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인간의 땅, 중동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9-09-04 10:3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간의 땅, 중동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인간의 땅, 중동 _ 서정민 지음, 중앙북스, 424쪽, 2만원

    “중동은 알라와 이슬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중동지역에 가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이슬람 종교와 정신이다. 이를 어기면 무참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198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에 입학해 교수님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통역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중동은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지역이라는 설명을 접하곤 했다. 한국 교수뿐만 아니라 서구 전문서적의 논조도 비슷했다.

    1993년 8월15일 나는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중동 땅이었다. 10시간가량 비행 후 환승지는 바레인.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에 밤늦게 도착했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술에 만취한 사우디아라비아 중년 남자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내 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더 마시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동에는 동성애를 즐기는 남성이 적지 않다.



    중동 지역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나는 책과 교수님의 말, 그리고 언론에서 전하는 중동의 모습과 완전히 상반되는 경험을 했다. 멀리서 보는 중동과 안에서 들여다본 그 지역인의 삶은 사뭇 달랐다. 이집트에서 5년을 유학하는 동안 중동인이 우리보다 더 돈을 밝히는, 즉 세속적인 사람들임을 알았다. 영국에서 5년을 유학하고 특파원으로 다시 5년 동안 중동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중동도 ‘알라’가 아닌 ‘인간’이 주인인 땅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났다. 증빙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발간이 쉽지는 않았다.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출판사 측과 ‘승강이’가 있었다. “중동이 알라가 아니라 인간의 땅이라는 제목이 독자의 일반적 인식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게 출판사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집필 동기와 목적이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이런 식의 사고에 대해 혹자는 반미적인 성향 혹은 좌파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나는 반미주의자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석사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소재한 미국 대학에서, 박사는 영국 최고권위의 옥스퍼드에서 받았다. 다만 중동인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책은 중동과 이슬람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일반인이 쉽게 그들의 삶과 생각을 접할 수 있도록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이슬람, 여성 6개 주제에 간단한 설명을 적었고, 각 주제에 맞는 10개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학문적인 글이라기보다는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소개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중동을 직접 여행해 현지인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느낌을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

    서정민│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괴짜사회학 _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이 책은 아웃사이더로서 빈민가에 들어와 철저히 그들과 함께 하루를 지낸 삶의 기록이자, 이후 10년 동안 함께 정을 나눠온 시카고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컬럼비아대 사회학 교수 수디르 벤카테시가 빈곤층의 생활상을 연구한 책을 냈다. 다른 사회학자들과 달리 현장에 뛰어들어 당사자의 눈으로 바라봤다. 10년간 마약상, 코카인 중독자, 무단 입주자, 성매매 여성, 포주, 사회운동가, 경찰, 공무원들과 어울렸다. 박사과정에 있던 저자는 미국 최악의 빈민가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 들어가, 마약 판매 갱단과 친하게 지내며 비밀장부를 입수해 갱단 내부도 살폈다. 저자는 말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회학 분야 전반에 걸쳐 화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동료 사회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추상적인 사회정책은 가난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영사/ 392쪽/ 1만5000원

    사라진 내일 _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쓰레기는 생산의 파괴적 여파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소비는 미국적 삶과 경제적 번영의 중심부에 놓여 있으며 쓰레기는 소비에 내재해 있다. 쓰레기의 양산은 역사적 산물이며 사회적 힘의 산물이다.” 다큐멘터리 ‘사라진 내일’로 유명한 저자가 못다 한 말을 책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가정용 쓰레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통 사람들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부엌, 욕실, 호텔, 학교, 상점, 사무실, 건설현장 쓰레기를 다룬 것. 쓰레기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정책을 살피며 문제를 거시적으로 본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종류별로 나누어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 대부분이 재사용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된다”며 “실제로는 매립되거나 투기되거나 수출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재활용을 하나의 대안으로 꼽는다.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서다.” 삼인/ 360쪽/ 1만4000원

