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3-06-20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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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 조관희 지음, 돌베개, 1권 279쪽, 2권 302쪽, 각권 1만3000원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중국인의 역사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나아가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 이전 왕조의 역사를 편찬하는 일이었을 정도다. 나아가 중국인은 자신들의 역사를 단순한 사실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로 만들어 일상에서 읽고 즐겼다. 이렇듯 역사와 문학이 결합된 형식의 글을 ‘사전문학(史傳文學)’이라 한다. 혹자는 중국 소설의 기원을 ‘사전문학’에서 찾기도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인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작품을 그저 문학작품으로 즐기는 데 머물지 않고, 완벽할 수 없는 역사 기술의 공백을 메워주는 보조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이른바 ‘정식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正史之補)’이라는 말에서 중국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인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단순히 ‘유희호기(遊戱好奇)’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무지하고 우매한 백성들을 교화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삼았다. 소설 속에 묘사된 여러 인물의 다양한 인생 역정은 그 자체로 인생의 축도이자 삶의 교훈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이제까지 몰랐던 과거의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사실들을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삶의 귀감으로 삼았다. 그래서 독자는 역사를 기술한 소설을 읽으면서,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사건과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나 ‘기술’보다는 그러한 사건들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한 ‘해석’이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 묘사된 이야기들은 그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비유나 은유 정도로만 여기면 그만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사실과 허구를 가름하기 어려운 실증의 늪에 빠지게 된다.

    흔히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가 필생의 업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노(魯)나라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춘추(春秋)’라는 책을 엮은 것이다. 이때 공자는 자신의 주관적 견해는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기술하고자 했다. 동시에 그는 개별 사건에 대한 촌철살인의 비평, 곧 ‘한 글자로 칭찬과 비난을 담아내고(一字褒貶)’, ‘별것 아닌 듯 보이는 말 속에 담겨 있는 엄청난 의미(微言大義)’를 드러내고자 했다. 결국 공자가 강조했던 것 역시 사실에 대한 엄밀한 기록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의 천착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는 한 사람의 삶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의 여러 가지 측면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소설 작품은 당대의 사회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한 하나의 ‘기록(document)’이자, 이를 통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의미를 읽어내는 ‘텍스트(text)’일 수도 있다. 중국의 역사를 담아낸 대표적인 소설 작품들을 통해 그러한 의미를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조관희 |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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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가들 | 김학준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오늘날 공산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수 있지만, 공산주의는 20세기를 뒤흔든 대표적 사상이었다. 그리고 그 붉은 사상에 심취해 혁명으로 세계를 변혁하려던 이들이 있었다.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 세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죽음’이란 부제처럼 이 책은 다양한 공산주의 지도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일찍이 ‘러시아혁명사’를 집필한 저자는 오랜 기간 세계 현장을 누비며 이 방대한 작업에 천착했다. 1997년과 1998년 출간한 ‘붉은 영웅들의 삶과 이상’ ‘동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삶과 이상’을 묶은 것이지만 상당한 분량을 새로 썼다. 20세기 공산주의자 열전이라 분량은 만만치 않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매끄러워 쉽게 읽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혁명가들에 대한 적확한 평가가 장점. 문학과지성사, 852쪽, 4만5000원

    새판을 짜다 | 장박원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급변하는 시대라 미래를 예상하기란 힘들다고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인류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격변의 시대였다. 역사가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면 그 시대의 삶과 사상에서 지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과 기대를 충족해준다. ‘혁신’을 주제로 관자, 공자, 손자, 오자, 상군, 소진과 장의, 한비자 등 절대적 가치가 붕괴된 세상에서 새판을 짜려고 고군분투한 인물들을 탐구한다. 역사 속 인물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게 가장 큰 미덕. 예를 들어 시스템으로 사람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상앙을 이야기하며 시스템 제일주의에 대한 사례로 현재의 애플과 삼성을 비교해 설명한다. 인생을 되돌아보고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줄 것이다. 행간, 320쪽, 1만5000원

