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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재벌 여회장님이 사는 법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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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왼쪽부터 현정은, 최은영, 이어룡 회장, 양귀애 전 회장.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번지는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싸고 돈다. 1990년대 전후로 재계 거물들이 하나둘 성북동으로 모여들었다. 풍수지리의 5대 요소인 용혈사수향(龍穴砂水向)을 두루 갖췄다는 풍수사들의 평가가 있다.

현정은(61)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54)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의 집이 성북동 330번지에 있다. 도보로 6분 거리, 361m 떨어졌다. 두 회장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겪었으며, 겪고 있다.

현 회장, 최 회장은 남편을 여읜 여성 경영인이다. 슬픔을 딛고 일어나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2009년 이전, 해운업이 잘나갈 때는 ‘여장부’로 불렸다. “해운업은 여성 경영인에게 알맞다”는 말도 회자됐다.



남편 여읜 동병상련 女회장들

이어룡(63) 대신증권 회장, 양귀애(69) 전 대한전선 명예회장도 남편이 작고한 후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두 사람 또한 회사가 잘나갈 때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섬세한 리더십’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양 전 회장은 대한전선과 완전히 결별했다 “자선활동만 조용히 한다”는 전언이다. 남편이 키운 회사가 아들 손에 의해 팔려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이 회장의 대신증권은 한때 증권업계에서 ‘빅3’로 통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1조6800억 원으로 10대 증권사 중 끄트머리다. “실적 부진에 기인한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오너 일가가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들 네 명의 여성 회장은 조선시대 어느 홀어미가 지은 시조에 공감할 만큼 생각이 복잡할 듯하다.

‘여자의 일생처럼 설운 건 없으오리/ 임 예니 이 시름이 다시금 외로울제/ 버들엔 꾀꼬리 울고 봄도 짙어가더라’(백화당 주인, 홀어미의 탄식)



“호황 때 체질 개선 소홀”

“2010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해 재계 10위권 안에 들겠다.”

2008년만 해도 현정은 회장의 포부는 이렇듯 컸다. 그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페어리디킨스대에서 인간개발 분야를 전공했다. 2003년 8월 갑자기 타계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었다. 벌써 13년 간 경영인으로 활동한 터라 ‘왕회장(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며느리’ ‘정몽헌 전 회장 부인’보다 ‘현대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이 귀에 더 익숙하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운명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다. 현대증권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에서 ‘캐시 카우’ 역할을 할 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만 남았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잘 경영하면서 정몽헌 전 회장의 유업(遺業) 격인 현대아산을 지켜내야 할 처지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정주영→정몽헌을 적통(嫡統)으로 여기는 현대그룹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지금껏 대북사업은 막혀 있다. 남북관계 경색 탓에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현정은의 현대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언젠가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2011년 현대차그룹이 인수)과 하이닉스(2012년 SK그룹이 인수)를 인수해 옛 영화를 되찾으려 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현 회장에 대한 평가도 180도 달라졌다.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적절히 구사한다”는 찬사는 “경험 없이 ‘회장’을 물려받은 초보 경영인의 실패”라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현대그룹 쇠락의 근본 원인은 경기불황 탓에 해운업이 ‘죽으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회장의 경영 능력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호황기에 체질 개선 등의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2003~2008년 해운업 호황기에 대형 선박을 발주하는 등 미래를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해운 경기가 악화하기 시작한 후에도 그룹연수원 신축, 남산 반얀트리호텔 인수,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덩치를 키우는 일에 더 집중했다. 현대건설 인수 실패는 시숙(정몽구 현대차 회장)과의 다툼에서 패배한 것이기도 했다.  



꽉 막힌 대북사업

현대그룹 전직 임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뿌리가 없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 회사의 주요 결정을 맡긴 게 문제였다. 한번 믿은 사람에게만 일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20~30년 현대그룹에서 녹을 먹는 사람들에겐 로열티가 있다. ‘우리 회사’라는 공감대를 지녔다. 그들의 목표는 당연히 ‘사장’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고위 경영자를 영입하니 어떤 생각이 들겠나.

정주영 회장의 ‘가신(家臣) 경영’ 방식의 단점도 적지 않겠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회사를 보는 것과 외부에서 온 2년짜리, 3년짜리 사장이 단기간에 뭔가를 보여주는 식의 경영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해운 경기의 앞날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비싼 가격에 장기 용선(傭船)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 사례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해운업은 복합적인 경영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하종선 전 부회장 등의 경우처럼 한번 사람을 믿으면 그 사람의 얘기만 듣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의 ‘예측불허 인사’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결국 그 같은 인사가 옳았다는 것을 성과가 입증하지 않았느냐”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비판을 듣지만,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분할통치)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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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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