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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소강국(小康國)’이 한국의 미래 모델

이분법 뛰어넘는 접속·융합의 패러다임으로 뛰어들자

  • 글: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kwkim@snu.ac.kr

‘소강국(小康國)’이 한국의 미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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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
  • 대한민국은 시대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며 향후 진로에 대한 전략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한국의 미래상은 ‘작지만 단단하며, 여유 있고 반듯한 나라’여야 한다.
‘소강국(小康國)’이 한국의 미래 모델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사진은 목판인쇄술 등 한국에서 발원한 세계적인 문화와 인터넷 강국, 월드컵 4강 등 한국이 성취한 것을 담아낸 영상물 ‘Korea’s IT’.

한국의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하려면 어떤 성격의 국가모델을 설정해야 할까. 최근들어 부쩍 이런 생각이 드는 까닭은 현재 한국의 국가성이 과거로부터 내려온 자본주의 국가관과 다른 궤적을 그리는 듯해서다. 물론 현 시점의 한 편향이 국가의 본질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와는 다른 논의가 분분하다는 사실이다.

과연 국가발전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지향해야만 할까. 안보국가, 지식국가로 가야할까, 아니면 친환경적 중간 수준의 국가로 나아가야 할까.

국가에 대한 인식에서 어떤 이는 소국주의를, 어떤 이는 대국주의를 좇는다. 국가의 성격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한 국가의 성격과 이미지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전통, 국토, 인구, 경제력, 정치력, 리더십,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형성된다. 그러므로 한국은 전세계에 괜찮은 나라,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 더불어 협력할 만한 나라 등 자랑스러운 나라로 비쳤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양만이 아니라 나라의 속을 바꾸는 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나라의 법과 제도, 정책과 프로그램, 방침과 지침 등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때로는 사회와 국민을 얽어매는 거미줄이 된다. 이 거미줄을 하루아침에 걷어낼 수 있을까. 국민을 옥죄는 이 망(網)을 걷어내고 나아가 생산양식까지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나라엔 현재 사회와 국민을 옥죄는, 위헌에 해당하는 법과 시행령이 근 100개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철저한 행정국가인 것이다.

지난 고도성장기에 우리는 목표를 쫓아 허둥댔다. 이제쯤 여유를 가져보면 안 될까. 웬만큼 여유 있고 편안한 나라, 게다가 ‘반듯한 국가’면 더욱 좋으리라. ‘여유’나 ‘반듯’은 서기(西技)보다는 동도(東道)의 의미가 깊은 말이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행정수도를 옮기는데 마치 다리 놓고 도로 닦는 건설프로젝트 세우듯 하는 식은 서기 쪽이지 동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서기 쪽도 제대로 못 된다. 과학적인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행정수도를 옮기겠다고 지정한 곳의 최근 10∼30년간 평균 기온, 강수량 수치 하나 밝힌 적이 있는가.

‘소강국가’를 지향하려면 국가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바꾸고 시대 변화에 맞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가의 진로에 대한 바른 전략이 서기 때문이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된 다음의 이야기다. 여유에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따라야 한다. 여유 있고 반듯한 나라를 ‘소강국가(小康國家)’라고 칭하면 어떨까.

왜 소강국가여야 하는가

21세기 초 한국의 현실과 그 위상은 매우 애매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경제, 무역, 인구 등 인구경제사회학적 지표가 그리 나쁘지 않고 오히려 세계적 수준(11∼15위)에 이르렀는데도 국가나 정부의 경쟁력은 한참 처진다. 더욱이 국제경제 및 국제정치질서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주류 대열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선진국은커녕 주변부 국가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예감마저 든다. 최근 어느 정신분석학자는 한 좌담에서 한국의 위상을 유럽의 베네룩스3국 중 하나 정도로 치부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이후 나라의 위상에 혼란을 자초했다. 반미(反美)성향이 더욱 고개를 들고 일부 친북세력이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대내외 이미지를 뒤바꿔놓았다. 물론 정책에서 진보 성향이 없을 수는 없다. 보수만 해도 지난 30년 동안 그 공과(功過)가 뚜렷해 더 이상 허물을 덮고 새 비전을 제시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정책의 선회는 어쩌면 시대의 흐름과 궤적을 같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는 항상 변화를 맞는 법이다. 지금이 반드시 그 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을 표방하기에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지나치게 기능주의 또는 도구주의적인 인식에 몰두하다보니 정작 귀한 가치들을 간과한 것이 많다. 따라서 기존 권위와 질서가 과연 존중해야 마땅할 만한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가치를 지녔는가를 따져볼 때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 전환은 일견 역사적 전환기에 맞는 시도라 하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1년여 동안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안보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첨예하게 대립해 사상적 갈등으로 비화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정치 이데올로기 면에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부터 사회민주주의 국가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해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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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kw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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