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이달의 추천도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 外

  • 송홍근 기자, 송으뜸 |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과장,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이수태 | 저술가

    입력2016-03-08 13: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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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궁핍한 시대의 시인 - 김우창 전집Ⅰ
    김우창 지음, 민음사, 563쪽, 3만5000원



    김우창(79·고려대 명예교수)은 “빛나는 정신”(시인 나희덕)이다. 그의 글은 문학과 사회를 아우른 지식의 결정체다. 사회학자 김호기(연세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사상가의 독자는 대중과 지식인 둘로 나뉜다. ‘지식인들의 사상가’를 한 사람 꼽으라면 그는 김우창이다. 그의 문학평론은 민중문학론과 자유주의문학론의 이분법을 거부했고, 사회비평은 보수와 진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민족주의와 세계주의의 이분법을 넘어섰다.”
    후학들은 김·우·창이라는 이름 석 자에 ‘사유하는 지식인’ ‘진정한 정신주의자’ ‘고독한 이성주의자’라는 수사를 붙인다. 김우창의 인문주의는 사람이 사는 땅과 하늘, 고향의 세계에 버티고 서 있다.
    ‘우리의 모든 지적 활동의 밑에 어려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있던 꽃과 나무와 산의 그림자이다. 맨 처음의 감각적인 ‘더불어 있음’에 섞인 이러한 것들은 가장 근원적인 교사로서 우리의 생각과 삶을 지배한다. 또 이 교사들이 가르쳐준 것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꿈이 아니라 세계와 삶에 대한 변함없는 진실이다.’(꽃과 고향의 땅, 1977)
    그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마음의 실체는 고요함”이라고 했다.
    “생각하면서 살고, 살면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려면 일어나는 일에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리를 유지하면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고요함의 순간, 외부의 자극에 흔들렸던 욕망이 의미 없음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좇는 것은 사회가 시키는 것이지 자기 마음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참으로 알려면 생각해야 한다. 그 순간이, 고요해지는 순간이다. 사유는 혼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과 생각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이 사유다."
    김우창에 따르면 이성은 현실에서 나오고 이 나옴을 통해 현실에서 분리되며 또한 이성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다시 현실로 들어간다. 구체적 현실 속에서 보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이성은 끊임없이 교환된다. 다시 말해 사유는 객관을 통해 보편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김우창이 50년간 쓴 글을 묶은 전집 총 19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된다. 200자 원고지 5만5000장에 달하는 거질(巨帙). 올해 1월, 1차로 7권이 출간됐다. ‘궁핍한 시대의 시인’ ‘지상의 척도’ ‘시인의 보석’ ‘법 없는 길’ ‘이성적 사회를 향하여’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문학과 그 너머’가 1차분이다. 김우창은 1권 ‘궁핍한 시대의 시인’에 실린 전집의 서문 ‘전집 출간에 즈음하여 : 나의 글쓰기를 위한 변호’에서 이렇게 썼다.
    “전집의 출간은, 어떤 사정으로 시작되었든지 간에, 나의 글쓰기의 삶이 일단 마감에 이르고 정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나의 삶이 마감된다는 것을 말한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통제 불능 _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과학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의 수석 편집장인 케빈 켈리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회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글을 쓰며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통제 불능은 기계의 생물학화에 대한 거대한 탐험이다. ‘통제 불능’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메트릭스’에 영감을 준 책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 생활을 추진하는 기계와 시스템이 너무나 복잡해지고 자율적으로 작동하게 됨으로써 살아 있는 생물과 더는 구분할 수 없게 된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기록한다. 켈리는 이 책이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가 이 책에서 탐구한 개념은 생태계를 모방한 컴퓨터 모델, 벌이나 개미 군락의 ‘집단 마음’, 가상현실, 자기 제어 로봇, 나노 기술 등이다. 김영사, 931쪽, 2만5000원

