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대선 잠룡’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02-05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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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에도 불구, 김혁규 열린우리당 전 최고위원은 동향 출신 노 대통령에 게 변함없는 ‘의리’를 보여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여권의 ‘통합신당’ 논의에서 빠져 있는 아이콘, ‘영남’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대선 잠룡’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김혁규(金爀珪·67)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은 1월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영남’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향후 통합신당 창당과정에 영남에서 사람이 크게 보강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의 부각은 통합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해왔다. 그래서 최근까지 ‘당 사수파’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는 ‘열린우리당 무조건 지키기’ 식의 근본주의를 지향하지는 않는 듯했다. ‘통합신당’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였다. 다만, ‘도로 특정지역당’이 아닌, ‘제대로 된 통합’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동쪽 중진’의 희소성

    열린우리당 내 소위 ‘친노계’는 ‘진보적 386 그룹’이 주축을 이룬다. 김 전 최고위원은 중도실용 성향이면서 친노계로부터도 거부감이 없는, 희소성 있는 중진(重鎭)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통합신당파’와 ‘사수파’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받는 이유다. 정동영, 김근태, 이해찬, 한명숙, 천정배 등 당내 유력 정치인이 ‘서쪽’에 쏠려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김혁규의 존재가치를 부각하는 측면이다.

    ▼ ‘반드시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나는 ‘열린우리당 해체 불가’를 말한 적이 없어요. 다만,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자’는 일부의 주장에 반대했을 뿐입니다. 현재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10% 이하입니다. 수권 정당의 생명력을 잃었어요. 2006년 5·31지방선거 참패는 우리당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어요.”

    ▼ 당 해체를 통한 신당 창당에 어느 정도 뜻을 같이하는 건가요.

    “지금의 당명, 당 시스템, 인적 구성으로 도저히 안 될 때는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린우리당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압니다.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고쳐서 다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새로 태어나야 해요. 이런 시도는 당연한 겁니다.”

    ▼ 한나라당은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요.

    “정계개편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죠. 어차피 한나라당 1개 정당만으로는 민의(民意)를 모두 국정에 담아낼 수는 없잖아요.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정치세력이 좀 개선해보겠다고 노력하는 건데, 그걸 무조건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자기들이 현재의 우리와 같은 처지였어도 아마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겁니다. 대신 우리는 ‘대통합신당’을 정치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겠죠.”

    ‘대통합신당’. 분명히 ‘통합신당’과는 다른 용어다.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향후의 신당은 통합신당이 아닌, 대통합신당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 비대위와 천정배 의원 등이 추진 중인 통합신당 방식에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는 듯했다. 또한 이는 “현재 당내 주류가 구상하는 통합신당 구도가 통합의 의미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이기도 했다.

    “대통합신당 만들자”

    ▼ 당내 일각에서 추진 중인 통합신당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들의 논의 구조를 가만히 보니까, ‘통합신당’이라는 것이 주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과 민주당의 합당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도 처음에 그렇게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도로 민주당’이죠.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에도 위배되는 ‘퇴행’이에요. 그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 그렇다면 대통합신당은….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대통합신당에 대한 각본이 합의되면 열린우리당은 기득권을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해체의 순서를 밟아야 할 거예요. 외부세력에도 공평하게 참여의 자리를 내어주는 1대 1 통합이 돼야 합니다.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측, 국민중심당, 재야세력, 시민단체, 제3후보군(群)이 모두 참여해야겠죠.”

    통합신당론자도 김 전 최고위원이 열거한 세력들과 연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대통합신당과 통합신당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김 전 최고위원의 의견은 ‘도로 민주당은 안 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통합신당은 형식상의 통합이지, 실제로는 열린우리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과 민주당, 호남 출신인 고건 전 총리 측이 주도권을 쥐게 되어 외부에는 사실상 호남의 정치 의사를 대변하는 호남 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천정배 의원 등 통합신당 추진파는 “통합신당은 호남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호남지역 정서를 기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시각에서, 호남 정치인들이 통합신당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할 경우 열린우리당 내 영남 출신, 지역주의 청산을 강조해온 386세력, 친노계는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다.

    ▼ 당 사수파의 의견은 어떠한가요.

    “사수파 중 한 명인 김형주 의원을 만나서 얘기해보니 나와 뜻이 같았어요. 대통합신당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겠다고 하더군요.”

