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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비밀 核개발 전모

中핵실험 3년 후 핵무장 시작… CIA 간첩 軍장교 배신해 무산

  • 최창근 대만 전문 저술가, 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 caesare21@hanmail.net

대만 비밀 核개발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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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못할 민족 반역 범죄”

“대만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중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전술핵 개발을 완료했다. 금일부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다.” 

핵 전문가·군사 전문가가 배석하고 증빙사진이 제출된 브리핑 내용은 세계 각국으로 긴급 타전됐다.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이사회가 소집됐다. 5대 상임이사국은 이구동성으로 대만의 처사를 비난했다. 중국·소련이 특히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영국·프랑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덩샤오핑(鄧小平)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대만의 행위는 염황자손(炎皇子孫) 공통의 번영·이익에 반하는 용서 못 할 민족 반역범죄다.” 

덩샤오핑의 목소리는 런민일보(人民日報) 사설을 통해 표출됐다.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1.8㎞ 떨어진 진먼섬에도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1958년 8·23 진먼 포격전 후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와 동시에 중지된 포격이 재개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샤먼의 인민해방군이 포문을 다시 열었다. 대만을 겨눈 둥펑(東風) 미사일에는 전술핵이 탑재됐다. 

미국은 대만 정부의 처사를 비난했지만, 대만을 방기(放棄)할 수는 없었다. ‘대만 안전보장 조항’이 명시된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RA)’ 조항을 근거로 해군 제7함대 순양함·구축함을 파견했다. 대만해협은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세계는 1962년 쿠바 위기 이후 다시금 핵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여기까지는 1988년 장징궈 사후, 대만 군부 강경파가 권력 장악 후 ‘핵무장 선언’을 한 것을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다. 사실은 더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988년 1월 9일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 샤오강(小港) 국제공항. 싱가포르 여권을 소지한 한 남자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는 한 미국 회사 직원 신분이었다. 남자는 홍콩을 거쳐 유나이티드항공 편으로 미국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월 8일 ‘해외여행’을 명분으로 일본으로 간 그의 아내와 세 자녀도 1월 10일 시애틀에서 재회했다. 일가는 미국 국내선을 이용해 1월 12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사라진 핵무기 개발 책임자

대만군은 미국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산 무기로 무장한다. [REX]

대만군은 미국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산 무기로 무장한다. [REX]

그가 사라진 사실이 대만에 알려진 것은 1월 12일이다. 출국 전날 그가 남긴 다섯 항(項)으로 이뤄진 사직서가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그의 도주로 대만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즉각 추포(追捕)령이 발령됐다. 대만에 남은 일가족에게 국방부 군사정보국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그의 도주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었다. 그중 참모총장 겸 중산과학연구원(中山科學研究院·한국 국방과학연구소와 유사) 원장 하오보춘이 받은 충격은 컸다. 도주한 이는 장셴이(張憲義), 현역 육군 상교(上校·대령)로서 중산과학연구원 제1 연구소 부소장이었다. 1979년 2월, 린이푸(林毅夫·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진먼 섬에서 바다를 건너 중국으로 망명한 사건에 비할 바 아니었다. 린이푸는 육군 상위(上尉·대위)로 진먼섬 주둔 일개 중대장에 불과했다. 

도주 사건은 장징궈에게도 보고됐다. 장기 와병 중이던 그는 충격으로 병세가 악화됐다. 충격과 분노를 이기지 못한 그는 1월 13일 오후 3시 55분, 대량 토혈(吐血) 후 숨을 거뒀다. 

장셴이는 단순 고급장교가 아니었다. 그는 핵 개발 책임자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간 비밀리에 추진하던 대만 정부의 기밀이 담겨 있었다. 장셴이가 어떤 기밀 자료를 가지고 갔을지도 알 수 없었다. 하오보춘은 1988년 1월 17일 일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원자력연구소 부소장 장셴이 일가가 미국으로 도주했다. CIA(미국 중앙정보국) 공작이 분명하다. 핵 개발 관련 기밀을 넘길 수작이다. 중산과학연구원 부원장 예창둥(葉昌桐)에게 국가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후 처리를 지시했다.” 

CIA 요원들의 보호하에 워싱턴에 안착한 장셴이는 1월 13일 미국 의회 비밀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가 관여한 ‘대만 핵무기 개발 비사(祕史)’가 빠짐없이 녹취·기록됐다. 기밀 문건은 단 한 건도 소지하지 않았지만 장셴이 자신이 대만 핵 개발의 산증인이었다. 그는 미재대협회(美在臺協會·미국-대만 단교 후 설립된 비공식 외교기구·약칭 AIT) 타이베이 주재 대표 데이비드 딘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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