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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으로 본 일본과 할리우드의 조우

싸구려가 바다를 건너면 걸작이 되어 돌아오나니

  •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영화 ‘인셉션’으로 본 일본과 할리우드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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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과연 ‘공각기동대’는 순수하게 일본적인 사상이나 문화적 흐름에서 나온 것일까. 사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1980년대 일본 대중문화계에는 거꾸로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 많았다. ‘공각기동대’가 있었기에 ‘매트릭스’가 나왔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블레이드 러너’가 있었기에 ‘공각기동대’ 역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는 21세기 초,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리플리컨트’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는 요원은 감정을 갖게 된 리플리컨트와 접촉하면서, 과연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뇌하게 된다. ‘블레이드 러너’는 끊임없이 산성비가 내리는, 수직으로 뻗은 미래도시의 풍경을 빛과 어둠의 극단적인 조화로 표현한다. 현란하면서도 진하게 그림자가 드리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미래를 보는 느낌이 든다.

‘블레이드 러너’의 설정 및 시각 디자인은 이후 1990년대에 새로운 조류가 된 사이버펑크와 ‘아키라’ ‘공각기동대’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와 함께 1982년에 만들어진 ‘트론’은 막 화제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 컴퓨터를 소재로 활용해 컴퓨터 내의 ‘전자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영화다. ‘트론’은 올해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진다.

‘블레이드 러너’와 ‘트론’ 같은 혁신적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서구에서는 사이버펑크라는 사조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펑크라는 개념에는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단지 맹목적인 거부가 아니라, 저항과 파괴를 통해 어떻게든 초월을 꿈꾸는 것이다. 현재의 인간이 지닌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의 히피 운동은 마리화나나 LSD 같은 각성물질을 통해 초월을 꿈꾸었다. 그렇다면 사이버펑크는, 과학의 힘을 통해 새로운 인식과 초월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는 각성물질에 ‘과학’을 도입한다. 즉 인간의 신체에 기계로 변형을 가해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 인조 팔이나 눈 등 신체기관을 대체해 600만불의 사나이처럼 초월적인 힘을 갖는 것.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처럼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기계의 몸을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네트워크, 현재의 인터넷 같은 전자공간을 통해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다. 즉 사이버펑크는 과학이라는 마법을 통해 인간이 가진 한계를 돌파하고 초인으로 태어난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사이버펑크는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서구에서 시작된 사이버펑크는 ‘트론’과 ‘블레이드 러너’ 등 그들의 경전이 될 만한 영화를 만들어냈고, 일본에서 ‘아키라’와 ‘공각기동대’ 등 애니메이션으로 확산됐다. 다시 서구로 공이 넘어가 탄생한 ‘매트릭스’는 이런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한 영화였다.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영화들의 최종본. 결국 ‘매트릭스’도, ‘인셉션’도 거슬러 올라가면 다시 미국 대중문화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공투와 단카이 세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중문화의 세례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패전 후 미국에 점령당했던 일본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일본을 점령한 미군 사령부는 일본 사회와 문화가 봉건적이고 미성숙했기에 군사주의에 탐닉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봉건주의의 잔재가 강한 일본 고유의 문화를 금지하거나 검열했다. 충성스러운 사무라이나 자결 장면이 나오는 가부키를 금지하거나 일부 장면을 삭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민주주의적 사상을 담고 있는 자유로운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힘에 대한 복종이 체득돼 있었던 일본인들은 점령군인 미국의 문화를 수월하게 받아들였고, 쉽게 내면화했다. 야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된 것이나 서부극을 본뜬 무국적 액션 영화들이 대거 만들어진 것 역시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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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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