    ▼ 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배제나, 노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참 듣기 거북한 얘기입니다. 통합신당파를 포함해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빚을 지고 있어요.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요. 신의를 잃어선 안 됩니다. 2002년 대선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인기가 지금의 노 대통령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고, 각종 비리의혹으로 위기를 겪게 됐지만 노무현 후보는 김 대통령을 끝까지 예우했어요. 현직 대통령을 배제하지 않고도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노무현 후보가 그걸 증명해 보였잖아요.”

    ▼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있으면 신당의 선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더군요.

    “현실적으로 한 번 따져보죠. 노 대통령을 기분 나쁘게 해서는 정계개편에도 지장이 있어요. 신당 창당 과정에서 대통령과 협의해야 해요. 노 대통령은 여권이 좋은 결과를 얻도록 적극 협조할 분이에요. 크게 간섭하지도 않을 겁니다. 대통령 본인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탈당할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탈당을 요구해서는 안 되죠.”

    “영남에서 사람 보강할 것”

    신당 창당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창당과정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결국 누가 ‘명분’을 쥐느냐가 문제다. ‘노무현 배제’의 명분과, ‘지역정당 반대’의 명분이 대립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신당에서 영남 몫의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역시 지역주의적 발상이 아닐까. 그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말로만 통합을 외치면서 뒤로는 특정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영남 호남 충청의 고른 균점(均霑)을 추구하는 것이 더 정직한 방식이며 지역구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 호남 출신 염동연 의원이 신당 창당을 위한 선도탈당을 공언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소속 정당이 잘못한다고 판단하면 탈당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오는 2월14일 전당대회가 계획되어 있잖아요. 물론 전대에서 신당 문제와 관련해 모양새를 갖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탈당은 전대 이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선 잠룡’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1월5일 자신이 주최한 ‘로보트태권V 국회 출정식’ 행사장에서 김청기 감독과 환담하고 있다.

    ▼ 천정배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가 천 의원의 심중을 알 수는 없죠.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칫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겁니다.”

    ▼ 지역구 보장 등 기득권 문제 때문에 통합이 수월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총선이 있어요. 민주당, 국민중심당, 고건 전 총리 측과 합당할 경우 지역구 등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생기게 되겠죠.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수월하지 않아요.”

    ▼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배제 없이는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사실 민주당 내엔 통합에 적극 반대하는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일부 호남지역 민주당 당원협의회 회장들은 민주당이 호남 정통성을 갖고 있으면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신당에 참여하면 자칫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 등 강한 상대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역구를 내놔야 될 수도 있잖아요.”

    ▼ 대통합신당이 통합신당에 비해 명분에서 우위에 서는 것인가요.

    “그렇죠. 한국정치의 병폐인 지역주의를 없애는 더 좋은 방안이니까요. 개혁을 하겠다면서 실제론 퇴행을 해선 안 되잖아요. 영남, 호남, 충청 세 파트가 균등하게 모여야 신당이 힘을 받을 수 있고 대선 승리도 가능합니다. 향후 영남에서 사람이 크게 보강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는 통합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섭니다. 영남이 빠지면 ‘서부연합당’밖에는 안 돼요. 안희정씨가 ‘낙동강 용’ 발언을 했는데 그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되어 있어요.”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용의”

    ‘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낸 ‘중앙일보’ 전영기 정치부장은 최근 “범여권에서는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혁규 전 최고위원-이수성 전 총리-유시민 장관 등의 영남후보가 격돌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김 전 최고위원을 여권의 주요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간 지역분할 점유 구도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권으로서는 고정표인 호남지역 출신 후보를 내는 것보다는 영남이나 충청 출신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론조사 대상 밖의 정운찬 전 총장이나 ‘미지의 여권 영남후보’가 변수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국민이 필요로 한다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내무부 공무원, 성공한 재외상공인, 해외 민주화운동가, CEO형 도지사, 대통령경제특보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경남 창녕의 읍사무소에서 9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2세 때인 1971년 내무부 7급 공무원이 됐는데 ‘꿈인 도지사가 되기엔 진급이 느리다’며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뉴욕에서 가발사업으로 돈을 번 뒤 이를 밑천으로 한국산 가방을 수입해 미국에서 파는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재래시장 상인들의 복대에 착안해 허리춤에 착용하는 작은 가방(벨트 파우치)을 직접 만들어 내놓았다. 이 가방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날개 돝친 듯 팔렸다. 미국 NBC 방송은 벨트 파우치를 ‘올해 미국에서 가장 히트 한 상품’으로 선정했다.

