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김정은·김무성 2金 만날 일 없다?〈朴대통령〉, 文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김종인〉

측근들이 전하는 與野 주요 인사 속마음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6-05-26 1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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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권욕은 있고, 상처 입긴 싫고? 〈반기문〉
    • 킹 메이커로 업종전환 모색? 〈김무성〉
    • 서울시장 또 못할 바에 대권 도전? 〈박원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유력 인사들은 4·13 총선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국회를 개혁할 것이다. 이들은 공동체, 민주주의, 원칙과 도덕을 우선으로 하고 실천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도 속마음에선 인간적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성군으로 칭송받는 정조대왕도 측근에게 사적으로 보내는 언문 편지에선 할 말, 안 할 말 다 한 것처럼. 심중(心中)으로 표현되는 유력 인사들 속마음과 관련해, 여야 권부 주변의 관료나 정치인이 드문드문 전하는 이야기를 모아봤다.



    “두 사람에 질렸고 마음 떠나”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들리는 이야기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김정은과 김무성, 두 김씨를 만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에게 질렸고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고 덧붙인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할 때 김정은과의 남북 정상회담,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같은 우아한 꿈을 꿨다. 그러나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꿈을 접었다. 그 자리는 분노와 결의로 채워졌다. 대통령은 핵을 포기시키거나 김정은 정권을 바꾸거나, 둘 중 하나를 원하는 것 같다.”



    이 인사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관련해선 청와대의 속내를 이렇게 전한다.

    “당 대표가 자기 계파 현역에 유리한 상향공천 안심번호 고집하고, 저급한 살생부 찌라시 이슈화하고, 당 공천 정당성 뒤엎고 급기야 희대의 무공천 옥새 투쟁을 벌인 것으로 해석하더라. 당 대표의 ‘B급 활극’에 실망한 지지층과 중도층이 투표를 안 했거나 국민의당으로 옮겼다고 본다. 김 전 대표가 마침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했으니 박 대통령이 그를 만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더라.”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 참패에도 청와대의 분위기는 지극히 평온하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미운 법이다. 청와대에 사사건건 태클을 건 김무성은 위상 추락, 유승민은 탈당, 정의화는 정계 은퇴로 시야에서 사라지게 됐다. 똘똘 뭉친 원내 2당이 더 낫다고 보는 듯하다”고 설명한다.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5월 13일 만남은 ‘협치의 출발’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상한 게, 위기에 몰려야 ‘천막 당사’라든지 ‘협치’라든지 재능을 발휘한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를 지지율 상승, 레임덕 방지, 정권 재창출 기회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청와대는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유력 후보를 세우는 데에도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내년 3월까지 당내 인사 중에 유력 후보가 뜨는지 기다려보고, 방법이 없겠다 싶으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드를 쓸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했다.

    ▼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관여할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대통령 지지도가 반등하리라 본다. 대통령이 소통, 협치하는 자세를 보이면 그 자체로 호응을 받으니까. 당도 여러 가지로 잘 정리될 거다. 이후 대통령이 야당에 핍박받는 시점도 올 텐데, 그 땐 당이 대통령을 업어야지.”

    친박계의 생각이 박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진 않겠지만,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 승리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가늠해볼 만한 정황이다.



    꽃가마가 꽃상여 될라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요구받지만, 실제론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의지가 강할수록 정권 재창출이 잘 이뤄진 것으로 비친다. 정권 재창출 의지가 강했던 전두환·김대중·이명박 대통령은 각각 노태우·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게 했다. 반면 후임 대선주자와의 갈등으로 정권 재창출에 소극적이던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은 야당에 정권을 내주면 자신은 물론 아버지의 공적까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염려해 정권 재창출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귀띔한다.

    노무현 정부는 박정희 정부를 비롯한 과거 보수 정부를 부정하는 역사 청산을 추진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대’로 대못을 박으려 했다. 박 대통령은 53일간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한나라당 대표 시절 강하게 저항했다. 친노무현계 일색 더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감이 의외로 클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반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기자에게 “박 대통령은 보이지 않게 도와야 한다. 대통령이 우수한 사람을 발탁해 키워놓지도 않았다. 경제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선을 긋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속마음에 대해 “보수 정권이 계속되기를 바라겠지만 관여할 방법이 마땅찮아 고민할 것이다. 반기문, 오세훈, 황교안을 꽃가마에 태우려다 자칫 꽃상여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이를 잘 안다. 따라서 우선 경제 상황을 호전시켜 집권을 돕는 데 진력할 것 같다. 국정원 댓글 문제로 정통성 시비에 시달려온 점도 차기 대선 관여를 주저하게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정부 고위 관료는 ‘김종인-문재인 밀약설’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풍문을 들려줬다.