    파티의 기술 | 함정임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소설 쓰기를 본업으로 영화, 사진, 건축, 여행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로서의 삶’을 지향해온 라이프 아티스트 함정임의 여행 에세이. 힐링과 멘토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우리는 스스로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잊어버리고 산다. 저자는 인생의 소소한 모든 순간에서 멋진 파티에 참석한 것처럼 보석 같은 기쁨을 발견하라고 충고한다. 실제 마추픽추를 비추는 햇빛, 길거리 상점에 나부끼는 깃발, 인도에 핀 꽃 한 송이까지 섬세한 눈길로 잡아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일상, 여행, 예술을 넘나드는 저자의 문학적 사색과 성찰의 섬세한 기록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부산, 프랑스, 독일, 남미 등을 여행하며 저자가 직접 찍은 120점의 화려한 컬러 사진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봄아필, 368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길을 잃는 순간 여행은 시작된다 | 민동용 외 지음, 블루엘리펀트, 288쪽, 1만3000원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당신의 인생을 바꾼 순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이렇게 물었을 때 “아, 그건요…” 하면서 반색하고 말을 시작하는 인터뷰이는 드물었다. 인터뷰에 모시려 했던 분들 중 절반 정도는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요…. 없습니다”라거나 “그냥 죽 이렇게 살아왔어요”라며 고사했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해놓고도 막상 만나면 “글쎄, 뭔가 뚜렷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하고 머뭇거리는 분이 적지 않았다.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이들에게 그런 순간이 없었을까. 그런 시간, 공간, 사람, 사물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인터뷰를 해가면서 조금씩 풀렸다. 그전의 삶과 그 후의 삶을 180도 달라지게 한 어떤 지점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는 것은, 배필감을 만나면 첫눈에 내 사람인 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뒤부터는 마음이 편해졌다. 반드시 삶의 결절(結節)을 들어야겠다고 집요하게 매달리지 않았다.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는 심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랬더니 그 순간은 저절로 다가왔다.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려는 그 순간이 진정 그 순간인지 판별하는 척도는 단 두 가지, 절실함과 꾸준함이었다. 허송세월 끝에 섬광 같은 계시를 받아 삶이 상전벽해처럼 바뀐 사람은 이 책에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목적을 찾지 못해 방황도 하고, 살아가는 환경이 여의치 않아 좌절도 했지만 자신의 길을 절실히 찾았고, 꾸준히 그 길을 걸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는 멘토 열풍에 빠져 있었다. 어떤 멘토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잔잔한 문장으로 쓰린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어떤 멘토는 꾀병 부리지 말라며 독설 같은 문구로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아마도 그 정점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막바지까지 전국을 들끓게 했던 안철수 현상이었을 듯싶다. 그러나 우리는 멘토가 가리키는 달을 쳐다볼 생각은 않고 멘토의 입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팀이 2011년 4월 말부터 2012년 12월까지 만났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모은 것이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인터뷰이에게서 듣고자 했던 말은 세상에 전하는 따뜻한 위로도, 세상을 깨우는 죽비소리도 아니었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인의 성공담을 마치 멘토가 고단한 삶에 해법을 주듯 드라마틱하게 포장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그들의 지금을 있게 만든 삶의 한순간을 ‘줌인(zoom in)’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뭔가 특별한 어떤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특별함이 O₂팀 인터뷰의 대표상품이 됐으면 했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밝혔듯 인터뷰를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절실함과 꾸준함.

    ‘탈무드’에서 청년이 랍비에게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랍비는 길 위의 돌이라고 답했다. 청년이 그렇게 흔한 게 어떻게 진리냐고 되묻자 랍비가 말했다. “돌을 주우려고 허리를 구부리는 사람은 드물지.” 이 책에 등장하는 40인의 명사는 기꺼이 허리를 구부릴 줄 알았다. 절실하고 꾸준하게.

