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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정책의 권력정치학

‘시장 확대냐 억제냐’ 군부와 중앙당의 15년 투쟁

  •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pblue@kinu.or.kr│

북한 경제정책의 권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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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 맞은 군부 외화벌이

이러한 전략적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대내외 정책방향과 지도부 진용을 개편했다.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 대외 강공으로 협상입지를 현저히 개선한다. 둘째, 외부지원 중단이 초래한 정권의 재정수입 감소를 내부 수탈 강화를 통해 보충한다. 셋째, 대내적으로 정권 저항 요소를 제압하면서 후계체제를 출범시켜 내부정치 안정을 꾀한다.

국방위원회와 군부는 대내외 강경정책 수행에 적합하게 재편됐다. 2월경 군 지도부가 개편됐고, 같은 시기 김격식 총참모장이 서해를 담당하는 4군단장으로 보임됐다. 4월에는 중앙당 35호실과 작전부가 인민무력부의 정찰국에 통합되어 ‘정찰총국’으로 확대 개편됐다. 2009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의 권능과 구성도 재편됐다. 보수공안파와 군부 출신의 국방위원회 위원이 각각 2명씩 증가했다. 이후 국방위원회는 명실상부 대내외 핵심정책 결정의 공표자 및 하달자로 전면에 등장했다.

한편 김정은의 권력기반 마련을 위한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0년 4월20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정은의 독자 권력기반 구축과 관련한 기본지침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즉 “나(김정일)는 군을 중심으로 하는 선군정치를 해왔지만 김 대장(김정은)은 보위부를 중심으로 정보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는 지침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09년 3월부터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2009년 12월31일 ‘자유아시아방송’은 전했다. 그가 정찰총국을 관장한다는 설도 있다. 이 밖에도 2010년 4월 인민보안성은 인민보안부로 승격됐다. 2010년 4월14일 단행된 100여 명의 장성급 승진에서도 국가보위부와 호위사령부 같은 통제 감시기관 책임자가 우대됐다. 이와 같은 진용 재편은 각종 강경정책 추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대내 경제정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목적은 한국의 지원 감소와 반(反)개혁조치에 따른 대내 경제침체가 정권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자 이를 대내 수탈 강화와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첫째, 반개혁적인 화폐개혁과 대외 개방성 조치가 2009년 말과 2010년 초에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다시 말해 ‘반개혁을 위한 개방조치’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앙당이나 그와 관련한 인물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특히 장성택 계열의 인물들이 주요기관의 책임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는 대내 경제정책은 이들 정책 주도그룹이 경제적 기반을 확장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러한 경제정책은 국가(또는 정권의) 재정 강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전 시기 시장활동에 깊은 연관을 축적해온 군부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단계에 이른다. 군부가 중심이 되어 운영해온 외화벌이 무역기관이 단속의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징후다.



2009년 11월30일 실시된 화폐개혁은 정권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벌인 사실상 전 사회적인 강탈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치는 중앙당 계획재정부가 실무를 맡았을 것이고 그 책임자인 박남기 부장이 지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폐개혁의 구체적인 추진과정에서는 당 보수파가 공안기관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협력하는 양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화폐개혁을 전후해 경제관련 법 11개가 무더기로 통과되기도 했다.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박남기를 비롯한 당 재정일꾼들은 “선군정치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이 무역과 외화관련 업무를 독점하기 위하여 노동당으로 국가재정과 무역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제의서를 2009년 11월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화벌이 무역기관에 대한 단속은 2009년을 거쳐 2010년에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화폐개혁의 주요 의도 가운데 하나는 이렇듯 강력한 처방을 통해 무역기관의 외화벌이를 재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각종 무역회사를 통해 외화벌이에 앞장섰던 군부는 이를 자신의 경제이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정면으로 저항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남기 부장은 이렇듯 화폐개혁과 무역기관 단속을 둘러싸고 빚어진 당과 군부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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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pblue@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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