    루이 14세는 없다 _ 이영림 지음

    “루이 14세의 권력의 실체와 그 작동 방식이 이 책의 주제다. 절대군주의 모델로 각인된 루이 14세는 중앙집권화의 한계와 귀족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가 전력을 기울인 것은 정치선전문화였다. 베르사유를 건축하고, 궁정예절을 체계화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수원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루이 14세와 그의 시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담론과 실제, 제도와 관행, 복종과 타협, 겉과 속 사이의 괴리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권력의 실체를 들추어낸다. 저자는 “재정·제도·사회·정치·문화의 시각에서 루이 14세를 재조명하고 절대군주의 개념을 분석하며, 그가 남긴 유산이 절대군주정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단했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짐은 떠나노라. 그러나 국가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푸른역사/ 428쪽/ 2만원

    인간의 땅, 중동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인터뷰 vol.2 _ 박준흠 지음, 선, 471쪽, 2만3000원

    음악평론가와 음악연구자는 기본적인 관심사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전자는 ‘당대 평가’를, 후자는 ‘아카이브’를 화두로 껴안고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다.

    1997년, 32세의 늦은 나이에 음악평론을 시작한 이래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은 ‘당대 평가’ 부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앨범은 하나도 빼먹지 않고 소장하고, 비평을 할 때는 그 앨범이 나온 시기에 바로 해야 한다는 지침 비슷한 것을 갖게 되었고, 이를 지켜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금은 음악연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실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에서 생겼는데 바로 한국 대중음악 80년 역사의 ‘윤곽’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당대 뮤지션과 그 주변에 대한 ‘기록’이 미흡해 아쉬웠다.

    여기서 ‘윤곽’이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 대중음악 80년 역사에 대한 정리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발표된 음반에 대한 텍스트, 이미지, 음원에 대한 정리보존인데 여태까지 발표된 음반의 ‘목록’조차 없으니 한국 대중음악 80년 역사에 대한 ‘윤곽’을 아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음반 컬렉터들끼리 1920년대 중반 대중음악 SP 음반이 나온 이후 10만~15만장의 음반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 ‘윤곽’을 밝혀내는 작업은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내가 치중하기로 한 것은 당대 뮤지션과 그 주변에 대한 ‘기록’ 부분이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시리즈(음반리뷰, 인터뷰)는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반드시 조명해야 할 대상을 음반과 뮤지션으로 각기 나눠서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책 발간을 염두에 두고 중앙의 매체를 활용하는 기획을 했다. 물론 가슴네트워크에서 혼자서 연재 글을 쓰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으나 매체 영향력이 크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경향신문과 네이버라는 장을 마련한 다음 다수의 필자들과 공동 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화제성도 있었고, 단기간에 여러 필자의 다양한 시각을 모을 수 있었다.

    이번 책은 ‘100대 명반’에 선정된 음반의 주인공 중 30명을 인터뷰로 풀어가려는 기획의도대로 5개월의 준비 끝에 2008년 3월15일 네이버 ‘오늘의 뮤직’ 중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인터뷰’ 코너에 1회가 실림으로써 빛을 보게 되었다. 1회는 클래지콰이(DJ클래지, 호란, 알렉스) 편이었다. 이후 신중현, 한대수, 조용필, 최이철, 배철수, 이정선, 김수철, 김두수, 신해철 등 당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인터뷰가 올라갔다. 이 연재는 매회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가슴네트워크 10년 역사상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기획물임에 분명하다.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사일런트 랜드 _ 폴 브록스 지음, 이종인 옮김

    2003년 ‘가디언’지의 처녀작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일런트 랜드’는 한 신경심리학자의 임상 기록기다. 신경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불완전한 자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 책의 핵심 지위를 차지하는 내 환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는 저자는 “그들로부터 신경심리학의 인간적 차원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번역자 이종인은 “환자들의 사례를 충분히 인용하되,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환자의 입장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훌륭하다. 뇌 손상 환자들의 이상행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폴 브록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임상심리학 신경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플리머스대학교에서 신경심리학과 수석 임상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암서가/ 356쪽/ 1만3000원