    민동용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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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벌레의 세상 보기 | 황기원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자벌레는 손가락 뼘으로 길이를 재듯 기어 다니는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서양에서도 인치웜(inchworm), 메저링웜(measuring worm)으로 불린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자벌레처럼 열심히 ‘자질’해가며 건축과 환경에 대해 얻은 단상을 ‘자벌레’의 눈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사람들이 땅과 맺어온 생태적·문화적인 관계에서 시작해 인간의 삶터에 알맞은 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런 땅 위에 들어선 집의 형태와 기하학적 의미, 인류 문화사적 의의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행복은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환경과 공존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에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미래의 건축은 ‘노니는 삶’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빙 건축이라고 강조한다. 학고재, 392쪽, 2만 원

    세상을 껴안다 | 나태주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로 유명한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서른세 번째 시집. “이번이 마지막 시집이 될 것 같다”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모든 강물을 다 받아들이고도 더러워짐이 없는 바다처럼, 바다와도 같은 삶의 지혜로 인간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 꽃 피워봐 / 참 좋아’라고. 또한 ‘좋았다 다 좋았다 / 나만 혼자 불량품 / 세상한테 많은 빚 / 지고 간다’며 인생을 회고하기도 한다. 뒷부분에는 ‘딸의 편지’가 부록처럼 달려 있다. ‘참 소중한 아버지께’로 시작하는 이 글은 시인의 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나민애 씨가 몇 년 전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넘나들던 아버지를 간병하며 느낀 점들을 풀어낸 사랑의 편지다. 지혜, 182쪽, 1만 원

    표암 강세황 | 민병삼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단원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은 학덕 높은 조선 선비이자 시(詩)·서(書)·화(畵)에 두루 능해 삼절(三絶)이라 불린 대표적 문인화가였다. 뛰어난 명성과 달리 비운의 삶을 살았던 표암이 탄생한 지 300년이 되는 해에 그의 삶을 다룬 소설이 출간됐다. 전기가 충분히 나와 있고, 역사적 연구가 많이 되어 있는 인물을 굳이 작품의 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 저자는 “그의 예술적 업적을 다시 기리고자 함이 아니다. 치열했던 예술적 삶을 보여주고, 진정한 예술혼이 무엇인지 독자와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강세황의 인생역정보다는 치열했던 예술세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표암의 그림과 글인 ‘현정승집도’ ‘지상편도’ ‘도산도’ ‘송도기행첩’ ‘영통동구’ ‘개성시가’ ‘화담’ ‘송하맹호도’ ‘정선 산수도’ 등이 부록처럼 실려 있다. 선, 408쪽, 1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노자와 다석 | 류영모 편역, 박영호 풀이, 교양인, 620쪽, 2만5000원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마태복음 6:34) 이 말은 삶을 괴로움(苦)으로 규정한 석가의 말이 아니라 예수의 말이다. 삶을 괴로움으로 본 것은 예수나 석가나 다름이 없다. 마하트마 간디는 “시련과 고통마저 없다면 이 삶을 무슨 뜻으로 살겠는가?”라고까지 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이 굶주림이라고 말한다. 배고픔을 참고 참다가 더 견디지 못해 길가에 난 잡초를 뜯어 먹고서 구토를 일으켜본 사람이 아니면 배고픔의 어려움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를 것이다. 그런데 그 배고픔보다 더 참기 어려운 고통이 있으니 바로 외로움(孤獨)이다. 외로움을 피하려고 연애를 하고 혼인을 하지만 몇 해를 지나고 보면 외로움은 그대로 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사람은 혼인을 하고서야 진짜 외로움을 알게 된다고 했다. 몸에 땀띠가 나도록 얼싸안고 지낸다 해도 마음의 충족은 이뤄지지 않는다.

    마음의 충족은 사상에서만 얻을 수 있다. 류영모가 말하기를 일생 동안 덕우(德友) 한 사람을 만나면 잘 만난 것이라 했다. 맹자는 상우(尙友)를 사귄다고 말했다. 앞 세대의 어진 스승과 정신적인 교통을 하는 것을 상우지교(尙友之交)라 한다는 것이다.