    진보 열전 _ 남재희 지음




    이 땅의 진보, 그들은 어떻게 살았고 그 시대는 어떤 시대였나.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남재희는 1950~90년대에 언론계와 정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이다. ‘진보 열전’은 그가 1950년대부터 교유한 이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 기록이다. 남재희는 보수 여당 소속으로 정계에서 활동했으며 진보 진영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남이 듣기에 이상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고백한다. 시인 고은이 저자를 두고 “꿈은 진보에 있으나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고 한 말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저자는 애정을 바탕으로 진보 인사들을 회고하면서 당시 상황과 시대를 주관으로 판단해 인물평과 의견을 피력한다. 메디치, 311쪽, 1만6000원

    진시황 _ 뤼스하오 지음, 이지은 옮김


    열세 살 어린 나이에 보좌에 올라 스물두 살에 권신과 외척을 물리치고 ‘통일 중국’ 최초의 황제에 오른 진시황. 그는 1000년 넘게 이어진 구시대를 끝장내고 새 시대를 열었다. 성공하기 위해 감정을 다스렸으며, 천하를 통일하고자 온갖 수모를 견뎠다. 도움이 될 만한 인재를 얻는 일이라면 출신과 지위를 가리지 않았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해 중국을 통일했으나 그가 이룩한 나라 ‘진’은 3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무너져내렸다. 저자 뤼스하오는 타이완과 대륙에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완대 사학 박사, 베이징대 고고학·박물관학 박사다. 저자의 진시황 수업은 타이완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듣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강의”라는 평가를 듣는다. 진시황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덤이다. 지식갤러리, 283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2016 대한민국 트렌드
    최인수·윤덕환·채선애·송으뜸 지음, 한국경제신문, 387쪽, 1만6000원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피부에 직접 와 닿을 만큼 현대사회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연일 뉴스를 도배하며, 콘텐츠와 상품이 대중으로부터 받는 관심과 인기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사람들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인식,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의 이렇듯 빠른 변화는 개인에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만 같은 역동적인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길게 집에 머물고 있다.
    ‘2016 대한민국 트렌드’에서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집’을 꼽은 이유다. 국내 최대 온라인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trendmonitor.co.kr)의 조사 노하우와 자체 보유한 110만 명의 소비자 패널을 통한 과학적 조사를 활용해 총 51개의 트렌드를 분석 및 전망한 ‘2016 대한민국 트렌드’는 ‘집’ ‘시간’ ‘콘텐츠’ ‘정서적 허기’ ‘사회적 욕구’ ‘불안’ ‘불신’ 등 7가지 키워드를 2016년의 핵심 트렌드로 바라봤다. 즉, 현재의 한국 사회는 불신과 불안으로 가득하며,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시간의 부족과 정서적 허기, 사회적 욕구의 결핍을 느끼고 있다고 요약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결코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 없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단을 ‘집’에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집은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이자, 익숙한 삶의 터전이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집밥'을 찾고, ‘집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조사 결과들은 집과 관련한 사안에서 한국 사회가 심각한 결핍 상태에 처해 있다는 걸 방증한다.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안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또한 집을 상시적으로 그리워해야 할 만큼 사회적인 불안감이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삶이 불안하고, 위태롭다고 느낄수록 집에 머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마련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2016 대한민국 트렌드’는 결핍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집의 사용가치'에 가장 주목했다.
    새해를 맞아 트렌드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름도, 내용도 비슷한 트렌드 서적 사이에서 ‘2016 대한민국 트렌드’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충실한 통계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있다. 다른 트렌드 서적들이 과감한 예측과 전망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6 대한민국 트렌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기록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미래에 대해 확실하게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표정이 담겼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과거의 반영이며, 동시에 미래를 비춘다는 점에서 현재 소비자의 삶의 모습과 인식이 담긴 ‘2016 대한민국 트렌드’는 미래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으뜸 |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과장 |

