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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통신

우버 탄생지 택시업계의 오늘

승차 공유 확산 후 택시 가치 폭락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우버 탄생지 택시업계의 오늘

  • 진출하는 곳마다 택시업계 반발, 정부 규제에 부딪히며 성장해온 우버. 우버는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래된 택시 산업의 기반을 흔들었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 주민에게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세계 운송산업에 파괴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설립 10년, 대표 서비스인 우버엑스 영업 7년째로 접어든 2019년, 우버의 본고장 샌프란시스코 택시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옆 한 호텔 정문 앞에 늘어선 택시들.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옆 한 호텔 정문 앞에 늘어선 택시들.

10년 전인 2009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동을 건 회사가 있다. 우버(Uber)다. 창업할 때 이름은 ‘우버택시’라는 의미의 ‘우버캡(UberCab)’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손님이 없는 리무진과 승객을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게 2010년 7월. 택시업계와 규제 당국에서 ‘허가도 받지 않고 택시 영업을 한다’며 압박하자 회사명에서 택시라는 뜻의 단어(Cab)를 떼어내 만든 이름이 우버다. 그리고 2012년 7월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 현재 우버를 대표하는 ‘우버엑스(UberX)’ 서비스를 내놨다.

우버는 이후 진출하는 곳마다 택시업계 반발, 정부 규제에 부딪혔지만 이용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왔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카풀 서비스 도입 논란으로 빚어지고 있는 홍역 양상 그대로였다. 이미 우버 시대가 활짝 열린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택시업계 생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택시 타기

필자를 내려준 빨간 택시. 도심 택시 대기 장소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를 내려준 빨간 택시. 도심 택시 대기 장소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남부에 있는 필자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넘게 달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건 새해 두 번째 날인 1월 2일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은 관광객과 데이트를 하는 연인, 시청에 일을 보러 온 주민 등으로 활기가 넘쳤다. 기온은 섭씨 10도 안팎으로 조금 쌀쌀했다.

샌프란시스코 관광명소 중 하나인 유니언스퀘어까지 택시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자동차를 인근 유료주차장에 세워놓고 시청 앞에 섰다.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니 시청 앞에서 유니언스퀘어까지 거리는 2.4km, 걸어가면 25분 정도 걸린다. 일단 시청 주변에 정차해 있는 택시를 찾아봤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아무리 봐도 택시가 없었다. 사실 2012년 말부터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이 동네에서 택시를 타보려 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택시가 필요하면 늘 스마트폰 앱으로 우버나 리프트(Lyft)를 불렀다.

이번엔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보기로 했다. 20분 정도 지나는 동안 만난 택시는 획 지나가버린 한 대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택시회사들이 우버, 리프트 같은 서비스에 맞서고자 도입한 모바일앱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플라이휠(Flywheel), 요택시(YoTaxi) 같은 앱이 개발돼 있다.



우버와 비교하려고 먼저 우버 앱을 열었다. 목적지를 입력하니 요금이 싼 합승 서비스부터 가장 일반적인 우버엑스 서비스까지 나온다. 우버엑스를 부르면 태우러 오는 데 3분 걸리고, 요금은 9달러 73센트, 목적지까지 소요시간은 8분이라고 뜬다. 운행 경로와 예상 요금, 소요시간 등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플라이휠 택시 앱을 열고 우버를 이용할 때처럼 목적지를 입력하려 했다. 그런데 해당 항목이 없었다. 승차 장소만 지정할 수 있었다. 승차 요청을 하자 5분 거리에 있는 택시 번호와 택시기사 이름이 뜬다. 앱에서 차량이 어디까지 왔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운행 경로, 예상 요금, 소요시간 등의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예상시간보다 1분 늦은 6분 뒤 해당 번호 택시가 도착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장소가 아닌 길 건너에 정차했다. 하는 수없이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까지 뛰어갔다. 창문으로 기사를 보며 인사를 하니 타라고 한다. 조셉이란 이름의 기사는 목적지를 물었다. 유니언스퀘어라고 하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그는 “어디서 왔느냐(Where are you from)”고 물었다. 관광객이 타면 늘 묻는 질문인 듯했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살고 있다고 했더니 중국인이냐고 다시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코리아는 양쪽이 서로 왕래하느냐”고 알은체를 한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택시 전용 모바일 앱 사용기

말을 걸 요량으로 “시청 주위에서 택시를 찾아보려다 못 찾고 앱으로 불렀다”고 했더니 앱 말고 콜 번호로 전화하지 그랬냐고 한다. 택시 찾기가 힘들었다고 하자 “여전히 몇 백 대는 굴러다니고 있다”면서도 사정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내가 택시를 몰고 있지만 택시는 망하고 있어요. 우버, 리프트가 많아지면서 이제 택시는 관광객이 주로 타는 게 현실이니까요.”

