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특검 ‘이탈표’ 연결되면 물리적 분당 가능성

[추적 | ‘기술자’인가 ‘협잡꾼’인가…명태균·김대남의 입] 김대남이 쏘아 올린 ‘김건희 리스크’

  • 김성곤 이데일리 기자 skzero@edaily.co.kr

    입력2024-10-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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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남·명태균 입 열자 정권 위기 봉착

    • ‘김건희 리스크’로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尹·韓

    • YS·DJ도 아들 사법 처리 감수했지만…

    • 보스 기질 강한 尹, 친화력 부족한 韓의 대결

    • 新김옥균 프로젝트 vs ‘조선제일검’의 승부수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만찬간담회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DB]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만찬간담회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DB]

    모든 갈등의 출발점은 김건희 여사다. 다만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대 갈등 요인은 김 여사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주자라는 끈끈한 관계는 사라졌다. 거대 야권이 ‘대통령 탄핵·김건희 특검’이라는 무기로 맹공에 나섰지만 두 사람은 적전 분열 양상이다. 특히 독대(獨對) 논란 및 ‘패싱 만찬’이라는 유치한 감정싸움에 이어 ‘김대남 녹취록’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까지 터졌다. 두 사람 모두 헤어질 결심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고집불통’ 이미지가 씌워졌다. 한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에 시달린다. 현재·미래 권력의 정면충돌에 여권은 공멸 우려에 처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레임덕 초입이다. 한 대표 또한 끝없는 견제에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정치는 생물’인 만큼 극적 타협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일까. ‘김건희 리스크’에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두 사람의 관계를 조명했다.

    ‘김대남 녹취록’ 파문 일파만파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다.”(유튜브 매체 서울의 소리 9월 30일 방송)
    9월 하순 여야 정치권을 강타한 충격 폭로가 터졌다.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였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전당대회 당시 현 정부와 적대적인 유튜브 매체 기자에게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한 내용은 대외비였지만 서울의 소리는 ‘한동훈 당비 횡령 유용 의혹 제기’라는 단독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모든 건 의문투성이다. 첫째, 대통령실 관계자가 왜 현 정부와 적대적 유튜브 매체와 접촉했느냐다. 특히 폭로의 주인공인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는 ‘김건희 여사 7시간 녹취록’ 보도 및 ‘명품 백 수수 논란’ 보도 당사자다. 둘째, 폭로 내용도 충격적이다. 사실이라면 용산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전대에 개입한 모양새가 된다. 셋째, 김대남 전 행정관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로 간 것은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보은 성격이 짙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녹취록 파문 이후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있는 건물 외관. [동아DB]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있는 건물 외관. [동아DB]

    ‌이뿐만이 아니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의 무차별 언론 인터뷰도 부담이다. 폭로성 언론 접촉에 나선 명 씨는 ‘대통령 하야·탄핵’ 협박이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벼랑끝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김대남 전 행정관 역시 ‘김 여사가 용산 십상시를 관리한다’는 취지의 추가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권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김대남 녹취록’ 파문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서 김건희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제거하려 했다니 이렇게 막장 정권은 없다”며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침묵하면 최고 윗선이 대통령 부부라는 의심에 확증을 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10월 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대남 페이스북]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10월 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대남 페이스북]

    ‌‘윤·한 갈등’은 또다시 폭발했다. 한 대표와 용산 대통령실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한 대표는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좌파 유튜브에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면서 당 차원의 진상 조사와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를 시사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사실상 용산 배후설까지 의심했다. 해당 의혹을 부인한 대통령실은 개인의 일탈을 확대 해석했다며 불편한 기류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에서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 친분이 전혀 없다”며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대남 녹취록’과 관련,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에 오를 수 없도록 용산 대통령실이 정치적 제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면서 “윤·한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두 사람의 파워 게임이다. 서로 절충해야 하는데 전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윤·한 관계는 이미 파국이다. 만일 더 나빠진다면 국민의힘 분당”이라면서 “한 대표가 최근 현역의원 20여 명과 회동을 가진 것은 교섭단체 기준 의석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지를 보여주면서 당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고비 때마다 ‘김건희 리스크’ 결정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스타 검사 출신 정치인이다. 현역 시절 윤 대통령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으로 유명했다. 한 대표도 ‘조선제일검’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6년 국정농단·탄핵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팀에서 적폐청산 수사로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좋았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였다. 한 대표도 민주당과 혈투를 이어가며 대통령을 수호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전멸’ 위기론 속에서는 손을 맞잡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응원 속에 총선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까지가 두 사람의 화양연화였다. 이후 상황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관계는 수시로 삐걱댔다. 그때마다 언론은 ‘윤·한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양측 갈등 상황을 생중계했다.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김건희 리스크’였다. 김진욱 평론가는 “역대 정부에서도 영부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현 정부처럼 모든 문제가 ‘기승전 김건희’의 프레임으로 흘러온 적은 없다”며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결론은 김건희 여사였다. 대통령실이 시중 여론에 너무 둔감하다”고 꼬집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영부인 문제로 얼굴을 붉힌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라면서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문제에 사법 처리를 감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2대 총선 국면에서 이례적 갈등상이 연출됐다.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한 대표의 반발 속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갈등의 본질은 ‘김건희 리스크’였다. 총선 악재였던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을 강조했던 한 대표와 달리 대통령실의 인식은 ‘함정 몰카 공작’의 희생자라는 것이었다.

