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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동행 현지취재

유언 묵살, 불시 집행, 멋대로 화장 유족은 시신 못 보고 유골만 수습

중국에서 사형당한 한국인 마약범

  • 중국 칭다오=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유언 묵살, 불시 집행, 멋대로 화장 유족은 시신 못 보고 유골만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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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언제 어떻게 집행됐는지 아무도 몰라
  • ● “인터넷 뉴스 보고 남편 죽은 것 알았다”(사형수 장씨 아내)
  • ● 수감기간 내내 쇠사슬, 쇠고랑에 묶여 생활
  • ● 외교부, “중국에 유감 표명, 집행 막으려 최선 다해”
유언 묵살, 불시 집행, 멋대로 화장 유족은 시신 못 보고 유골만 수습

8월 7일 칭다오에서 사형이 집행된 장모 씨의 가족이 이튿날 산둥성 칭다오시 성양구 빈소에서 장씨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수속을 밟았다. 아래는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이 발행한 유골수령 통지서.

중국 법원이 한국인 마약사범 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8월 6일 중국 지린성 보국인민법원은 마약밀수 및 판매 혐의로 2011년 체포된 김모(53) 씨와 백모(45) 씨의 사형을 집행했다. 다음날 산둥성 칭다오에서도 마약사범 장모(55) 씨가 사형을 당했다.

김씨는 2010년과 2011년 총 14차례에 걸쳐 북한에서 중국으로 필로폰 14.8kg을 밀수했다. 백씨는 김씨로부터 필로폰 12.3kg을 사들여 수차례에 걸쳐 국내 조직에 판매한 혐의다. 두 사람은 2012년 12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2013년 9월 2심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장씨는 2009년 6월 칭다오에서 필로폰 11.9kg을 밀수·운반·판매한 혐의로 체포된 뒤 2013년 6월 사형이 확정됐다.

중국 정부는 마약 관련 범죄를 중범죄로 다룬다. 중국 형법 347조는 1kg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과 필로폰을 운반·제조·판매할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형·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와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마약범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처벌 수위도 크게 올라갔다. 중국은 그간 우리 국민 외에 영국, 일본, 필리핀, 파키스탄 출신의 마약사범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사형을 집행했다.

가족과 함께 사형 과정 취재

8월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한국인 사형집행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왕 부장은 “최선을 다했다”며 이해를 요청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이들의 사형집행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몰라도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에서도 “우리 정부의 무능과 소극적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인 마약사범의 사형집행 정보를 입수한 ‘신동아’는 8월 6일 사형수 장모 씨의 가족, 지인과 함께 중국 칭다오를 찾았다. 먼저 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리 공관의 대응을 취재했다. 사형집행 과정과 사후 처리과정도 지켜봤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사형집행과 관련된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구명(救命)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혀왔다. 중국 정부도 한국의 처지를 최대한 존중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우리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장씨의 사형집행 전후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대목이 여럿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장씨가 칭다오 법원에서 언제, 어떻게 사형을 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사형이 집행된 직후 장씨의 시신은 유족은 물론 영사관 관계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 정부에 시신 확인 등 인도적 차원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교부는 중국 정부가 장씨의 시신을 확인해주지도 않은 채 화장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 아니라 장씨의 사형이 집행되기 전 중국에 와서 그의 시신 수습을 준비하던 부인은 인터넷을 통해서야 남편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장씨의 마지막 유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자는 장씨의 사형집행 일정이 알려진 8월 5일부터 유족이 그의 유골을 수습한 8월 8일까지 이 사건을 밀착취재했다. 중국 정부의 반(反)인권적 행태, 우리 공관의 무능함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집행 전 가족 면회 30분

8월 5일 오전 11시 외교부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가 브리핑을 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 사형수 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사형집행이 확정될 때까지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었다. 그래서 이 소식은 다음 날인 6일 오후 지린성에서 한국인 2명에 대한 사형이집행된 뒤 알려졌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지린성 보국인민법원은 7월 28일 주(駐)선양 총영사관에 우리 국민 마약사범 2명에 대한 사형을 8월 6일 집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산둥성 보국인민법원은 8월 1일 주칭다오 총영사관에 우리 국민 마약사범 1명에 대한 사형집행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사법당국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요청했다.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담당 영사가 재판 전 과정을 참관했다. 정기적으로 영사 면회를 실시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부당한 대우나 인권침해, 가족 면담 등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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