    조용한 리더 _ 조지프 L. 바다라코 지음, 고희정 옮김


    조직의 중간 관리자를 위한 실용 지침서다. 중간 관리자에게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고 문제를 일거에 돌파해 직장에서 혁명을 일으키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거창하거나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구성원 간 이해관계, 책임 소재, 시스템 간 충돌 등 자잘하면서도 복잡하게 벌어지는 문제를 딛고서 매일매일 내려야 하는 작지만 중요한 결정들이다. 변화가 빠르고 복잡한 현대의 조직은 오히려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영웅보다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겸허한 리더들을 더욱 필요로 한다. 바로 이들이 조직을 움직이는 영웅, 즉 조용한 리더들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교수인 저자는 조용한 리더가 되기 위한 8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세종서적, 280쪽, 1만3000원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_ 강명관 지음


    조선은 서양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였을까.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은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 등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이 어떻게 조선에 전해졌고, 조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를 탐구한다. 이 책이 다룬 다섯 가지 물건은 서양의 근대를 상징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서양의 사상과 문화가 물건 속에 함축돼 조선으로 전해진 것이다. 각 물건에 대한 수용 형태는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원리에 대한 조선의 무관심’이다. 부산대 교수인 저자는 엄밀한 텍스트 분석과 날카로운 해석으로 고전과 역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 능한 한문학자다. 저서로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후기 여항문학 연구’ ‘열녀의 탄생’ 등이 있다. 휴머니스트, 346쪽, 1만8000원

    장자 _ 장자 지음, 조현숙 옮김


    “만나면 헤어지고, 성공하면 망하고, 청렴하면 꺾이고, 출세하면 망가지고, 뭔가 좀 하면 해를 입고, 훌륭하면 모함을 받고, 못나면 사기를 당하는 세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냐? 슬프구나. 너희들은 마음에 새겨두거라. 오직 본래의 모습으로 길을 가는 ‘도덕의 마을’만이 있을 뿐이다”(조현숙 역 ‘장자’, 422쪽, ‘산목’에서). 7만자에 달하는 ‘장자’ 전편에는 본래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천진한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모두들 힘없고 평범하지만 불가항력의 재난이나 참혹한 비극 앞에서도 절망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나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장자 특유의 문학성을 살리고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살리고자 모든 문장을 존대체로 옮겼다. 책세상, 816쪽, 3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맹성렬 지음, 김영사, 311쪽, 1만3000원



    세계 최대 미스터리 유적으로 안데스 산지 해발 3000m 고지대에 산재한 거석 축조물들을 꼽을 수 있다.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 험지로 어떻게 수십t이 넘는 암석을 운반했을까.  다이아몬드가 끝에 박힌 드릴로도 가공이 쉽지 않은 고경도 암석인 안산암을 어떻게 초정밀 가공했으며, 면도날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짜 맞췄을까.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들은 이런 거석 유적이 지금으로부터 1000~3000년 전 축조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 능력을 갖춘 종족이 거기에 있었다면 동시대의 주변 종족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쳐서 많은 흔적과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이런 유적은 인류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과거 어느 때에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봄 직하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로서의 인류 발전 단계를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의 인지혁명, 1만2000년 전의 농업혁명, 그리고 500년 전의 과학혁명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에 의하면 4만5000년 전 순다랜드(해빙기 이전 존재한 아대륙)에 살던 동남아시아인들은 배를 만들어 대양 항해를 했단다. 최근의 연구 결과 2만 년 전쯤 순다랜드인들이 대항해를 통해 대척 지점인 남미 안데스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그들이 미개인이 아니라 별자리 및 지구의 둥근 모양과 크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지리적 정보까지 축적한 문명인들이었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2만 년 전에 동남아시아인들에게 일종의 과학혁명이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비로소 안데스에 구축된 거석 문명의 미스터리가 풀린다.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는 이런 나의 견해를 고대 근동지역 신화 해석을 바탕으로 확인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신화에 공통적으로 오시리스(아사리)라는 신이 존재한다. 이 신은 인류에게 농사짓는 법을 전파했는데 오안네스(우안나), 아담(아다파)이라고도 불렸다. 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신화적 존재의 실제 모델은 기원전 1만5000년경 순다랜드에 있었으며 그들은 안데스까지 진출했다. 따라서 진정한 농업혁명은 하라리가 지적하는 시기보다 5000년 전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때 구대륙의 피라미드 문명이 신대륙으로 전파됐다는 문명 전파이론이 제기됐다. 그랬다면 구대륙과 신대륙 간의 작물이 뒤섞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이 이론은 얼마 못 가 폐기됐다. 하지만 2만 년 전에 양 대륙 간에 교류가 있었으며, 그 결과 공통적인 피라미드 건축이 등장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시 사람들은 주로 수렵 채취로 먹을거리를 해결했기에 작물이 뒤섞일 일이 거의 없었다. 피라미드 문명이 무려 2만 년 전에 존재했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제기될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2만 년 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초거대 계단 피라미드가 발견됐다.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_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인 지금, 물리학은 혁명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10의 마이너스 수십 제곱미터의 극미소 물체를 다루는 입자물리학과 은하 같은 수백 광년 떨어진 곳의 초거대 천체들을 다루는 우주론이라는, 스케일이 극단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통해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이 중첩되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물리학자들이 꿈꾸는 미래의 물리학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최근 발전 경과를 문화적 이슈와 공공 정책적 이슈와 엮어 설명한다”는 내용이 담긴 추천사를 썼다. 사이언스북스, 608쪽, 3만3000원.

