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한 걸음, 한 걸음 70억 인류에게 희망을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 글·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사진·지호영 기자 | f3young@donga.com

    입력2016-05-18 16: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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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렌지색 행렬이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매년 개최해온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4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올해 대회(17회)에는 위러브유 회원과 주한 각국 대사 및 각계 인사 등 1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세계 각지의 기후 난민을 돕고 국내 복지 소외 가정에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게 행사의 취지. 이번 대회에선 이에 더해 에콰도르 지진 피해민을 긴급 지원하는 결의도 다졌다.
    눈부시게 청명한 봄날이었다.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비켜간 것도 모자라 전날까지 숨 막힐 듯 뿌옇던 하늘이 약속이나 한 듯 파랗게 제 모습을 드러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햇살은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나서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일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에 참여한 이들의 표정도 유난히 달뜨고 활기찼다.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와 재단법인 국제위러브유 공동 주최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7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는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경기도,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부천 세종병원 등이 후원한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매년 그래왔듯 올해도 주한 각국 대사들과 각계 인사, 위러브유 회원과 가족, 친구들이 동참해 봄 햇살을 즐기며 유쾌한 한때를 보냈다. 매년 이처럼 많은 인파가 함께하는 것은 이 행사가 단순한 걷기대회나 가족 대상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낙담 말고 힘내세요”

    “오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는 지구촌 가족들의 외로운 삶에 동행하겠다는 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진과 기후 및 재난 피해민, 복지 소외가정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동행자가 돼주셨습니다.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렵지만 지구촌 가족 여러분 용기를 가집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역경 뒤에 좋은 날이 반드시 오게 돼 있으니 낙담하지 말고 힘냅시다. 이렇게 많은 동행자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의 개회사에선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에 담긴 이웃 사랑 실천 의지가 담뿍 읽혔다. 재난과 경제난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힘을 북돋워주는 동행자가 있다면 더없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위러브유는 에콰도르 지진 피해민을 위해 5만 달러의 구호성금을 긴급 지원한 것을 비롯해 12만 달러의 성금을 바탕으로 네팔과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가봉 등 세계 곳곳에 생명의 물펌프와 생필품을 지원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복지 소외 가정 120가구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발랄한 공연으로 시작된 식전 행사는 국방부 삼군통합의장대, 전통의장대, 여군의장대 등이 펼치는 무예 시범, 군악대 퍼레이드로 이어졌다. 국가 차원의 중요한 행사, 귀빈에 대해 예우를 갖추는 의전에서나 볼 수 있는 의장대 시범에 참가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지진 피해민을 위한 피해복구 기금을 전달받은 오스카 에레라 길버트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위러브유를 통해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과 희망과 용기를 주신 데 대해 에콰도르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지진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일주일 전부터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여러분의 지원을 디딤돌 삼아 에콰도르 국민 모두 힘을 내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좋은 마음, 웃는 얼굴

    무함마드 줄피쿨 라흐만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 “지구 온난화가 방글라데시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기후 난민을 돕는 위러브유의 인도적 지원 활동이 앞으로도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전을 보내온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는 “위러브유 행사가 지닌 고귀한 가치를 지지한다”며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길 기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남 지사는 “오늘 함께 걸으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복지 소외 가정과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전 세계 기후 난민을 돕게 된다. 지구촌 곳곳에 사랑을 전하는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곤살로 오르티스 주한 스페인 대사는 “세계 각국의 외교관이 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지구촌을 돕는 일에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한다는 의미”라며 “이 행사가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따뜻한 목표가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 산책로 코스를 걷는 2부 행사에서는 코스 중간 중간에 테마 이벤트가 마련돼 즐거움을 더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좋은 마음, 웃는 얼굴, 70억 인류에게 희망을!’이라는 구호와 함께 걷기대회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다채로운 내용의 테마가 마련된 코스를 걸으며 가족, 이웃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첫 번째 테마인 ‘내 마음 우리 마음 한마음’ 코너에서는 기쁨, 소망, 웃음, 희망, 사랑 등의 단어가 적힌 하트 모양의 장식을 게시판에 붙이며 가족들에게 잘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난센스 퀴즈 맞히기가 진행된 ‘다 함께 웃어요’ 코너에서는 평소 서로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던 가족, 이웃들이 소리 내 웃으면서 유쾌한 시간을 함께했다. 이외에도 ‘박수 치며 걸어요’, ‘희망의 종을 울려요’ 등의 코너가 이어져 함께 걷는 길에 즐거움을 더했다.

