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특집 | ‘평창’ 이후 격동의 한반도 |

김여정의 ‘매력 공세’ 그후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미·중 빅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맺을 수도”

  • 입력2018-0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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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北 급변사태 시 인민해방군 한반도 전개하겠다’ 美에 밝혀”

    • 평양 갈까, 말까? 딜레마에 빠진 文

    • “북한식 ‘햇볕정책’ 수락 여부로 남남갈등 일어날 것”

    • “평양에 특사 파견해 비핵화 회담으로 北 견인해야”

    “내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봄바람을 일으켰다. 고개, 허리는 꼿꼿하고 시선은 위로 향했다. 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말이 아닌 미소로 사람 마음을 사로잡았다. 헌법상 북한 국가수반인 90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상석을 김여정에게 양보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은 영국 런던에서 김여정 방한 소식을 듣고는 2월 8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논평을 기고했다. 윤 전 장관은 ‘charm offensive toward the South’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남측을 향한 매력 공세’다. charm offensive는 ‘사람 마음 사로잡기’라는 뜻도 가졌다. 

    윤 전 장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두 가지 목표를 고수해왔다. 첫째는 탄탄한 핵무기 프로그램(a robust nuclear weapons program), 둘째는 경제 발전이다. 첫째 목표는 표면상(ostensibly) 성취했다. ‘매력 공세’는 두 번째 목표를 이루려는 시도라는 게 윤 전 장관 분석이다.

    장면 ①

    2월 8일 서울의 북한 전문가들은 의아해했다. 북한 방송 ‘오늘의 순서’(편성표)에 ‘건군 70주년 열병식’ 중계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정은 집권 후 대규모 열병식이 여섯 차례 열렸지만 생중계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튿날 김여정이 한국을 찾아 ‘매력 공세’를 벌이는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열병식 막판에 핵무장 능력을 과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15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등장시켰다. 신형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도 공개했다.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평양은 열병식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핵무장 능력이 성숙했다는 점을 시위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전략군이 더욱 강해졌음을 과시했다. 남북대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도 핵무기만큼은 절대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역사에서 독재자가 강한 군사력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다.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고 했다.

    장면 ②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에 앞서 주최한 리셉션장에서다.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이 시작된 후 도착해 별도의 방에서 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사진을 찍은 후 미국 선수단과 저녁을 먹어야 한다면서 곧바로 떠나려 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권유로 리셉션장에 들어와 ‘친구’들과는 악수했으나 자리에 앉지 않은 채 5분 만에 떠났다. 같은 테이블에 앉게 자리가 배치된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는 악수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북한의 평창 납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소신대로 행동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회식이 한창이던 2월 9일 오후 9시 11분 “우리는 (북한에) 모든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가하면서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유지할 것”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개로 앞서 나갈 순 없다”는 백악관의 반응도 따라붙었다.

    김정은의 초청장… 수싸움 시작

    장면 ③

    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조선중앙TV 캡처]

    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위원장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여정은 점심을 먹으면서 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빠른 시일 내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 

    북한 제안에 대한 수용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으나 몇 시간 후 다른 고위관계자가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대통령의 정확한 말씀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였다”고 바로잡았다.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는 크게 다른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왜 신중하게 대응한 걸까. 

    장면①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암시한다. 장면②는 비핵화가 전제가 아닌 대화에는 미국이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장면③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비핵화 의지를 담은 북·미대화’라고 봐야 한다. 장면①과 장면②가 평행선을 달리는데 문 대통령이 방북해 정상회담을 하면 한미관계에 탈이 난다.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대응한 것은 그래서다. 관건은 북한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안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매력 공세에 나선 까닭은 두 갈래로 나뉘어 분석된다. 

    첫째는,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국제사회 제재를 풀어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이 선제 타격 등 군사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이 신년사 발표 이후 평화 이미지를 심는 데 자원을 쏟아부은 것은 평양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미대화로 나아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평양은 북·미대화를 위해 남북대화를 지렛대 삼는 이른바 통남통미(通南通美)에 나선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시간표대로’ 통일, 평화, 자주, 민족, 공존, 공영의 미사여구(美辭麗句)와 함께 평화 공세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핵무장 완성이 남북관계에서 상수가 됐으며 북한이 전략적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미국의 예방전쟁이 국제정치 역학상 구조적으로 억제되므로 북한이 핵보유국 위치에서 한국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평양은 평화협정→미군철수→통일대전→북한 주도 통일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롄구이(張璉瑰)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의 분석이 특히 흥미롭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때 벌일 매력 공세를 예측이나 한 듯 평양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계획과 제안대로 움직여 한국이 주도권을 갖게 할 뜻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선택한 시간에 남북관계를 완화하고 개선할 생각을 가졌기에 2016년부터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한다면 평양은 핵보유국 위치에서 남측에 북한식 햇볕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남북 정부 간 직급별, 단계별 대화 복구를 제안하고 남북한 정당의 상호교류를 추진해 민족대단결을 촉구할 것이다. 경제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2개의 중요 문서를 기반으로 협력 계획을 차근히 실시해나가자고 제안할 것이다. 

