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낮은 지지율 원인은 ‘선거연합 해체’
‘수직적 당정관계가 정상’이라는 인식이 문제
민주당 입법은 국민 아닌 이재명 위한 것
대통령 과오 개선 안 하면 국민 무시당한다 여겨
11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하반기가 시작된다. 5년 임기의 꼭 절반이 지나는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윤 대통령 임기는 아직도 2년 넘게 남았다.
‘신동아’는 창간 93주년을 맞아 두 정치 전문가와 함께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의 전반기 국정 운영을 평가하고, 하반기 윤석열 정부가 걷게 될 예상 진로와 차기 대선 향배를 살펴봤다.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된 신동아 대담에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함께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왼쪽).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해윤 기자]
대통령 지지율 20%는 심리적 탄핵 상황
윤석열 대통령 5년 임기 중 전반기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형준_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아지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이후 한 번도 데드크로스를 극복한 적이 없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4월 총선에 집권당이 참패한 후 4월 셋째 주에서 9월 넷째 주까지 한국갤럽이 17차례 조사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이 단 한 번도 30%대를 넘지 못하고, 20%대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 임기는 절반이나 남았는데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국민 평가는 낙제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진중권_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사실상 심리적 탄핵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주된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김형준_ 윤 대통령 당선 때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0.73%포인트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에 빠르게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석열다움을 잃어 버렸다. 거기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도 없어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다. 불신에 무능이라는 인식까지 민심 속에 스며든 것이다.
진중권_ 저분들(여당)은 지금도 자신들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에 (3당 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됐다면, 지금은 반대다. 민주당은 호남 정당이 아니라 어느새 수도권 중심 정당이 됐다. 오히려 여당이 TK(대구·경북) 중심 정당처럼 (지역적으로) 포위돼 있다. 산업화를 주도한 세대는 이미 70대가 넘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100만 명 가까운 분들이 사라진다. 그에 비해 86세대 일부는 60대가 됐다. 민주화의 기억은 6·25전쟁 기억만큼 강력해서 20대 (민주화운동) 때 형성된 세계관이 50, 60대가 돼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86세대는) 보수화가 별로 안 됐다. 아직도 진보적이라는 허위의식을 갖고 있다. (정치) 지형이 (여권에) 불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이) 이긴 것은 조국 사태 때문이다. 그리고 ‘이재명을 어떻게 찍어’라는 인식 때문에 간신히 당선된 것이다.
진 교수는 “강서구청장 재보선과 22대 총선에서 참패했으면 뭐가 잘못됐는지 (민심의) 경고를 받아들여 바뀌어야 하는데, 자기 세계 안에 갇힌 돈키호테처럼 교정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수를 통해 배우기는커녕, 달라지기를 거부하는 모습까지 보여 앞으로의 모습도 뻔할 것이란 국민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라고 냉혹하게 평가했다.
미숙함, 순진함, 서두름, 그리고 오만함
김형준_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이 조화를 이뤄야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두 연합이 불일치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3당 합당으로 집권에 성공한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 후)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결별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DJP연대로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도 JP와 갈라서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윤 대통령은 중도보수연합을 통해 겨우 0.73%포인트 이겼다. 그런데도 집권 후 중도보수연합을 해체했을 뿐 아니라 세대연합까지 해체했다. 너무 쉽게 대통령에 당선되다 보니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을 가벼이 본 것이다. 새 대통령이 직면하는 네 가지 위협이 미숙함과 순진함, 서두름, 그리고 오만함이라고 한다. 정치 경험이 풍부했다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는 식이 아니라 장관으로 기용해 자연스럽게 대표를 교체했을 것이다. 미숙하게 (30대) 대표를 몰아내는 식으로 서둘러 처리함으로써 취약한 정치 기반 강화에 필요했던 세대연합마저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진중권_ 이(여당) 사람들이 비전이 없다. 자기들이 잘해서 (대선에) 이긴 것으로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자기 객관화가 안 돼 있다. 인구구조나 정치 지형으로 보나 보수 진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이 없다. 집권에 대한 비전도 없고,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인이 돼버렸다. (차기) 대선이 누구에게 향하건 자기 자리 지키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TK나 PK 지역 맹주가 돼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에만 관심을 보인다. 정부 실정이나 여당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자신들이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외면한다. 대표적인 게 원내와 원외 대립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원외 인사들을 조직하려 하니 원내 인사들이 잠재적 위협을 느껴 대통령 편을 드는 거다. 그러니 문제가 불거져도 교정이 안 된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
김형준_ 윤 대통령 인식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모든 게 불가능하다.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잘돼 있는 미국의 논문을 보면 통치 방식과 스타일은 대통령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인식 구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집권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이 보인 통치 방식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9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해서 그런지 결국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 총선 때도 ‘결국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정치에 대한 무시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적으로 옳냐 그르냐’는 법리 논쟁으로 만든다. 셋째는 본인이 역대 대통령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이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대표적인 게 의료개혁이다. 28년간 역대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당위성만 얘기했지 실제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 분리 원칙하에 수평적 당정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철저하게 수직적 당정관계가 정상이라 여기고, 거기서 이탈하려는 것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섯째는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를 검찰 특수부와 경제관료라고 여기는 것이다. 모든 인사가 그쪽에 집중돼 있다. 이런 인식 속에 갇혀 있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변화하거나 개혁하지 못한다. (참모들이) 중간에서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안 보인다.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건가.