    김종인-문재인 밀약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 당선된 후 김종인 박사를 경제부총리 같은 고위직에 중용하려 했다. 김 박사에게 의사를 타진하자 김 박사는 경제부처 장관들 인선 권한을 달라고 역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노 당선인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김종인 박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할 때도 김종인이 총선·대선에서 문재인을 도우면 문재인이 김종인에게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권력을 대폭 내주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오간 게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다.”

    최근 김종인 대표는 전 정권 고위급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분과위원, 보건사회부 장관,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이 자리가 편했는지 김 대표는 자기 속마음을 터놓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인사는 그 자리에서 김 대표가 했다는 발언의 요지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연말 비(非)노무현계의 퇴진 요구로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전 대표가 세 차례나 나를 찾아왔다. 문재인은 ‘경제민주화에 매진하겠다. 도와달라’고 했다. 특히 ‘대선 때까지 잘 모셔서 경제민주화 시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더라. 그런데 총선 공천 과정에서, 또 총선 승리 후 태도가 돌변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뒤통수를 치는 면모를 내게 보여줬다.”

    김 대표는 총선 후 친노계의 야유와 견제에도 왜 더민주당에 남아 있을까. 김 대표가 “야권에는 문재인 외에도 대통령 후보감이 많다”고 한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 대표의 생각에 정통한 한 야당 인사는 “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막는 역할을 염두에 둔 것 같다. 하는 데까지 하다가 정 아니다 싶으면 더민주당에서 나와버리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기문 스타일’

    ‘대선 블루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월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정치권의 관심은 그가 28, 29일 누구를 만날지에 쏠린다. ‘충청 대망론’의 중심인 반 총장이 충청 맹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만나 ‘대권 조언’을 듣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반 총장은 1월 11일 JP의 구순(九旬)을 맞아 “훗날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다. 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계속 아낌없는 지도 편달을 부탁드린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충청권의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반반이 아닐까. 우리 당 처지에서 반기문은 놓을 수 없는 카드다”라고 말한다. 충청 출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JP와 반 총장의 만남을 주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기자에게 “4·13 총선은 반기문을 위한 선거였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추락하고 여권에 대선주자 공백이 생긴 게 반 총장에겐 유리한 환경”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측근은 반 총장의 속마음을 이렇게 짚었다.

    “반 총장은 분명히 대권 욕심이 있다. 다만, 정치 상황에 몸을 내맡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올 연말에도 여권이 반기문을 필요로 하면 나설 것이고, 새 인물이 나타나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면 대권 꿈을 깨끗이 접을 것이다. 무리하게 나서서 상처 입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본다. 그게 ‘반기문 스타일’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사퇴한 후 잠행을 이어간다. 김 대표의 생각을 잘 읽는 것으로 알려진 측근 인사는 사석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당시 ‘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사’ 동영상을 틀게 한 부분에 대해 지금쯤 ‘그때 내가 뭐에 씌었나?’ 하고 자책할 거다. 공천 파동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의 그 동영상이 일부 젊은 층엔 신선함을 줬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당수 중장년층엔 ‘놀고 있네.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인식을 줬다. 자신에게 패배 책임론이 씌워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건 뼈아픈 실책이다.

    그러나 김무성은 지금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비판은 희석될 거고 대타도 없으니 다시 기회가 올 걸로 생각할 것이다. 갈 데까지 가보다 아니다 싶으면 따르는 사람들을 규합해 킹 메이커 노릇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 거다. 김무성은 사업가 출신이니 이 업종(대선주자) 하다가 안 되면 다른 업종(킹 메이커)으로 재빨리 전환하는 감각이 배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4·13 총선 출마자는 “김무성은 보수를 다 망쳐놓고 혼자 의원직을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 같다. 킹이든 킹메이커든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총선 패배 책임의 70~80%는 김무성에게, 나머지는 이한구를 포함한 친박계에 있다. 김 전 대표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을 걸로 본다. 따라서 본인도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참모진은 市長, 본인은 大權?

    정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2년 대선 도전으로 선회했다는 말이 돌았다. 참모진이 논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시장의 한 참모는 “별다른 업적을 내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다. 유례없는 서울시장 3선 도전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알렸다고 한다.

    요즘 참모진은 시정 성과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 버스정류장 주변 부지는 시 소유인데, 50여 기업의 본사 사옥 앞 정류장에 해당 기업 브랜드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하고 사용료를 받아 복지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 후 야권에서 안철수, 김종인, 김부겸이 떠오르면서 시정(市政)에 발묶인 박 시장이 들어갈 틈이 좁아졌다. ‘박원순 키즈’ 10여 명 중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과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2명만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러나 몇몇 측근에 따르면, ‘박원순의 생각’은 이번 대선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박 시장 측과 가까운 한 인사는 “박 시장이 ‘시장 3선 보장도 없고…이럴 바엔 대선 도전 쪽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5월 13일 강연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선행 막차에 올라타고픈 속마음이 내비친다. 이전에 박 시장은 기자에게 “서울시를 제대로 만드는 사명을 완수하려 한다.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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