    북한식 ‘햇볕정책’을 수락하느냐 마느냐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큰 시험이 될 것이며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좌우 대립이 격화돼 정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국내 분열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미국과 거리를 두게 될 수 있으며 이것은 한미관계의 약화를 가져와 한미 군사동맹의 향방과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경제 무역 관계, 사드, 무기 판매 등 일련의 문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상실하게 돼 경솔하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核 빠진 대화’ 초대… 딜레마에 빠진 文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려면 비핵화 의지를 담은 북·미대화가 조율되거나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워싱턴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을 만나면 한미관계에 사달이 난다. 정상회담을 하루빨리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요약하면 ‘핵동결 후 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다. 북핵이 존재하는 가운데 남북이 교류하는 ‘핵 있는 평화’를 1차 목표로 삼은 것으로 핵동결이 대화의 입구, 비핵화가 출구다. “비핵화를 미루더라도 남북이 평화 공존해야 한다”(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게 진보진영의 대체적 주장이다.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쌍잠정(雙暫停·북한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한미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동시에 중단하는 것)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다. 쌍잠정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평양의 견해를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은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중지하고,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견해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맥락이 같다. 한국이 남북협상 과정에서 쌍잠정, 쌍궤병행 쪽으로 움직이면 미국이 올라가야 할 타협·수용의 높이가 높아진다. 

    미국이 군사 옵션을 흘리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남북협상의 진척이나 정상회담이 전쟁 가능성을 오히려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시설만을 공격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대한 논란이 미국 언론에서 뜨거웠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의 낙마가 코피작전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북·중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했다.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8월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 선양의 북·중 접경지대를 관할하는 북부전구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던퍼드 의장에게 북한 급변사태 시 청천강-함흥 이북으로 인민해방군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관철하기 위해 평화 공세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까지 심각하게 검토하며 평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 분열은 북한의 전략 목표 중 하나다.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연합훈련은 양립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이유로 미국에 한미연합훈련을 재차 연기하거나 대폭 축소하자고 요청하면 한미 간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구해우 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 기획관은 “평화를 위해 남북협상을 한다지만 남북 간 잘못된 합의는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핵 능력이 더욱 고도화하면 미국이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군사적 수단을 이용해 선제 타격하거나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핵을 동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치른다. 중간선거에서 미·북 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을 수 있다.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여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 제재·압박 전선이 약화되면 쌍중단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변수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북한은 6·15(김대중-김정일), 10·4(노무현-김정일) 선언 이행을 요구할 소지가 크다. 북한이 제재 완화나 다양한 협력을 요구하고 그것에 응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한국이 이탈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에서 남남 갈등, 한미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견인해야 한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면 한국 정부가 운신할 폭이 커진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이 시작될 경우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테이블에 올릴 게 자명하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 위상이 애매해진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의 빅딜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설계자들은 북핵을 미국과의 협상용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으나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김정은의 통일대전은 핵 억제 능력을 바탕으로 미군의 증원을 막고 재래 전력을 활용해 한국을 강점하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응징억제, 거부억제 능력을 활용해 재래식 전쟁이나 제한적 핵전쟁으로 북한 주도 통일을 도모하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진핑-트럼프가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양 세력은 대륙의 거점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후퇴한다.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일본 열도로 후퇴해 미일동맹만 지키면 된다. 원래 대륙 세력의 땅이니 대륙 세력에 되돌려주는 것이다. 대신 베이징은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손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아닌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 국면에서 계륵처럼 인식될 경우 미국이 한반도의 휴전선에서 일본 서해안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도 딜레마…
    ‘줄타기 외교’ 아슬아슬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균형 외교’라는 표현을 내놓았으나 줄타기 외교가 떠오를 때도 있다. 지난해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6개항의 공동성명 중 두 대목을 보자. 

    ‘양 정상은 역내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양 정상은 기존의 양자 및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이하 생략)’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조해나갈 것을 확인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6개항의 공동성명 중 이 두 대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핵 문제 등과 관련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몇 문장에 걸쳐 있다. 중국이 싫어하는 게 한·미·일 안보협력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초한 질서’는 남중국해라고 쓰진 않았으나 항행의 자유 등을 말하는 것이다. 공동성명에 굳이 이 같은 문구를 넣은 것은 남중국해에서 갈등이 빚어질 때 한국이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뜻을 담기 위해서다.” 

    미국을 방문해서는 이렇듯 한·미·일 3국의 안보 및 방위협력을 확인해놓고는 중국에는 ‘3NO’를 약속했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게 ‘3NO’다. 

    병자호란 전문가로 역사학자인 한명기 명지대 교수의 견해는 대중·대미외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병자호란의 전철을 돌아볼 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끼인 자’인 약소국이 복수의 강대국 모두와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대국들끼리의 관계가 계속 적대적이면 ‘끼인 자’는 결국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1627년 정묘호란 이후 조선이 ‘황제의 나라’ 명, ‘형의 나라’ 후금과의 관계를 ‘모두’ 우호적으로 유지하려다가 끝내는 파국으로 내몰린 전철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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