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308쪽, 2만3000원. [안나푸르나]
지구 반대편 서유럽 섬나라 영국의 처지도 동북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미국의 금리 정책에 따른 영향, 지구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지전에 영향 받는 물류대란, 그리고 중동의 불안한 정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유가까지 영국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와 영국, 두 나라가 처한 여러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왕실이다. 영국 왕실은 오랜 전통 속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40년 넘는 긴 세월동안 영국에 머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는 영국 국민이 다이애나 비와 그 아들 찰스의 결혼과 출산 등 왕실 일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영국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서만큼은 질릴 정도로 가혹하게 검증하고 정치 행위 결과에 대해 매섭게 책임을 추궁한다고 강조한다.
좁은 사무실에 근무하고, 직접 운전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에도 매주 지역구에서 민원을 청취하지 않으면 재선이 불가능한 선거 지형이 영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 저자는 영국 국민은 정치를 대하는 정치인들의 기본적 태도와 그들이 보이는 희생정신을 통해 정치인의 됨됨이를 판단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영국 의원과 같은 열악한 예우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그토록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할까’
영국에 40년 넘게 살면서 ‘가장 많이’는 아닐지라도 ‘가장 깊이’ 영국과 영국 정치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 온 저자의 경험을 보노라면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에게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좋은 일꾼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월 10일, 주권자 국민의 오늘 선택에 대한민국 미래 4년의 운명이 달렸다는 점에서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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