택시를 타고 8분 걸려 목적지 유니언스퀘어에 도착했다. 모바일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할 때 ‘요금은 하차할 때 자동으로 결제되니 따로 내지 말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나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졌는지 물었다. 그러자 “택시요금 내야지 무슨 소리냐”며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 앱에서 자동으로 결제될 거라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두리번거리더니 차량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택시요금이 자동 결제됐다는 걸 확인하고 그제야 내려도 된다고 했다. 이전에 모바일 앱 손님을 태워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전화로 택시를 부르지 그랬냐”고 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할 거면 좀 더 편리한 우버, 리프트를 사용하지 굳이 택시를 부르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결제된 금액은 총 9달러 70센트. 세부 항목을 보니 요금 7달러 35센트에 미리 설정해둔 팁(15%) 1달러 10센트, 그리고 서비스 비용 명목으로 1달러 25센트가 추가됐다. 택시 타기 전에 확인한 우버 요금이 9달러 73센트였던 것봐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우버 요금 9달러 73센트엔 하차 후 줄지 말지 결정하는 팁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또 수요가 몰리면 요금을 비싸게 조정하는 우버와 달리 택시는 단일 요금제로 운영한다.

택시기사가 필자를 내려준 곳은 유니언스퀘어 바로 옆 웨스틴 세인트프랜시스 호텔(Westin St. Francis Hotel) 근처. 1904년 문을 연 115년 역사의 호텔 정문 앞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을 서 있었다. 호텔 투숙객, 관광객을 맞으려는 택시들이었다. 필자를 내려준 택시도 맨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시청 앞에서 그렇게 찾으려 해도 없던 택시가 그곳에 몰려 있었다.

길에 서서 줄을 선 택시와 오가는 차량을 살펴봤다. 유니언스퀘어 주변 도로에선 택시가 수시로 오갔다. 호텔 정문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행렬 맨 앞에선 택시 아닌 자가용이 수시로 정차하고 손님을 태워갔다. 우버, 리프트 차량이었다. 오후 1시 20분부터 50분경까지 지켜보는 동안 6대의 우버, 리프트 차량이 손님을 싣고 갔다. 그동안 줄을 선 택시를 탄 손님은 없었다.


관광객 운송수단이 된 택시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일방통행 도로 양쪽에 택시와 우버 차량이 각각 서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일방통행 도로 양쪽에 택시와 우버 차량이 각각 서 있다.

시내를 다녀보면 우버, 리프트는 발에 걸릴 만큼 많았다. 눈을 들어 도로에 달리는 차량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우버, 리프트 차량이 포함돼 있었다. 유니언스퀘어처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가 아닌 시청 주변 같은 곳에서도 우버 차량은 수시로 도로를 오갔다. 택시와는 사정이 달랐다.

대체 샌프란시스코엔 몇 대의 택시가 운행하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도시교통국(SFMTA)에 따르면 운행 가능한 택시 수는 택시면허(medallion) 수와 같다. 1500대가 조금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택시면허는 한국의 개인택시 면허처럼 택시 영업면허를 뜻한다. 1500대 중에서 실제로 영업하는 택시는 대략 1100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샌프란시스코시에서 공개한 운송네트워크회사(TNCs, 우버 등의 회사) 보고서에는 택시와 우버, 리프트 현황이 상세하게 나온다. 월~목요일 피크타임(오후 6시 30분~7시) 샌프란시스코 도로에 있는 우버, 리프트 차량은 5700대 이상, 금요일 피크타임(오후 7시~8시)엔 6500대 이상이었다. 각각의 시간대에 택시 수는 15분의 1 수준이었다. 택시 한 대가 영업하는 동안 우버 같은 차량 15대가 영업한다는 의미다.