    한얼광장 주변에는 기후 난민 기획 사진전, 페이스 페인팅, 가족사진 포토존 등의 부대 행사 부스가 마련돼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딸과 함께 페이스 페인팅을 받던 김인희(38) 씨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행사라는 이야기에 친정 부모님과 오빠네 식구들까지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혀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에콰도르 지진 피해 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참석한 직장인 강영덕(39) 씨는 “위러브유가 개최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보니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도 되고 참 좋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온 주부 김경란(44) 씨는 “일상이 바쁘다보니 가족과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모처럼 소풍 나와서 지구촌에 희망까지 전하니 행복하다”면서 뿌듯해했다.

    친구, 연인, 이웃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이가 많았다. 걷기대회가 끝난 후 잔디밭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김미화(60) 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함께 하던 친구들과 소풍 나온 기분으로 참석했다”면서 “행사를 통해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 어려움에 처한 세계 곳곳의 기후 난민을 돕는 일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 앞으로도 매년 행사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 조금원(21) 씨는 “선배와 함께 참여했는데 전 세계에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1만30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가 아무런 사고 없이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 데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컸다. 학교에서 환경동아리 활동을 하다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자원봉사자 모집 소식을 접하고 지원한 이상헌(21) 씨는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에 야외 활동을 해 기분이 너무 좋다. 무척 보람된 하루를 보냈다”고 즐거워했다. 친구의 권유로 자원봉사에 지원한 권소진(23) 씨는 “또래 친구들과 가족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친구들과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말했다.

    위러브유는 전쟁과 기아, 질병, 재난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의 이웃들을 위해 국가와 인종, 문화, 종교를 초월한 복지 활동을 펼쳐 주목받아왔다. 위러브유가 추구하는 나눔의 중심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다.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구촌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 위러브유의 목표이자 사명이다.

    해마다 5월을 전후해 열리는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는 연말에 진행하는 새생명 사랑 콘서트와 더불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개최하는 행사 중 규모가 큰 것으로 꼽힌다. 2002년 서울 남산에서 처음 개최된 후 17회를 맞은 지금까지 18만2000명이 참여했다. 성별과 나이,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발걸음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절망하던 이웃들의 가슴에 다시금 희망이 싹트게 했다.



    기후 난민에게 희망 전해

    위러브유는 초기에 심장병, 희귀 난치병 어린이의 수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원 대상을 소년·소녀가 가장인 가정, 극빈 가정, 외국인 재해 근로자 가정 등으로 확대했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처의 어려운 이웃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전한다.

    특히 큰 관심을 갖고 전개하는 활동은 물 부족 국가에 물펌프를 설치하는 생명의 물 보급 운동이다. 지금까지 가나, 케냐,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파키스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국에 물펌프 26대를 설치했으며, 사후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남태평양 기후 난민 국가 투발루에는 1만L 규모의 대규모 저수시설 20대를 설치해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투발루 주민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클린월드운동’을 펼쳐 환경 의식을 고취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세월호 사고 현장이나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 같은 재난 현장에 달려가 무료급식 자원봉사 등을 펼치며 갑작스러운 사고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필리핀 태풍 피해 복구 및 구호활동,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구호활동, 일본 지진 피해민 지원, 네팔 대지진 피해 구호활동 등 세계 재난구호 현장에서도 위러브유 회원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해온 협력 사업에 함께하는 것도 위러브유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2013년 알리벤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과 지구촌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은 장길자 회장은 온딤바 대통령의 요청으로 가봉 현지 대학생들에게 클린월드운동을 전수해 현지인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NC) 네팔국가위원회와 환경보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에 앞선 2011년에는 캄보디아 타케오 주 체육교육부와 다양한 복지 활동을 약속하는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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