    칼날 위의 역사 _ 이덕일 지음


    역사는 데자뷔다. 구한말과 21세기의 한국은 어떻게 다른가. 정치 외교 안보 등 분야 별로 방향성과 주체가 다를 뿐 당시의 복사판이거나 축소판이다. ‘칼날 위의 역사’는 역사학자인 저자가 21세기 한국의 각 분야 사안을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사례와 오버랩시키며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노비와 비정규직, 광해군과 불통, 왕의 시간과 대통령의 시간, 군적수포제와 담뱃값 인상, 류성룡과 총리 잔혹사 등 조선과 대한민국을 넘나들며 독자에게 역사의 데자뷔를 체험케 함으로써 역사가 ‘살아 있는 오늘의 반영’임을 알려준다. ‘칼날 위의 역사’가 들려주는 42개의 이야기 중 첫머리를 장식한 인물은 실질적으로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이다. 역사에 남은 고종의 성취는 ‘망국의 전당’에 등극한 것이다. 고종의 유산은 오늘까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문서원, 328쪽, 1만7000원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_ 크리스 갈아보 지음, 강혜구·김희정 옮김


    저자는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100달러도 안 되는 돈을 갖고 독립해 성공했는데, 이와 같은 사례가 전 세계에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175개국을 돌면서 ‘100달러 이하의 소자본으로 창업해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내는 개인사업자’를 찾아내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50개 사례를 책으로 엮었다. 그는 ‘스스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과 접목하고, 그 대가로 합당한 금액을 받아내면 된다는 것이다. 가진 게 없어서 시작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누구나 상상한다. ‘남의 밑에서 더는 머슴처럼 일하지 않겠다’고.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려면 ‘사고’부터 전환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더 퀘스트, 408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공자의 발견-탈주자 논어학
    이수태 지음, 바오출판사, 456쪽, 2만원



