파견 검사, 박모 예비역 장성은 분당에 거주하는 중앙대 동문으로 평소 친분이 있어 자주 만났다. 이 가운데 김모 정보과장은 홍원표 회장과 막역한 사이였다. 홍회장은 김과장의 소개로 1990년대 말부터 이들 4명의 중앙대 동문 모임에 자주 참석하게 된다. 홍회장은 “10여 차례 이들 모임에 참석해 스폰서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부시장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게 됐고 파크뷰 성사를 위해 부탁도 했다는 것이 홍회장의 진술이었다.

    최부시장은 홍회장의 스파밸리 골프연습장 사무실에 성남시 공무원들을 불러 시청 구조조정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부시장은 “홍회장과 몇 차례 식사는 했지만 홍회장에게 얻어먹지는 않았다. 홍회장과 친하지 않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안과 관련해 내가 돈을 받았겠는가”라고 진술했다.

    이 모임에 어울렸다는 이모 검사는 나중에 파크뷰 사건이 확산되자 이니셜로 언론에 거명됐다. 당시 이 검사는 파크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홍원표 회장은 분당경찰서장과 간부들을 접대하며 또 한번 마당발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음은 당시 김모 정보과장의 진술.

    “(당시)분당경찰서장은 강○○ 서장으로, 서장님과 과장님들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홍원표도 분당경찰서 치안자문위원이었던 관계로 그 자리에 참석했었습니다. 제가 홍원표에게 서장님 모시고 저녁식사 한번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의 검사가 파크뷰 사건에 등장한다. 홍회장이 “파크뷰 사업이 개시될 무렵 성남지청 윤○○ 부장검사는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설계회사 M사를 파크뷰 설계단에 넣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것. M사는 설계단을 구성한 3개사 중 하나가 됐다. 에이치원개발에 따르면 윤부장검사는 사표를 낸 뒤 현재는 홍회장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분당 파크뷰게이트  검찰 수사기록

    2002년 5월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파크뷰아파트 특혜 분양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김모 정보과장은 나중에 홍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사는 홍회장에게 “친구라면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진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홍회장 답변이 인상적이다. “사실 너무 괴롭습니다. 김○○은 형제처럼 지내던 사이로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언론의 의혹이 있으므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진술하여야만 의혹이 풀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괴롭지만 진술을 하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김○○이 분양계약금에 대해 잘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부분은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므로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언론이 파크뷰 게이트를 초대형 권력형 비리로 몰아가자 이에 두려움을 느껴 단순 비리사건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형제처럼 지낸 친구’를 어쩔 수 없이 희생했다는 취지로 들린다. 에이치원개발측에 따르면 김 전 과장은 석방된 뒤 홍회장과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김 전 과장에게 돈을 주는 과정을 설명하며 홍회장은 자신의 비자금 관리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홍회장은 “현금을 항상 쌓아둔 채 파크뷰 사업 성사에 필요할 때마다 수천만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통째로 주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홍회장은 자신의 눈밖에 난 파크뷰 설계단 사장이 파크뷰 아파트 한 채를 사전 분양해달라고 부탁하자 이를 거절했다.

    “스파밸리 내 제 사무실에 응접세트 소파가 10개 정도 놓여 있는데, 그 밑에 쇼핑백 3개 1억5000만원을 깔아놓고 그 위에 소파를 놓아두는 식으로 보관을 하였고, 나머지 5000만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 1개는 사무실 병풍 뒤에 놓아두고 보관을 했습니다. 별도의 금고는 없었습니다.

    소파 밑에 돈을 보관한 이유는 도둑이 들더라도 소파 밑까지는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쇼핑백에 5000만원을 다 담아서 소파 밑에 놓아두기는 어렵습니다. 쇼핑백이 두꺼워 소파 밑에 다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5000만원 중 3000만∼4000만원만 쇼핑백 안에 담고 나머지 돈은 쇼핑백 옆 남는 공간에 나란히 깔아놓았습니다. 쇼핑백에서 제가 직접 100만원씩 묶은 다발 30개를 꺼내 다른 쇼핑백에 담은 다음 쇼핑백 입구를 호치키스로 집어서 봉한 다음 김○○ 정보과장에게 주었습니다.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면서 주었습니다.”