    불편과의 악수 _ 정묵훈 지음

    옛것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시를 펴낸 정묵훈. 그는 ‘죽은 후에도 불편한 혈혼으로 살아 있으리라’고 다짐한다. ‘모든 영역에서 불편과의 악수를 거듭 건넬수록 끝내는 한번 죽고도 한번 살아날 생 앞으로 저벅저벅 걷는 부활의 자신을 찾고자, 지금껏 모진 세월의 강바닥에서 고통을 조금씩 물 바깥으로 져 나르던 너, 그때는 알 수 없었네, 한 줌의 재처럼 멸절 이전의 존재였던 것이 내 미혹한 넋이었네, 떠돌던 바람의 수난사처럼 오고감이 피투성이였던 것이 내 두개골의 결함이었네, 아름다웠던 사람들 곁에 걸터앉은 노래처럼 헙수룩히 부르다 만 입이었던 것이 내 늑골의 허전함이었네 (중략) 떠나라 고단했던 옛 정열이여! 잘 가라 죽도록 아팠던 옛 밤들이여! 고하라 이 모든 과거로부터 건너온 숨결의 간증(干證)이여! 그리고 죽은 후에 다시 만나리라’(‘불편과의 악수’ 중에서) 21문예정신/ 270쪽/ 1만원

    프로파간다 _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PR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국 연방공보위원회에서 뛰어난 선전 전략을 펼친 뒤, 1919년에 뉴욕에서 최초로 ‘PR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PR 전문 사무실을 열었다. 1923년에는 뉴욕대학교에서 최초로 ‘홍보’ 과정을 가르쳤고, 최초의 PR 전문서 ‘여론 정제’를 출간하기도 했는데 ‘프로파간다’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때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저자는 “선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명한 사람에게 선전은 생산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무질서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현대적 도구다. 소수 집단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머지 생각을 유도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믿는다.” 공존/ 275쪽/ 1만5000원

    인간의 땅, 중동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한국인의 돈 _ 김열규 지음, 이숲, 237쪽, 1만2000원

    “돈이면 다야?”라고 묻는 사람에게 “그래 돈이 다야!”라고 대답하기 위해서 바로 ‘한국인의 돈’이 기획되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라고 따지는 사람에게 “그럼, 돈 나고 사람 났지!”라고 맞받아주기 위해서도 이 책은 기획되었다.

    굳이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빌릴 것도 없이 오늘날은 소비의 시대고 상품의 시대다. 해서 돈은 지금 우리 시대의 노른자이자 키워드다. 21세기, 지금의 세상은 돈의 세상이다. 돈줄은 곧 사회와 인간의 목숨줄이다. ‘한국인의 돈’은 그래서 출간되었다.

    그러기에 돈을 굳이 경제나 상거래에만 묶어서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경제며 상거래는 물론이지만 시야를 더 넓혀서 사회며 문화라는 테두리 속에서 돈이 무엇인지를 캐보고자 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돈’을 쓰며 이 땅의 돈의 문화사며 사회사를 뒤밟아보고자 했다.

    내친김에 사람이 돈이란 거울 앞에 어떤 모양새 어떤 속내를 드러내게 되는지를 짚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돈’에서는 한국인이 지닌,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 인간)다운 모습에 겹쳐서 ‘호모 페쿠니아’(돈 인간)다운 몰골도 그려내고자 애를 쓴 셈이다. 돈에 비친 한국인의 인간성을 비롯해서는 그 성품, 행실, 행태까지 되도록 샅샅이 보고자 애를 쓰노라고는 썼다.

    ‘호모 페쿠니아’는 필자가 라틴어에 빗대어서 만들어 쓰는 말인데 그 뜻은 ‘사람은 돈 때문에 비로소 사람이다’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돈’은 ‘돈의 인간론’이 될 만한 대목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역사에 비추어서도 돈의 속성을 알아보는 것에 겸해서 돈의 내력이며 역사 자체도 웬만큼은 알아보고자 마음 썼다. 이 책이 한국인의 돈의 역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돈과 인연 맺어서 인간, 사회, 그리고 역사를 살피자니까, 절로 한국의 민속과 세태와 돈의 관계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돈에 얽힌 풍습이며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사람들 인심과 함께 뒤적이느라 꽤 애를 썼다. 곁들여서 돈에 관한 속담 전설 익살 일화 등을 비교적 넉넉하게 펼쳐 보인 셈이 된다.