진중권_ 저분(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도 ‘검사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머릿속에 수평적 당정관계 자체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한동훈 대표가 뭐라고 얘기하면 ‘괘씸한 것’ 이렇게 보는 거다. 지금 국민의힘은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할 만큼 엉망진창이다. 개축이 어렵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하는데 지금 수리조차 거부하고 있다.
진 교수는 “(한동훈 대표에 대한) 노골적 왕따가 벌어지는 것은 (대통령 주변에) 대표를 왕따시켜 주저앉히려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 3분의 2가 한동훈을 지지해서 대표가 됐으면 지지자들 뜻을 (대통령실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못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_ 윤 대통령은 압도적 의석을 야당이 갖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출범했다. 대선에서도 0.73%포인트라는 아주 근소한 차로 집권했다. 통치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다. 의회 권력과 행정 권력이 따로 존재하는 이중 권력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 지혜와 전략이 필요했는데 그냥 방치하고 충돌하면서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다.
여도 야도 의회주의에 대한 생각이 없다
진중권_ 여도 야도 의회주의에 대한 생각이 없다. 한쪽에서는 이념으로 세계를 판단하니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반국가 세력을 얘기한다. 반대쪽(야당) 입법도 국민을 위한 입법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입법이다. 검사의 법 왜곡죄라느니, 판사 선정 때 공범에게 유죄 선고를 낸 사람을 배척할 수 있다는 이상한 맞춤형 법을 낸다. 여야 둘 다 잘못하는 거다. 그럼에도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좀 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협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인드 자체가 없다. (야당도) 정말 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다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것 같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형준_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나왔는데, 대통령 리더십 특징을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이다. 모든 것을 대통령이 쥐고 흔들려고 하면 총리도 장관도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 때 굉장히 강했고, 윤석열 정부도 강한 것 같다. 둘째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책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도 즉각 사과했으면 해결됐을 문제다. 먼저 분명하게 사과부터 하고 ‘몰래카메라 함정은 안 된다’고 얘기했어야 했는데 질질 끌다 여기까지 왔다. 세 번째는 과이불개(過而不改)다. 과오가 드러났을 때 바로 고쳐야 한다. 그런데 잘못이 드러나도 고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국민은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정치지도자나 정당을 선택할 때 성과도 중요하게 보지만 태도를 먼저 본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만기친람하고 만시지탄하고 과이불개하는 리더십으로는 백약이 무효하다.
진중권_ 상황이 안 좋으면 보통 사람은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하는데 그분(윤 대통령)은 그냥 가는 스타일이다. 대통령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부분 김건희 여사 문제다. 거기서 대부분 막혀 있다. 윤-한 갈등이라고 하는데, 나는 김(건희)-한(동훈) 갈등이라고 본다. (도이치모터스) 김건희 특검? 받으면 된다. 1심에서 무죄 나왔고 2심에서도 공범인데, 공범도 방조다. 관여 정도가 훨씬 적다. 그러니 기소하기도 힘들고 법정에 간들 유죄 나오기 힘들고 설사 유죄를 받는다 해도 집행유예 이상 나오기 어렵다. 그걸(특검을) 받으면 되는데 질질 끌어 지금까지 특검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검찰이) 불기소처분하면 당연히 특검 하자고 나올 거다. 5년 끌게 만들고 있다. 명품 백도 처음 나왔을 때 ‘잘못했다’고 했으면 3일 만에 끝났을 문제다.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거짓 해명하다 들통나서 여기까지 온 거다.