    이번에 출간한 나의 책 ‘공자의 발견’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나는 16년 전인 1999년 ‘새번역 논어’와 ‘논어의 발견’이라는 두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두 책에서 나는 논어 521개 단편 중 75개 단편의 해석을 주자와 크게 달리했다. 그것도 사소한 자구에 대해서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부분에 걸쳐서 그랬다.
    논어는 재야 연구가들이 서투른 지식으로 번역에 의욕을 내기 쉬운 대표적 분야인데, 출간 직후 다수의 신문이 내 책에 주목하고 매우 호의적인 서평을 실어줬다. 특히 ‘한겨레’는 서평란의 거의 전면을 할애해 두 책을 상세히 소개했다. 어느 신문도 재야 학자의 위험한 시도로 보지 않은 것이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공식 학계는 침묵했다. 몇몇 학술지에 실린 약간의 언급은 서평이라기보다는 당혹감의 발호처럼 보였다. 그렇게 16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의 책은 조용히 잊혀갔다. 내가 공직자로서 일하면서 논어 관련 저술 활동을 일절 자제한 것도 그런 망각에 일조했을 것이다.
    2012년 공직을 마치자마자 나는 서둘러 절판된 두 책의 개정판(2014)을 냈다. 또한 새 책을 쓰기 시작했으니 바로 이번 책, ‘공자의 발견’이다. 새 책에서 다시 다룬 논어 오독(誤讀) 문제는 ‘논어의 무덤 ? 논어집주’로 구체화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가지 선언을 추가했다. "이제 800년 주자집주의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단호한 것이었다. 그 선언은 이 책의 부제(탈주자 논어학)에 반영돼 있다.
    또 한 가지, 이번 책에서 나는 공자의 세 가지 관점(viewpoint)인 수기(修己), 불이과(不貳過), 중용(中庸)을 발견해 소개했다. 외람된 얘기지만 이 역시 2500년 만의 발견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관점을 담은 단편 대부분이 모두 오독에 가려져왔기 때문이다. 오독의 이끼를 걷어내니 그 속에서 찬란한 공자의 관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확실히 논어라는 ‘텍스트’를 넘어 공자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텍스트를 경유했으면서도 논어 단편이 지닌 다양한 메시지의 내적 연관과 교호를 통해 공자라는 ‘컨텍스트’를 엮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본다.
    공자의 진의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저술의 일관된 목적이다. 주자의 턱없는 해석은 이제 수사학(洙泗學)의 영역에서 확실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나는 우리 경학계가 이번 나의 주장에 대해 과거처럼 외면하지 말고 동의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동의는 단지 동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스스로 몸담아온 경학의 온상을 걷어 내치는 자기부정을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을 우리 경학계가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이수태 | 저술가 |

    신경 쓰지 않는 연습 _ 나토리 호겐 지금, 이정환 옮김


    “비교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애쓰지 마라” “행복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많은 이유로 괴롭다.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의 작가이자 행동하는 승려로 이름난 나토리 호겐의 신간이다. 저자가 “부정적인 생각은 내버려두라”고  말한 대목을 소개한다. “문제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상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 상태가 사흘 이상 이어진다면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지 분석해보자. 왜 내가 그렇게 반응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부족한 나 자신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의 사고방식도 이해가 된다. 결국 ‘그 사람이 그렇게 언행한 것은 당연하다’는 판단이 생기면서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세종서적, 376쪽, 1만5000원

    무엇이 의로움인가 _ 임종진 지음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의(義)를 욕망한다. 그렇다면 의로움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동양 고전과 서양 철학을 넘나들면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선비의 의리 정신이 가장 빛난 때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임진왜란 때 금산성 전투를 치르던 중봉 조헌은 “오늘은 한번 죽음이 있을 뿐이니 ‘의’ 한 글자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는 외침으로 병사들을 지휘한 후 최후를 맞았다. 유교의 사회정의는 놀랍게도 존 롤스가 주장한 정의론과 일치한다. 대동(大同)이라고 불린 이상사회는 복지사회이며, 소유의 공공성, 노동의 보편성이 이뤄진 곳이다. 유학에서는 물질적 이익 추구가 사회 구성원 사이의 조화를 깨 공평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봤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글항하리, 324쪽, 1만6000원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_ 국제미래학회 지음


    전문가 46인이 예측한 ‘2035년의 대한민국’이다. 저자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쓴 서문을 시작으로 빅 데이터 전문가인 박정은 정보화진흥원 미래전략센터장, 예방의학의 선도자 중 한 명인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유엔미래보고서의 저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융복합 예술을 탐구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의 글이 이어진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의 서평은 다음과 같다.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다. 예전에는 국가 안에 국한된 삶을 살았다면,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한 지금은 전 세계가 개인의 무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이 책은 시대를 앞서가려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교보문고, 60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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