    총선 참패 이후 윤·한 갈등은 심화됐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내홍 여파가 일었지만,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선거운동 초입만 해도 원내 1당 싸움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결과를 두고 대통령과 한 대표의 책임론이 거칠게 대립했다. 친윤계는 셀카 대권놀이에 치중했다며 한 대표를 맹비난했다. 친한계는 거대한 정권 심판 기조 속에서 108석을 얻은 것도 선전이라고 반박했다.

    7·23 전당대회는 윤·한 갈등의 결정판이었다. 총선 참패 반성과 혁신이 사라진 진흙탕 싸움이었다. 최대 쟁점은 명품 백 수수와 관련한 김 여사의 ‘문자 사과’ 및 한 대표의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는다는 속어)’ 논란이었다. 사실상 친윤·친한의 내전이었다. 치열했던 전대와 달리 결과는 싱거웠다. 한 대표가 60%대 중반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당심과 민심은 모두 한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패배와 다를 바 없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틀어진 관계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했다.



    공멸 막기 위한 극적 봉합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순망치한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반대로 한 대표가 돌아선다면 윤 대통령도 남은 임기를 장담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 지속되면 여권은 공멸이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야권의 무차별적 탄핵·특검 공세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은 김 여사를 겨냥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설특검’ 카드까지 추진할 기세다.

    비상등이 깜빡이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껄끄럽다. 윤 대통령은 완강하다. 한 대표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면 권력의 균형추는 미래 권력으로 넘어간다. 윤 대통령은 곧 레임덕이다. MB정부 말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것과 유사하다. 11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치욕이다. 상황은 한 대표도 마찬가지다. 칼도 뽑지 못하고 투항하면 정치적 미래가 사라진다. 차기 주자는 물론 당대표 지위도 위태롭다.

    더 큰 문제는 두 사람의 갈등이 보수진영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2016년 국정농단·탄핵 사태의 ‘시즌2’다. 보수 진영은 그야말로 기나긴 어둠 속으로 빨려든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파국을 막기 위한 비공개 극적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 감정은 격앙된 상태지만 현 상황은 너무나 급박하다.

    윤 대통령은 다급하다. 야권의 총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 대표와도 갈라선다면 정치적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 한 대표 역시 야권의 탄핵 공세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지나친 차별화는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배신자’라는 주홍글씨 탓에 정치적 재기에 실패한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최진 원장은 “보수의 공멸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이 손을 잡아야 하지만 갈수록 전망은 회의적”이라면서 “스타일의 문제다. 보스 기질이 강한 윤 대통령은 옛 부하의 도전을 참지 못한다. 한 대표도 때로는 고개를 숙이는 정치적 친화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미래 권력의 관계는 교과서적 정답이 있다. 역대 정부 사례를 살펴보면 정면충돌은 공멸이었고, 대타협은 정권 재창출이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대선후보는 막가파식 충돌 속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갈등은 분당과 대선 참패로 이어졌다. 극적 타협은 기적의 정권 재창출이었다. MB정부 말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의 레임덕 여파로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만 대선 경선에서 최악의 네거티브를 주고받았던 두 사람의 대타협은 박 전 대통령의 1987년 이후 대선 첫 과반 승리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최악이다.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 대표는 정치적 결별 수순에 있다. 여의도 호사가들은 지난 9월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빈손 만찬회동’은 앞으로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날 일이 없다는 의미에서 ‘최후의 만찬’이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차기 주자는 물론 당대표도 안 된다’는 이른바 ‘한동훈 불가론’의 실현을 위해 고심 중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를 감지한 한 대표 또한 최근 세 과시에 나서면서 “물러나지 않고 앞장서겠다” “때가 되면 행동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넜나

    해법 없는 갈등 탓에 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에 “친윤·친한의 갈등 구도에도 국민의힘 현역의원 대다수는 사실상 관망파”라면서 “상황 진전에 따라 누구 한쪽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분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수의 최대 가치는 정권 재창출인데 국민의힘을 제외하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 본질적으로 ‘김건희 리스크’ 해소 없이 양측의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 친한계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공개 사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추가 악재 발생 가능성이다. 야권은 말 그대로 총공세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 막판에는 김 여사와 관련한 추가 폭로가 터질 것이라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의 부당한 공세라는 시각이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와 여론을 강조한다. 한 대표는 당 일각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추가 악재가 발생하기 전에 김 여사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야당이 또 발의할 김 여사 특검법을 방어할 명분과 논리가 생겨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며 선제적 조치를 촉구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역시 “때늦은 감이 없지는 사과는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며 “최소한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근신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 부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10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 부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최대 분수령은 김건희 특검법의 운명이다. 10월 4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다만 재적의원 300명이 모두 참여한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가 각각 나왔다. 반대 당론이었던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이라는 점에서 4표 정도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할 경우 국민의힘의 추가 이탈표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 주도의 ‘특검법 강행 통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본회의 재의결→ 재적 3분의 2 미달로 부결’이라는 시나리오가 깨지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의석 구조(여 108석·야 192석)를 감안할 때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로 뭉치면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추가 이탈표가 발생한다면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그야말로 선상 반란이다. 국민의힘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빠져든다. 대통령 탈당 및 대표직 사퇴 요구가 엇갈리면서 최악의 경우 물리적 분당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양측 갈등도 최고조의 위험수위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유일한 역린은 김 여사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둘 다 사는 길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면서도 “친윤계 주도로 한동훈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신(新)김옥균 프로젝트’가 또 가동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옥균 프로젝트’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조선 후기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천하로 끝난 김옥균처럼 그를 끌어내린다는 의미다.

    차재원 교수는 “한동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이다. 정면 돌파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며 “친한계 의원 20여 명과 만찬 회동을 한 것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민심을 앞세우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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