택시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시대가 되면서 샌프란시스코시에서 25만 달러(한화 약 2억7900만 원)를 받고 택시기사들에게 팔았던 택시면허 가치는 급락했다. 굳이 비싼 면허를 사지 않아도 우버, 리프트 운전을 하면 되는 상황이니 아무도 사지 않게 된 것이었다. 한 해 100개, 200개가 거래되던 택시면허는 2016년 4월 이후 누구도 사지 않는 존재가 됐다. ‘택시의 시대’가 ‘우버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택시면허 체계가 붕괴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10년부터 택시기사들에게 소유권 이전과 매매가 가능한 면허를 팔았다. 시 수입 확대 방안이었다. 그렇게 판매한 면허는 시를 통해서만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었다. 시는 매매를 중개하면서 수수료로 거래금액의 20%를 받았다. 막대한 수입을 안겨주는 장사였다. 택시면허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택시기사들은 낮 시간에는 직접 택시를 몰고, 밤 시간에 다른 기사에게 택시를 대여해 대여료를 받는 방식으로 1년에 11만 달러(한화 약 1억2300만 원) 이상 벌었다고 한다. 택시면허는 노후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자산으로 여겨졌다.


택시면허 체계의 붕괴

샌프란시스코시는 택시면허를 팔기 전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사의 신청을 받아 순번에 따라 수수료만 받고 공짜로 나눠줬다. 다만 그렇게 나눠준 면허는 소유권 이전과 매매가 불가능했다. 소유권은 시가 갖고 면허를 받은 기사에게는 영업권만 줬다. 또 면허 개수를 거의 확대하지 않아 누군가 사망, 영업 중단 등의 사유로 면허를 반납해야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면허가 돌아갔다. 길게는 15년 정도 기다려야 택시면허를 받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SFMTA가 작성한 택시면허개혁보고서엔 이와 관련된 역사와 현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보고서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시가 이렇게 면허를 팔아 올린 수입은 6300만 달러, 한화로 700억 원이 넘는다. 2010년 이전에 발급돼 여전히 살아 있는 면허까지 모두 합친 샌프란시스코 택시면허 수는 1458개. 그중 시에서 만든 택시면허 시장을 통해 거래된 정가 25만 달러 면허는 560개다. 중복 거래된 면허도 있어서 시에서 판매한 면허는 500개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택시기사들이 빚을 내서 거액을 주고 산 그 면허들은 이제 ‘팔리지 않는 자산’이 됐다.


우버 때문에 몰락했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손님을 실은 2층 투어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손님을 실은 2층 투어버스

샌프란시스코 택시의 몰락이 모두 우버 때문이었을까. 우버가 등장하던 시기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잡는 건 고역이었다. 택시 수가 적다 보니 택시를 타려는 사람의 불만이 치솟았다. 지나친 경쟁을 제한하고 택시기사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택시면허 발급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은 불편했다(지금도 서울 같은 도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불편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88만 명. 한 해 방문자는 2017년 기준으로 2550만 명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관광협회가 추산한 수다. 우버, 리프트가 없고 1500대 정도의 택시만 있다고 가정하면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다. SFMTA 통계에 따르면 우버가 한창 영업을 확장하던 2014년 당시 샌프란시스코 택시는 2000대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인구는 80만 명이 넘었고 한 해 방문객은 1600만 명 이상이었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던 상황에서 우버, 리프트 서비스가 등장해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셈이다. 달리 말하면 우버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택시업계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가 손님을 태운 채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지나쳐 달리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가 손님을 태운 채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지나쳐 달리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행렬을 볼 수 있던 유니언스퀘어의 호텔 정문 앞 도로. 줄 선 택시들을 뒤로하고 시청 앞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손님 없는 택시 옆에서 샌프란시스코 주요 관광지를 도는 2층 투어버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가 보란듯이 손님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택시는 분명 우버에 맞서 변화하고 있다. 차량을 호출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모바일 앱을 만들며 ‘우버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버에 익숙한 고객을 끌어들일 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물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관광객 운송수단으로 위축된 택시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기사들에게 관광 가이드 교육을 받도록 한 뒤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면서 가이드 구실까지 하도록 하는 택시관광상품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미 자율주행 택시가 도로를 다니기 시작한 세상이다. 해답을 구하든 못 하든 인간이 운전하는 택시, 우버 같은 서비스 자체가 혁명적인 변화를 겪을 시점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신동아 2019년 2월호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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