    “미국인들은 여름철에 반바지와 T셔츠를 즐겨 입는데 사실 여름철일수록 주머니가 더 필요하거든요. 선글라스나 지갑도 넣어 다녀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복대를 세련되게 디자인하여 벨트 파우치를 만들어 팔았죠. 이 상품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유행을 탔죠. 지금 전세계인이 여행을 다닐 때 허리춤에 착용하는 가방은 바로 내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죠. 항상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고, 그 때문에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했어요. 1979년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민추협 조직을 이끌며 한국 민주화운동을 폈다. 이 인연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친분을 맺게 되어 그의 대선 선거운동을 도왔다. YS의 대선 당선 후 김 전 최고위원은 청와대민정비서관 등을 거친 뒤 1993년 12월 관선 경남도시자가 됐다. 미국으로 떠날 때도 버리지 않았던 도지사의 꿈을 22년 만에 이룬 것이다.

    “CEO-도지사 성공적 수행”

    그는 이어 1995년부터 3번 연속 민선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면서 ‘CEO 지사’의 이미지를 굳혔다. 재임 시절 경남도의 GRDP(지역내 총생산)를 전국 광역단체 중 서울, 경기에 이어 3위로 끌어올렸다. 5조6566억원 규모의 국내기업 투자, 7억6900만달러의 해외기업 투자를 경남에 유치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남도는 공직자 3555명을 감축했으며 광역단체 정부종합평가에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적자경영상태이던 경남도 산하 7개 공기업은 1개를 빼곤 모두 흑자로 전환됐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행정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한 첫 도지사였다. 경남의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도민의 행정 만족도도 80%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 경제특보직도 함께 맡았다. 노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소재 한얼고(현재 폐교)에 재학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노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재벌 총수를 한데 모아서 만나지 말고 별도로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총수는 회사의 신규 투자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재벌과 독대하면 국민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김 전 최고위원은 “차기 지도자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개혁적 마인드, 도덕적 기반을 갖춘 정치세력 가운데에서 그런 지도자가 배출되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해 더 나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이 가진 CEO 이미지와 서울시장으로서 보여준 실적 때문에 국민이 지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자신도 이 전 시장 못지않은 경력과 실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세계가 경쟁하는 미국 뉴욕에서 성공한 글로벌 CEO 출신이다. 경남도지사 시절 내가 유치한 1조원이 넘는 민간 투자금으로 부산과 경남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현재 건설 중에 있는데, 이는 서울시 예산 3800억원으로 만든 청계천보다 더 규모가 크고 민생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 김 전 최고위원이 2003년 12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여권에 뭔가 약점이 잡혔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내게 비리혐의가 있다면 야당을 탈당한다고 그게 덮어지겠습니까. 또한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오랜 기간 같은 당에 몸담아오면서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약점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합니다.”

    “약점 잡힌 것 없다”

    ▼ 한나라당은 ‘3번이나 도지사를 시켜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배신자다’라고 비난했는데요. 한나라당 반응에 대해 어떤 견해인가요.

    “‘배신자’라는 말 이외에는 한나라당이 나를 비난할 거리는 아마 없을 거예요. 한나라당 도움으로 세 번 도지사직을 맡게 된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도지사직을 성심껏 원만하게 수행함으로써 경남에서 한나라당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봐요. 또한 나는 2003년 12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도지사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도지사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이는 나를 도지사 후보로 공천한 한나라당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 10여 년 간 몸담아온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2년 대선 때 내가 대선에 출마해 이회창 후보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후보에게 줄을 서 있던 부산·경남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나를 견제했어요. 그 과정에 서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대단히 실망하기도 했고 민주화운동을 해온 나의 개혁 마인드와 충돌하는 점이 많아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겁니다.”

    통합신당파 대 당사수파, 혹은 통합신당파 대 대통합신당파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열린우리당은 2월 전당대회 이후 분열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는데요.

    “국가경영차원에서는 이 기회에 꼭 해야 됩니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여권 대선후보 선출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대통합신당이 출범하면 그 안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면 됩니다. 아니면 호남중심당(통합신당)이 생겨 거기서 후보를 정하고, 열린우리당에 남은 사람도 후보를 정하여 이들이 대선 막판에 오픈프라이머리로 단일화하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로 나눠지는 건 통합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재통합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대통합신당의 틀에서 좋은 과정을 거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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