내가 (김건희 여사와) 통화했을 때 자기는 사과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만류해서 (사과) 못했다고 하더라. 그 말이 맞을 거다. 문제는 본인도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주변 사람 핑계를 댄 거다. 나 같은 사람은 ‘당장 사과하라’고 얘기했는데…. 김대남이나 명태균 같은 그런유 인간들로 둘러싸여 있는 거다. 바깥에 있는 의원들은 (여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냐며 눈치만 보고 있다. 한동훈이 나섰지만 나머지는 뒷짐 지고 있다. 중진들은 유력한 경쟁자인 한동훈을 미리 제거하는 게 낫다고 보고 (한동훈 대표를) 안 도와주는 거다. 결국 한동훈이 (자기) 힘으로 돌파해 내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자연 관심은 ‘포스트 윤석열’이 누가 될 거냐에 모인다.
김형준_ 보수세력 집권 이후 이명박-박근혜로 정권을 재창출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김영삼-이회창처럼 실패한 케이스도 있다. 이재명 대표가 제2의 이회창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내년 9월(국민의힘은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6개월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에 한동훈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 그 이후 상황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재명 1극 체제가 지속돼 여당이 굉장히 불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다극 체제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10월은 김건희 국감, 11월은 이재명의 시간
진중권_ 현재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제로다. 구도와 지형 자체가 (여당에) 불리하다. 그때쯤(2027년)이면 70대 이상 유권자 상당수가 안 계실 것이다. 2030까지 등 돌린 상황에서 어디에서 (표를) 구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차기 주자로서) 한동훈은 너무 일찍 등판했다. 처음에 반짝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선한 이미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는 넘버2다. (넘버1인) 대통령과 틀어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차별화를 하면 이준석처럼 왕따 되기 쉽고, 대통령과 일체가 되면 함께 몰락하기 쉽다. 10월은 김건희 국감, 11월은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 판결이 예고된) 이재명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잡아 대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 김(건희)-한(동훈) 갈등이 정리되고, 11월에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설 수 없는 형량이 나온다면 민주당도 흔들릴 것이다. 한동훈의 자산은 당원 3분의 2가 지지해 줬다는 점이다. 당에 얼마나 자기 색깔을 입히느냐에 따라 차기 주자로서 성적표가 매겨질 거다.
김형준_ 한동훈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대통령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당 지지율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채 해병 제3자 추천 특검, 의대 정원 유예,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대안이다. 문제는 리더는 대안 제시만으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동훈 신드롬도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진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표직을 걸고라도 결단해야 할 순간이 올 거다.
김 교수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정계가 ‘내각제 각서’를 공개하며 YS를 코너로 몰자, YS가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 같으면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DJ를 밀겠다”며 마산 파동을 일으켰던 일화를 소개했다.
“YS가 마산 파동을 일으키자 민정계는 DJ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노태우 대통령과 YS의 주례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지금 대통령과 여권이 처한 상황, 그리고 국정 운영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주례 회동을 못 할 이유가 없다. 그게 바로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독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회동을 제도화하면 어떻게 되겠나. 감정적 연대도 생기고 정보 교환도 원활해져 윈윈할 수 있다. 대통령이 변했다는 얘기도 듣고, 집권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치킨게임처럼 힘겨루기만 할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할 때다.”
진중권_ 독대도 잘 안 되는데 주례 회동이 될까.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합리적이라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합리적이지가 않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김태우를 공천한 것도 그렇고,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 당시 가망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될 것처럼 얘기했다. 인식 자체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거다. 의정 갈등도 주위에서는 지금도 돌파해 낼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을 거다. 대통령이 현재가 아닌 역사와 대화하기 시작하면 진짜 대책이 없다. ‘당장은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잘 마무리하면 인정받을 거다’ 하는 식이다. 의정 갈등도 그런 인식 속에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이성적 판단을 지나 감정적 비호감 문제가 됐다. (의료)개혁이 성공할 것 같지도 않지만 설사 성공한다 해도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디폴트값 DNA처럼 비호감으로 찍혀 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처럼 (현 정권이) ‘돈키호테이즘’에 빠져 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량 필요
김형준_ 진 교수님은 절망적으로 말씀하셨지만, 승부사 기질이 강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승부를 걸 때가 올 것이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주례 회동을 하고,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안철수 의원과 독대를 하면 어떻게 될까. 11월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는 거다. 이 3가지가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택도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하겠지만 정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량이 필요한 분야다. 반전을 꾀하려면 자기 지지층에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정권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진중권_ 당대표도 안 만나는데, 이재명 대표를 만나겠나. 그분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2년 반 동안 지켜보지 않았나. 여사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스스로 바뀔 사람이 아니기에 결국 여론을 등에 업고 변하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당원 3분의 2 지지를 받은 한 대표가 먼저 당을 장악한 후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 해소냐, 현실화냐 기로에 서 있다.