    그러다 보니 돈의 자화상이 ‘귀하고도 천하고 값지고도 더럽고 전지전능하고도 무정한 항쇄(項鎖)며 족쇄(足鎖)’라고 하는 식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 한 권의 책에서 비교적 크게 비중을 둔 것은 아무래도 한국인의 ‘호모 페쿠니아’다운 속성과 돈에 얽힌 풍습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책에서 돈의 인간론과 돈의 풍습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김열규│서강대 명예교수│

    유족의 사별슬픔 상담과 치료 _ 윌리암 워든 지음, 이범수 옮김

    이 책의 목표는 정신건강 치료자가 사별을 애도하는 유족들이 사별의 슬픔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을 돕기 위해 복잡한 사별 애도의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7개국에서 번역된 이 책에는 유족들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사별을 극복하는 단계, 고통의 해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상황별로 정리돼 있다. “사별 슬픔은 신체의 병적 상태뿐 아니라 정신병적 상태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슬픔을 경험한다. 이혼, 신체적 장애, 실직을 겪은 사람들도 같은 아픔을 겪는다.”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주립종합병원 하버드아동사별연구소의 공동책임연구원인 저자는 ‘아동과 사별슬픔 : 부모 사망시’ ‘암 환자의 직면 돕기’와 같은 저작물을 통해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해조음/ 391쪽/ 2만원

    평생 살 안찌는 몸 만들기 _ 신현대 지음

    “살을 빼되 건강하게 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연치료법인 절식요법에 주목했다. 단식은 단순하면서도 과학적이다. 기계 내부를 청소하듯 단식을 하며 내부 장기의 활동을 멈추고 몸속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한다. 자연치유 능력도 좋아져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고 자연스레 체중 감량이 이어진다.” 단식을 거쳐 제철음식 식이요법, 생활습관을 병행하면 누구든지 몸무게 10%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지금껏 5000여 명의 비만환자를 치료한 저자는 한방 비만 치료와 항노화, 한방 재활의학의 일인자로 꼽힌다. 한의학계에서는 처음으로 경희대 한방병원에 비만클리닉을 개설해 30여 년간 비만환자를 치료해왔고, 대통령 주치의, 경희대 한방병원장을 지냈다. 저자는 “체질 성형을 통해 두 번 다시 다이어트 고민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동아일보사 / 259쪽/ 1만원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_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나는 우리가 남에게 베풀지 않는 이유를 검토할 것이다. 또한 남을 위해 베푸는 일을 가로막는 심리적 요인도 살펴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적당한 기준을 내놓을 것이다. 95%의 미국인의 경우, 소득의 5% 이하만 기부하면 된다.” 2005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된 저자는 ‘죽음의 밥상’이란 책을 통해 인간이 잔인하게 사육되는 동물을 먹는 행위를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저작에서 저자는 가난에 빠진 세계와 인간의 본성, 남을 돕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곤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독자 여러분께 말한다. 매년 1800만명의 생명이 죽어가는 세계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시기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죽어간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산책자/ 273쪽/ 1만2000원

    인간의 땅, 중동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_ 김기창 지음, 디지털미디어리서치, 216쪽, 1만5000원

    지난 10여 년간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한국의 웹 환경은 실상 소프트웨어, 솔루션, 콘텐츠 산업, 휴대기기의 이용 행태, 인터넷 및 이동통신망을 사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 창출 등 광범한 분야에서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보안기술은 1990년대나 통용되던 해법으로 일관한 나머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 한국의 MS IE(인터넷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10년 연속 세계 최고 수준으로, 10년간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보안기술 수준이 낮은 원인은 기술에 무지한 규제 당국과 시대착오적인 후진적 기술(MS IE 에서만 작동하는 기술)로 영업하려는 국내 보안업체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전자서명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전자서명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라서도 아니고, 전자서명 기술이 난해한 기술이라서도 아니다. 20여 년 전 등장한 전자서명 기술은 개인PC 해킹이 광범하고 강력한 위협으로 등장한 오늘날의 이용환경에서는 기술적으로도 무의미한 조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보안을 위한다면서, 막대한 보안 위험을 초래하는 ActiveX 플러그인을 덕지덕지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온 세상의 보안전문가들이 다 후진적이고, 오직 한국만이 보안 선진국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일관해온 지난 10여 년은 오만과 무지 그리고 전문가의 빈곤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역사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왜 이런 선택을 피하는지 그 이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보안업체 종사자들과 규제 당국 공무원의 파행적 선택으로 한국 웹은 오직 데스크톱만을, 그것도 윈도/MS IE만을 위한 기형적 환경으로 전락했다.

