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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박 대통령 해외 순방 뒷이야기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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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에 방문국 속담 직접 넣고 의전·발언 순서도 숙지

6월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준비할 때 꼼꼼하게 하나하나 챙기는 스타일이다. 특히 모든 행사의 의전과 발언 내용, 발언할 순서까지 다 머릿속에 숙지하고 순방을 떠난다. 이 때문에 순방을 앞둔 한 주 동안에는 공식 일정도 잘 잡지 않고 순방 준비에만 전념한다.

박 대통령은 순방 때 하루 4~6개의 일정을 소화하는데 일정마다 연설을 하게 된다. 연설문은 각 수석실의 자료를 받아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초안을 쓴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에 그 상황에 맞는 해당 국가의 격언이나 역사, 유명한 인물의 에피소드 등을 추가하는데 본인이 아는 내용을 직접 집어넣는 경우도 많다.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의회연설에 넣은 영어 속담 “You canno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모두를 얻을 수는 없다) 같은 표현이나 중국 칭화대 연설문에서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내는 글 ‘계자서(誡子書)’의 인용문 등은 대통령이 직접 넣은 문구들이다.

박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언어로 연설하는 것을 즐겨 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미리 엄청나게 연습해 거의 외워서 연설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참모진은 “박 대통령이 외국어 연설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며 “여러 번 읽어보기는 하지만 평소 실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체류 경험은 프랑스 유학 6개월이 전부지만 영어는 수준급이고 중국어와 프랑스어도 대화를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라는 게 순방에서 드러났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해왔지만 여성 특유의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전한다.

다자회담은 정면 승부장



미국, 중국, 유럽 등 순방국에서 양자회담을 하는 경우와 G20, APEC 등 다자회담은 준비 단계와 회담 과정에 차이가 크다. G20,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등 다자회담 사이사이에 열리는 양자회담은 회담 전날까지 일정이 유동적이다. 다자회담 사이 15~30분의 짧은 시간에 일정을 서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시간이 틀어지면 회담이 성사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데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각국으로부터 양자회담 요청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경우에도 양자회담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도저히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결국 다자회담 도중 쉬는 시간에 선 채로 양자회담에 준하는 여러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때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갑자기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하면서 예정됐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형식을 두고 막판까지 혼란이 이어졌다. 리커창 총리와 정식 회담을 할 만큼의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리커창 총리와 케리 장관의 회담 모두 정식 회담이 아닌 접견 형식으로 하고 내용도 비공개로 했다.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균형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다자회담은 대통령이나 참모가 준비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회담 도중 어떤 국가의 정상과 마주쳐 대화를 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다자회담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자료를 다 준비해야 한다. APEC 회의 때 박 대통령은 정상 32명에 대한 기본 정보와 대화 의제까지 모두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APEC 당시 박 대통령은 다자회담 도중 32명의 정상 가운데 28명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회담이 열린 이틀 연속 박 대통령을 찾아 대화를 나눴다. 다자회담 때 외국 정상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찾아오는 외국 정상과 성의 있게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다.

다자회담장 안에는 대통령과 통역, 단 두 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소 실력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도 긴장의 연속이다. 여러 정상이 모였을 때는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통역을 대동하면 자연스러운 대화에 낄 수 없기 때문에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정상은 다자회담에서 대화를 활발히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순방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은 정상 간 단독회담, 수행원이 참여하는 확대회담, 협정 서명식, 공동 성명서 채택 및 공동 기자회견 순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의 순방 일자가 정해지면 외교부를 중심으로 각 부서가 실무접촉을 통해 의제를 사전에 조율한다.

정상회담과 메모지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시작되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메모지를 꺼낸다. 메모지에는 정상과 나눌 의제들이 친필로 적혀 있다. ‘수첩공주’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각종 수석실에서 올라온 다양한 의제를 본인이 선택해 별도로 메모지에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회담을 진행한다.

박 대통령은 펜을 들고 논의한 의제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회담을 진행한다. 한 가지 의제도 빠뜨릴 수 없다는 의무감 때문에 회담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메모지에 적어온 의제를 모두 다루려고 한다. 정상회담과 같은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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