김형준_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2년형을 구형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위증교사 1심 판결이 더 심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때 유창훈 판사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부분에 대해서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언급하지 않았나. 위증교사는 통상 벌금형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온다. 위증교사 1심 판결이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2심에서 바뀔 가능성도 거의 없다. 선거법은 증인이 50명 가까이 채택됐지만 위증교사 관련해서는 증인도 많지 않다. 1심 이후, 2심, 3심까지 1년이면 다 끝나지 않을까. 재판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에서 후폭풍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플랜B를 준비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1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바뀌는 것이 민주당에 꼭 나쁜 것일까. 이재명이 대선에 나오면 100% 국민의힘이 이기고, 이재명이 안 나오면 100% 민주당이 이긴다는 일간지 칼럼도 있지 않았나.
진중권_ 기억이라는 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기억나느냐 안 나느냐는 선거법 재판은 따져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100만 원 이상 선고가 되면 민주당이 대선 비용으로 보전받은 430억여 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판사가 정치적 압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객관적 증거가 있는 위증교사 재판은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김형준_ 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위증교사다. 미국에서는 사법 방해로 엄격하게 다스린다. 위증교사로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얻은 것 아닌가. 판사들이 그 부분도 생각할 것이기에 가중될 사안이 많다.
진중권_ 위증죄 중에서도 위증교사가 더 세다.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대표는) 옛날에 검사 사칭하고, 무고죄를 범한 동종의 전과가 있기 때문에 가중 사유가 된다. 무조건 실형이 나올 거다. 벌금형은 아니다.
김형준 교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을 여권 차기 주자 ‘빅3’로 꼽았다. [뉴스1, 뉴시스]
김형준_ 한동훈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 세 명이 빅 3라고 본다. 원희룡도 있고, 유승민도 있고,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이 다시 국민의힘과 새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누가 될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최고의 대선 전략이다. 3A 전략이라고 얘기하는데, 먼저 주목을 끌고(Attention), 매력이 있고(Attraction), 경쟁이 치열해 호감이 높아야(Affection)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재명처럼 대선후보가 다 된 것 같으면 누가 관심을 갖겠나. 3A가 작동하면 그때부터 지지가 일어난다. 그때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보이지 않을 거다. 우리 국민은 선거를 복잡하게 생각지 않는다. 가장 싫은 사람을 제거하는 쪽으로 간다. 이재명 1극 체제가 대선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불확실성 높을수록 선거의 질은 좋아진다
진중권_ 이재명이 아웃되고 저쪽(야당)에 플랜B가 세워진다면 막강해진다. 아직 이쪽(여당)에 기회가 있는 건 그래도 이번에 한 대표를 뽑은 거다. 대통령실이 개입했음에도 지지자들이 한 대표를 선택했다는 것은 지지층 사이에 변화에 대한 욕망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쪽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김재섭도 있고, 김용태도 있고. 그전에 이준석도 있었고. 이들이 좀 더 역할을 하면 좋을 텐데, 한 대표가 당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본다.
김형준_ 한 대표가 여러 장점이 있지만 아킬레스건은 ‘또 검사’라는 프레임이다.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여당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절망적이지 않다고 보는 이유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분들이 제기하는 어젠다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의 대표적 어젠다는 ‘격차 해소’다.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고 있다. 굉장히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수 밖으로 외연을 확장해 제3의 길을 갈 수 있는 역량 있는 후보들이 있다. 거기에 세대교체 바람까지 불면 역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은 어떤가.
김형준_ 신 3김 시대가 올 수 있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아웃되면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신 3김 시대를 열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컬러가 다르다. 김부겸 전 총리는 통합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김동연 지사는 안정감이 있고, 김경수 전 지사는 노무현과 문재인 전 대통령 적자라는 장점이 있다. 결국 호남이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가 큰 힘이 될 텐데, 민주당에서도 굉장한 역동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명제는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선거의 질은 좋아진다’는 점이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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