    ActiveX 기술의 범람으로 형성된 ‘MS IE 싹쓸이’(ActiveX 기술은 MS IE에서만 작동하고, MS IE는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하므로, 다른 운영체제, 다른 응용 프로그램은 아예 한국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현상은 국내 기술 인력의 입지를 점점 열악하게 만들어왔다. 그 결과 선진적이고 다양한 창의적 솔루션을 개발할 능력을 가진 고급 기술 인력은 아예 수요가 없어서 환영받지 못하는 대신, 외국에서는 이미 폐기 단계에 있는 ActiveX 프로그래밍을 저급한 수준으로 얼렁뚱땅 해치우는 하위권 기술 인력만이 착취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단순 반복 작업에 혹사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길이 없게 됐다.

    이 책은 ‘IT 강국’이라는 허황된 수사에 가려진 ‘IT 후진국’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웹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는 생각에서 준비한 것이다.

    김기창│고려대 법학과 교수│

    부족해도 넉넉하다 _ 안대회 지음

    “나는 이 책의 주제를 선인들의 인생 이야기로 잡았다. 그래서 양반 기득권층을 다룬 글보다는 일반 백성이나 여항문인, 소외되고 주류에서 밀려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을 다룬 글, 잘 알려진 분의 이름난 글보다는 덜 알려진 분의 궁벽한 글까지 찾아서 읽었다.” 책에는 아들을 잃고 낙담해서 일기 쓰기를 그만두는 아버지, 고달픈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하려는 친구를 위로하는 선비, 스승이 준 글을 손에서 놓지 않고 평생 간직하며 실천한 제자의 우직함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글을 고르고 우리말로 옮기면서, 천년의 사람과 만나고, 천년의 지혜를 읽었다”고 말한다. 세상에 굴하지 않고 질곡의 삶을 헤쳐온 선인들의 모습은 한 편 한 편이 소중한 인생의 경험이자 깨우침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한문학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영사/ 332쪽/ 1만3000원

    명품의 탄생 _ 이광표 지음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들에는 공통점이 숨어 있다. 위대한 컬렉터가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연유로 컬렉터에 주목한다. 미술품을 투기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대에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도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 이후 컬렉션의 역사와 대표적인 컬렉터의 삶이 정리돼 있다. “미술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순간, 컬렉션의 의미와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컬렉션은 그 자체로 진정한 미술 행위여야 한다. ‘미술 창작은 컬렉션을 통해 완성된다’는 말처럼 미술의 진정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일간지 문화부 차장으로 문화재의 가치를 알려왔다. 산처럼/ 320쪽/ 1만8000원

    민족주의는 죄악인가 _ 권혁범 지음

    “나는 이 책에서 민족의 정의, 민족주의의 기원과 등장 배경, 그것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민족주의와 페미니즘 간의 충돌을 해부하며 ‘진보적 민족주의’가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유효한 이론적, 현실적 틀인지를 검토해보려 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진보적 민족주의’가 제기하는 유효성의 문제에 설득력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인 저자가 다시금 민족주의에 대해 성찰하며 이렇게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진보적 민족주의에 대한 감정적 미련이 아니라 환경, 민족, 계급, 성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모색이다. 진보의 재구성을 통해 진보적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민족을 다만 중요하고 다양한 범주들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새로운 진보가 요구된다.” 생각의나무/ 192쪽/ 1만10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