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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통과 쾌락, 그 미묘한 관계 ‘만족’

  •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alberto@catholic.ac.kr

고통과 쾌락, 그 미묘한 관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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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쾌락, 그 미묘한 관계 ‘만족’

‘만족’ 그레고리 번스 지음/ 권준수 옮김/북섬/375쪽/ 1만3000원

마음이 뇌로부터 연유한다는 화두는 결코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를 ‘뇌의 10년’이라 명명하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뇌의 기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폭발적으로 나왔다.

이런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불어 뇌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뇌에 쉽게 접근하도록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 있는가 하면 순전히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는 내용들로 채워진 책도 있다. 어쨌든 독자는 심리와 뇌를 연결하려는 시도 등 뇌와 관련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게 되었다.

너무 무겁거나 가볍거나

그러나 첨단이라고 할 두뇌 혹은 인지과학을 풀어서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공자조차 알기 어려운 현학적인 단어와 도저히 어디를 지칭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해부학적 용어가 범람하는 불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어 오히려 이 분야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아니면 너무도 뻔한 상식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혹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책들 때문에 밝혀야 할 것이 무궁무진함에도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난 뇌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식을 수도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쉽다, 재미있다

이번에 출간된 ‘뇌 과학이 밝혀낸 욕망의 심리학’이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한 부제가 붙은 ‘만족’은 깊이와 재미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일단 재미있다. 대학에서 행동과학과 정신의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쓴 책이라기보다는 심층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는 기자의 취재일기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특히 책의 내용이 저자가 속해 있던 실험실과 직접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저자가 궁금했던 점들을 실험으로 구명해 나가는 과정이 긴박감 넘치게 정리되어 있어 잘 만든 TV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이런 결과는 발로 뛰지 않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다. 직접 뇌 영상 장치에 누워 사진을 찍고, 요리사를 인터뷰하고, 퍼즐 토너먼트 대회에 참여했으며,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 자원해서 의학 검진을 하고, 혈통과 환경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방문하기도 하는 열성이 없었다면 독자는 이 책의 미덕인 생생한 현장감을 만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쉽다. 사람들이 지루해할 만한 전문적인 용어 fMRI, TMS, 도파민 등을 아주 쉽게 풀어썼다. 저자는 누구라도 이런 용어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실제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처럼 뇌의 작동 방식을 구명하는 연구에 푹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재주를 부렸다.

왜 그의 연구팀이 해낸 실험 결과들이 ‘네이처’와 같은 전문 학술지 외에 ‘포브스’ ‘머니’ ‘뉴욕 타임스’ CNN BBC 같은 대중 매체에도 자주 소개되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런 재미있고 쉬운 접근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람이 느끼는 ‘만족’이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감정”이며 뇌는 이런 만족감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뇌가 가장 원하는 방식임을 실제 삶의 현장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금전에 대한 추구를 이야기하면서 ‘복권 당첨자는 행복하고, 사고 피해자는 불행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너무도 뻔한 질문 같지만 저자의 실험 결과는 뻔한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는다. 버튼을 눌러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장치와 안 눌러도 받을 수 있는 장치로 실험을 했더니 공짜 돈을 받는 것보다 평범한 버튼 누르기를 할 때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 선조체(線條體)가 더 활성화됐다. 뇌의 선조체 부위가 활발해지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다량 분비되면 인간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번엔 교통사고가 난 현장 주변은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걸 상기해보자. 사고 현장 주변이 정체되는 건 사고 정리 때문이기보다는 끔직한 현장을 보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운전자들의 호기심 때문일 때가 더 많다.

만족감을 느끼도록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새로움’이다. 근본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자주 새로운 놀라움에 자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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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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