    이와 관련 홍원표 회장으부터 설계용역을 수주 받은 정모 당시 K종합건축사 부사장은 “설계단도 건축허가 로비에 나서기로 하고 전체 설계비의 12분의 1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국정원, 파크뷰 사건 파장축소 막후 작업

    성남시에선 파크뷰 부지의 용도변경이 안 되게 되어 있었고, 경기도에선 용적률 초과로 파크뷰 아파트 건설 사전 승인이 법적으로 안 되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일이 성사되는데 결정적인 명분이 된 것은 세 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양윤재 본부장측의 용역보고서였고 다른 하나는 건설교통부가 보낸 성남시에 유리한 회신문, 마지막으로 성남시의회의 파크뷰 사업 촉구 결의안이었다. 양본부장 건의 경우 양본부장은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건설교통부 건의 경우 박모 당시 건교부 고위 관리가 에이치원개발측으로부터 6000만원을 받고 그러한 건교부 회신문이 나오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크뷰 추진 결의안을 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성남시의회 의원들도 에이치원개발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성남지역 시민단체들이 파크뷰 게이트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자 당시 이들 시민단체 앞에서 이러한 시민단체 활동을 성토하는 ‘역시위’가 발생했다. 그 시위의 주도자는 김모씨였다. 김씨가 구속되자 김병량 시장은 홍원표 회장에게 사람을 보내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데 도와주라”고 했다. 그러자 홍회장이 2000만원을 내놓았다는 것이 김 시장 수행비서의 진술이다.

    파크뷰 게이트는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진승현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뒤 법원에 “파크뷰 특혜분양자 명단이 있다”는 탄원서를 내면서 파장이 커졌다. 실제로 국정원이 파크뷰 건에 개입한 정황은 검찰 수사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건설교통부 국장인 박모씨는 검찰에서 “2001년 5월초 제가 건설교통부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저희 부서에 출입하는 국가정보원 연락관이 제 방을 방문하여 분양받은 파크뷰를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여 처분한 것입니다. 연락관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박씨는 2001년 3월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아놓고 있었다.

    지금까지 검찰은 파크뷰 게이트와 관련된 언론인으로 L씨만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몇몇 기자들도 홍회장과 깊은 친분을 나눴으며 특혜분양을 공공연히 요구해 분양을 받기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조모 에이치원개발 사장은 “홍원표 회장이 K일보 L국장, Y언론사 J부장에게 파크뷰 건축과 관련하여 부탁을 하는 것을 들었다. 주로 성남시의 건축심의 전에 홍원표 회장이 L국장 및 J부장에게 부탁했다. 건축심의 후에는 이들이 할 일이 별로 없다”라고 진술했다.

    J부장은 중앙대 동문 모임과 홍회장이 어울리는 자리에 자주 함께하며 홍회장과 긴밀하게 지냈다는 것이 홍회장측 주장이었다. 다음은 J부장과 관련된 홍회장 진술이다. “2000년 1월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1층 한정식 식당에서 김병량 성남시장과 제가 식사했습니다. J부장이 김시장이 당선되도록 도와주었는데 김시장이 당선 후 J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J와 친구로 지내고 있으므로 J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김시장에게 했습니다.” J부장은 회사를 퇴사한 상태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신동아’가 입수한 파크뷰 특혜분양자 451세대의 명단에는 언론인들도 적지 않았다. K일보의 경우 당시 L국장과 그와 함께 일한 K, M 등 성남주재 세 기자가 모두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

    다음은 K기자의 검찰 조사 내용.

    “검사: K일보 성남주재 기자라면 성남지역에서는 괄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자리이고 에이치원 홍회장이 진술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K기자: 그랬을 것입니다. 검사: 모델하우스에 들어갈 때는 어떤 문을 통해 들어갔나요. K기자: 모델하우스 후문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검사: 사전분양 해준 것이 특혜라고 생각하는가요. K기자: 고맙다고 생각했으나 특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진술인은 성남주재 기자로 있으면서 파크뷰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나요. K기자: 파크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검사: 보도자료 내용이 파크뷰의 분양에 유리한 내용이었지요. K기자: 그건 당연합니다.” K기자는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S경제신문 L기자는 파크뷰 분양대행사에 직접 사전분양을 부탁했다. 다음은 분양대행사 문모 부사장과 검사의 대화내용. “문부사장: S경제신문 L기자가 저에게 평생 살 집이라며 33평형 한 세대를 사전분양 해줄 것을 부탁해 제가 배정해줬습니다. 검사: L기자는 분양 개시 전 미리 빼돌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문부사장: 당연합니다. 제가 임의로 11층 이상에서 배정해주라고 지시했습니다.”

    파크뷰아파트를 같은 방식으로 사전 분양 받은 M기자의 검찰 답변이 흥미를 끈다. “검사: 진술인과 같이 기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홍회장으로부터 분양개시 이전에 사전분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M기자: 일반인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찰 간부, “우연히 분양 받았습니다”

    사건 당시 분당경찰서에 재직중이던 N씨의 부인은 2001년 3월 파크뷰 아파트 33평형을 분양받은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나타났다. N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상적으로 분양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기자의 두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대해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 뒤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다음은 N씨와 검사의 대화내용이다.