    당대 사람으로 류영모의 사상을 알아주는 이가 드물었다. 그러나 어떤 사귐보다 값진 정신의 사귐이 있어 결코 외롭지 않았다. 바로 예수, 석가, 노자라는 상우 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영모에게 예수와 석가와 노자는 몸으로는 세 사람이지만 진리 정신으로는 하나였다. 류영모는 특히 오산학교 교사로 있던 스무 살 무렵부터 ‘노자’를 즐겨 읽었고, 서울YMCA 연경반에서 행한 고전 강의에서 오랫동안 ‘노자’를 강의했다. 일찍이 이광수, 최남선을 비롯해 함석헌, 김교신, 김흥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상가와 지식인이 류영모의 ‘늙은이(老子)’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류영모는 여러 경전을 두루 좋아했으나 ‘노자’와 ‘중용’만 한글로 완역했다. 그는 1959년 3월 22일부터 ‘노자’를 우리말로 옮기기 시작해 21일 만인 4월 11일에 완성했다. 류영모의 ‘노자’ 우리말 번역은 노자가 와서 본다고 해도 깜짝 놀랄 것이다. 오죽했으면 도올 김용옥이 ‘노자’를 우리말로 옮기고 풀이한 책을 내면서 평생에 다석 선생을 뵙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 했겠는가. ‘노자와 다석’은 스승 류영모의 ‘노자’ 번역을 바탕으로 삼아 필자가 풀이를 덧붙인 책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하루 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텔레비전만 들여다보는 이가 있다. 아니면 온종일 화투 놀이만 하는 이가 있고 운동하는 경기장만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여행을 일삼는 것은 고독을 소화하는 귀족적인 취미라 하겠다. 그보다는 노자 ‘도덕경’ 같은 고전을 한 권 사서 정독한다면 외로움은 사라지고 정신이 살쪄 너그러운 인격이 형성된다. 예수, 석가, 노자와 상우한 이들에게는 고독도 불행도 있을 수 없다.

    박영호│성천문화재단 다석사상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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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 | 조인수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한국 회화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화 50점을 선정해 그림과 함께 인물의 이력과 일화, 초상화를 그리게 된 동기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실재 인물을 그린 초상화, 역사 속 인물의 유명한 이야기를 다룬 고사인물화, 도교의 신선이나 불교의 부처·보살 같은 종교 인물을 그린 도석인물화로 나눠 소개했다. ‘초상화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상화가 많이 그려졌던 조선시대에는 주인공의 모습을 ‘터럭 하나까지 틀림없이’ 그림으로써 그 인물의 정신과 기품을 강조하려고 했다. 윤두서의 자화상에 코털이 삐져나온 것도, 송시열 초상화의 주름이 유독 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난해한 설명이나 복잡한 구성을 탈피해 쉽고 재미있게 그림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다섯수레, 120쪽, 1만9800원

    폭주노년 | 김욱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80대를 20대처럼 살아가는 저자의 삶과 철학,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모았다. 저자는 아직도 일하고 술을 마시며 세상사 어지러운 꼴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다. 철없이 산다고는 하지만 삶 속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저자는 생물학적으로는 노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노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인생 후반기에 관한 기존 상식을 깨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노후를 인생의 휴식기로 생각해 마냥 늘어진 채로 보내서는 안 된다며 ‘폭주하라’고 충고한다. 세상사에 달관한 척, 초연한 척해서도 안 된다는 것. 주눅 든 40~50대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생활 철학은 인생 후반전을 헤쳐나가는 데 힘이 될 것이다. 페이퍼로드, 240쪽, 1만3000원

    내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잡아라 | 남혜영 외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증상을 토대로 어떤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가정 의학서. 사소한 증상이 중대한 질병의 전조일 수 있다. 이를 초기에 찾아내면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머리, 허리, 배, 팔, 다리 등 부위별 통증부터 어지러움, 간지러움, 오한, 발열 등 전신 증상까지 총 52가지 증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92가지 질병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각 질병의 정의와 원인, 치료법, 예방법까지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 남혜영, 박선민, 조현희는 다년간 의학 전문 프로그램 대본을 쓴 방송작가들. 그동안 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질병마다 사례를 곁들여 자신의 생활 습관이 질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타일북스, 416쪽, 1만58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황호택의 눈을 떠요 | 황호택 지음, 와이드룩, 280쪽, 1만5000원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이 책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쓴 시사 칼럼집으로, 2010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한 칼럼 중 56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황호택의 눈을 떠요’라는 책 제목은 현재 저자가 채널A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빌려온 것으로, ‘세상의 진실에 눈을 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채널A에서 아침 시간대(오전 9시~ )에 ‘황호택의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문에서는 최고참급 기자이지만 방송에서는 수습기자라는 그는 신문과 방송이 본질적으로 다른 미디어임을 절감한다고 한다.