    “검사: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있나요. N씨: 저의 처인 김○○씨 명의로 받은 것입니다. 33평형 한 채를 2001년 3월14일 계약을 했습니다. 검사: 분양받은 경위는 어떤가요. N씨: 김씨의 말에 의하면 3월14일 파크뷰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분양회사의 직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 직원이 33평형 저층이 하나 있는데 즉시 계약을 할 수 있으면 계약을 하라고 제의를 해서 우선 계약을 해놓고 보자는 마음에서 계약을 해놓았다고 했습니다. 검사: 진술인의 부인은 공개청약분양을 받으려고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분양을 받았다는 것인가요. N씨: 그렇습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을 보고 처가 많이 기다릴 것 같아 접수대 입구 쪽 상황을 살펴보러 갔다가 직원과 상담을 하게 되어 분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공개청약을 접수하러 갔다가 우연히 받은 것입니다. 검사: 우연히 받은 것이 말이 되나요. N씨: 저의 처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검사: 당시 파크뷰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약 1500만원 이상 붙어 있었는데 누가 그런 걸 우연히 주겠나요. N씨: 저는 모르겠습니다. 검사: 사전에 빼놓은 물량인가요. N씨: 모르겠습니다. 검사: 진술인의 부인이 받은 아파트는 전매해서 얼마를 남겼지요. N씨: 3월23일 프리미엄이 1500만원이었는데 복비로 200만원을 제하고 1300만원을 받았습니다. 검사: 그럼 10일도 되지 않아 바로 1300만원을 벌었네요. N씨: 그렇습니다. 검사: 홍원표를 통해 받은 아파트 아닌가요. N씨: 아닙니다. 검사: 우연히 받았다고 하는 말을 믿으라고 진술하나요. N씨: 저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오해받을 만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그런데 분양계약신청서는 부인이 작성하지 않았는데 어떤가요. N씨: 저는 모릅니다. 검사: 분양한 직원 진술에 의하면 계약이 3월14일로 되어 있는 것은 홍원표가 빼돌려둔 물량이라고 하는데 어떤가요. N씨: 자기들이 빼돌린 것인지 모르지만 저를 위해 빼돌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사: 진술인은 성남에서 오랫동안 경찰관생활을 했고 진술인과 고향이 같아 아파트 사업을 하는 홍원표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떤가요. N씨: 정말로 몰랐습니다.”

    아파트 분양이 ‘우연’임을 강조한 N씨는 현재 파크뷰 관할 지역 경찰 간부로 일하고 있다.

    경기도의 실무 공무원들은 “도저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진술하고 있다.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건축허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는 직위, 직업은 모두 로비에 동원됐고 어디서나 돈이 뿌려진 징후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실세에서부터 기자, 데모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그러나 다양한 의혹대상자들 중 처벌된 사람은 일부에 그쳤고 몇몇은 유착의혹이 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혹은 ‘운이 좋아서’ 법망에서 빠져나간 듯 보였다. 구속된 연루자들 중 현재까지 수감중인 사람은 에이치원측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시의원 한 사람 뿐이다.

    검찰조사에서 파크뷰 게이트 연루자들이 쏟아낸 말들을 모아보면 이 사건은 ‘부정부패의 종합백화점’으로 기록되어도 좋을 것 같다. 검찰수사를 통해 정권실세와의 유착 의혹은 좀더 구체성을 띄는 듯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치 권력층과 연결된 듯한 징후들이 희미하게 나타나는 순간, 검찰수사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춰버렸다는 인상을 준다. 검찰수사가 끝나게 됨으로써 사실관계를 유권적으로 확인해볼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주인공인 홍원표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해 현재 파크뷰 사업 마무리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홍회장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에이치원개발은 파크뷰 사업을 통해 9000억원의 분양금 수입을 거둘 예정이다. 내년 6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6번지 파크뷰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 홍회장의 에이치원개발은 자체계산으로 500억원의 순이익을 남기게 된다. 성남시민모임측은 건축비가 과다 계상됐다면서 에이치원개발측은 3000억원의 순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불법 특혜분양을 받은 뒤 팔지 않고 있는 수백 세대의 ‘백 있는’ 입주예정자들도 프리미엄이 올라 상당한 이익을 보게 됐다.

    파크뷰 게이트는 법을 어겨가며 신도시 구조를 왜곡시킨 대표적 비리사건이지만 이 사건의 연루자들은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지금은 큰돈을 벌게 됐다. 파크뷰 게이트는 전모를 드러내지 않은 채 목표를 이룬 ‘성공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