    신문 칼럼은 독자의 반향을 측정할 객관적 지수가 없지만, 방송은 하루 뒤면 정확하게 분당 시청률이 나온다. 신문 칼럼은 독자의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기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곧 단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매일 아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뉴스 메이커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칼럼 소재로 삼을 때가 많다는 저자는 요즘 자신의 칼럼은 이른바 신문과 방송 겸영의 소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즘 뉴스 소비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기사를 찾아 읽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선호하는 정파에 유리한 기사만 클릭하고 다른 기사들은 배척하기 일쑤다. 게다가 사고를 요하는 기사보다는 단편적인 정보성 기사를 읽는 경우가 많다. 신문이 인터넷 매체와 다른 특색이 있다면 정보성 기사를 좀 더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기사가 있다는 점이다.

    그중 칼럼은 현안에 대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으로 독자가 본질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 건조한 논리가 가득한 논설에 비해 칼럼은 개성을 담은 글맛을 내서 독자를 끌어들인다. 칼럼이 지향하는 인간적 터치의 글쓰기는 신문의 근엄함과 익명성에 물린 독자에게 신선한 청량감과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칼럼니스트는 사회에 존재하는 각각의 다른 입장에 의해 전 방위에서 비판과 공격을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에 관해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보여주며 더 많은 생각을 자극한다.

    이 책에 실린 칼럼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로 요동치던 시기에 쓴 것이 많아 정치 분야를 다룬 내용이 상당수 차지한다. 이 글들은 어느 한쪽만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는 식으로 몰아가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어 그간 정치적 흐름을 파악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 외에도 K-pop, SSM, 반값등록금, 개성공단, 탈원전, 재스민 혁명 등 경제, 사회, 문화, 북한, 국제 문제 등 시사 전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려운 정치 이야기, 외면하고 싶은 복잡한 사회 이야기를 깊이 있게 짚어준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에게 세상의 진실을 보는 눈을 키워줄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적절한 논술 교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여진 | 와이드룩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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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으로 읽는 한의학, 침구경락 | 황룡상 외 지음, 채윤병·이순호 옮김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중국중의과학원 황룡상 수석연구원과 베이징중의약대학 황유민 부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제목 그대로 400장에 달하는 사진과 그림으로 경락의 기원부터 현대의 임상 활용에 이르기까지 침과 뜸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경락 경혈의 역사적 고증과 함께 개념 형성 과정 및 본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침구경락의 이론과 활용을 통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한의학이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와 사고의 변천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한의사,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의대생은 물론 침구경락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청홍, 320쪽, 3만7000원

    북핵 일본핵을 말한다 | 김경민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북한과 일본의 핵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분석한 핵, 로켓, 인공위성,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등 한·중·일과 북한의 군사 기술 현황을 담았다. 1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2부는 일본의 핵, 3부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일체화, 4부는 에너지 확보 전쟁을 다뤘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핵물리학 저변이 견고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북한의 핵물리학도 수준이 꽤 높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세 차례나 연거푸 핵실험을 하는 이유는 핵무기를 작게 만들어 미사일의 탄두로 올리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붙였다. “북한이 은하 3호 로켓까지 성공한 마당이다. 핵과 미사일의 결합은 멀지 않았다”고 예측한다. 가나북스, 326쪽, 1만8000원

    욕망을 디자인하라 | 정경원 지음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外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인 저자가 디자인과 경영을 접목해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경영에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욕망까지 읽어내는 디자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디자인 경영으로 창조와 혁신을 이룬 다양한 기업과 도시,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디자인이 우리 삶을 어떻게 혁신하는지를 들려준다.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회브딩의 ‘에어백 헬멧’, 손 다칠 염려가 없는 주방용품 옥소의 ‘굿그립스’ 등이 그것.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처지에서 벗어나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자인으로 정면승부해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는 창조경제의 핵심도 따지고 보면 디자인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림출판, 335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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